입덧
첫아이를 가진 후배 기자가 입덧이 심합니다. 지난 주말엔 고열과 장염까지 겹쳐 자리보전을 했습니다. 음식을 통 못 먹고 팔뚝에 꽂은 수액으로만 영양분을 섭취했답니다. 이틀간 휴가를 내고 끙끙 앓다 겨우 회사에 나와서는 죽 몇 숟가락…
200905262009년 05월 20일자연채무
꼭 19년 전 이맘때 ‘수습기자’ 딱지를 떼고 사람이 됐습니다(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사에선 ‘수습기자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가르칩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처지에 정식으로 ‘사람’의 월급을 받아보니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취업 준비…
200905192009년 05월 15일신고합니다
이번 호는 ‘주간동아 大특집 커버스토리 지면혁신호 10탄’(너무 긴가요? ‘大특집 커버스토리’와 ‘지면혁신호’ 사이에서 한 템포 쉬십시오. 숨은 덜 차고 각인효과는 더 커집니다!)입니다. 10주 전 지면개편을 단행하면서 정식으로 ‘…
200905122009년 05월 08일에스트로겐 예찬
남자가 중년이 되면 여성 호르몬이 많이 나온다는데, 요즘 그걸 실감합니다. 뭐, 수유(授乳)를 의심할 만큼 가슴선이 무너져 내리거나 하는 충격적인 외형 변화는 아직 없지만, 심성의 미묘한 변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화초 키우는 취미…
200905052009년 04월 29일닭장 속에는 닭들이…
차를 몰다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난데없이 앞으로 툭 튀어나오는 자전거 때문입니다. 자동차와 자전거의 속도 개념이 차원을 달리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상대의 수(手)를 놓치고 흐름이 끊겨 눈앞이 아찔합니다. 한숨 돌리고 나면 욕이 목구…
200904282009년 04월 22일‘집사람’의 굴욕
한동안 재미가 쏠쏠하던 다이어트 전선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저의 집’(집사람)이 식단을 엉망으로 짰기 때문입니다. 푸릇푸릇한 봄동 겉절이, 올 봄에 처음 잘라낸 초벌 부추김치, 인삼과 다를 바 없다는 향긋한 약도라지무침, 지난 …
200904212009년 04월 16일讀書百遍義自見
골프채를 쥔 지 올해 4년째인데 아직도 100타 넘기는 날이 허다합니다. 보다 못한 동반자들이 “자세가 무너졌다”며 다시 레슨을 받으라고 충고하지만 귓등으로 듣습니다. 골프 잘 쳐서 팔자 고칠 일도 없는데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200904142009년 04월 10일새우깡 앞에서
인사(人事)와 주총(株總)의 계절이 끝나갑니다. 누군가는 축란(祝蘭)과 축전에 묻히고, 누군가는 위로전화를 받습니다. 누군가는 콩닥거리던 가슴을 쓸어내리고, 또 누군가의 반들반들 손때 묻은 책상은 주인을 잃습니다. 술자리가 잦아집니…
200904072009년 04월 03일탈·모·탈·출
주간동아 677호 커버스토리 ‘초딩 부모 공부 백서’를 읽고 많은 분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교육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임을 새삼 절감했습니다. 기사가 난 것을 뒤늦게 알고 “서점에 갔더니 책이 없더라,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냐”고 묻…
200903312009년 03월 27일上 善 若 水
2000년 늦가을,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21개국 언론인, 정치인들과 한 달간 제43대 미 대통령선거를 취재했습니다. 수도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매사추세츠 등 정치적 입김이 거센 지역을 돌며 정치인, 정당인, 정치…
200903242009년 03월 20일“이게 사는 거야?”
초가을 들녘 연보랏빛 코스모스 같은 애인을 사귀고 있습니다. 나이차가 무려 서른 살, 연하(年下)가 아니라 세하(世下)라 해야겠지만 서로의 눈빛에 즉각 반응할 만큼 어렵지 않게 마음을 읽어내는 사이입니다. 한쪽은 하루하루 세상 물정…
200903172009년 03월 12일헤겔의 농촌
경남 함양군 안의면 당본리 마암부락. 30년 넘는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혀끝에 부드럽게 맴도는 고향마을 주소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부모와 부친의 고향입니다. 부친도 학업 때문에 일찍 고향을 뜨셨기에 조부모만 남아 만년이 다 가…
200903102009년 03월 04일산체스가 그립다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복싱팬들은 물고 물리는 경량급 KO왕들의 화끈한 승부에 매료됐습니다. 아, 그 전설 같은 이름들. 알폰소 사모라. 160cm가 채 안 되는 키에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얼굴. 그러나 쇠뭉치 같은 좌…
200903032009년 02월 25일그래서 스토리다!
지난주, 두 가지 ‘첫 경험’을 했습니다.하나는 요즘 동네마다 인기 상한가라는 스크린 골프장 체험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실내에서 탁한 공기 마시며 꼼짝 않고 벽에다 공 때려대는 게 얼마나 따분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200902242009년 02월 19일스티븐 킹&스티븐 강
‘캐리’ ‘샤이닝’ ‘미저리’ 등 소름 끼치는 미스터리 공포소설로 유명한 작가 스티븐 킹은 파란만장, 청산유수의 이야기꾼일 뿐 아니라 치밀한 구성과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독자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당대의 문장가입니다. 그가 작가 지망…
200902172009년 02월 10일개만도 못한…
여자가 나이 들면 꼭 필요한 것은? 첫째 건강, 둘째 돈, 셋째 딸, 넷째 강아지, 다섯째 남자친구.남자가 나이 들면 꼭 필요한 것은? 첫째 마누라, 둘째 집사람, 셋째 애들 엄마, 넷째 와이프, 다섯째 배우자.어쩌다 남자 신세가…
200902102009년 02월 02일漢字, 개고기, 성매매
역대 총리들이 청와대에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건의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글전용 대 국한혼용의 묵은 갈등이 재연되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글을 만지는 게 직업인 제 개인적 견해로는 총리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한글이 인류 최고의…
200901272009년 01월 19일Watch your back
초등학교 1학년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학급 수는 많고 운동장은 좁다 보니 몇 개 반이 함께 체육수업을 했습니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반 대항 계주 시합이 열렸습니다. 저도 키 큰 죄로 대표선수가 됐습니다. 우리 반 첫 주자는 1등으로…
200901202009년 01월 13일포트헤들랜드와 유노윤호
인체의 저항력이 약하면 질병에 걸리기 쉬우므로 평소 실행해야 할 사항과 거리가 먼 것은?①예방접종 ②고른 영양 섭취 ③숙면 ④규칙적인 생활 ⑤적당한 운동중학교 1학년 제 딸이 치른 기말고사 문제(체육)입니다. 답이 뭘까요? 의사에게…
200901132009년 01월 07일웬만해선 너를 속일 수 없다
삼겹살 구울 때 기름을 빨아들이라고 프라이팬 테두리에 식빵 조각을 댑니다. 고기를 다 구워먹은 뒤 노랗다 못해 황토빛으로 절어버린 식빵을 한 입 베어물면 순간적으로 미각을 마비시킬 정도의 고농축 액상 동물성 지방이 주르륵 뿜어져 나…
200901062008년 12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