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물’은 젊음, 그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다. 에너지가 넘치지만 그 에너지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스무 살들 말이다. 여자를 만나고 싶지만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모르고, 사랑하기 때문에 지켜줘야 한다고 믿는 순진한 시절,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빨리 나이를 먹고 싶지만 지나고 나니 그렇게 보낸 스무 살이 아까운, 누구나 한 번쯤 지나게 되는 공평한 축복에 대해 이 영화는 말한다.
‘스물’은 한국 청춘영화의 계보를 색다른 방식으로 이어받은 작품이다. 기존 영화들이 청춘을 다뤘던 방식을 따르면서도 그것을 경신한다. 자아정체성, 방황, 좌절과 실패, 환멸 같은 부정적 단어가 두드러졌던 성장드라마에서 벗어나 경쾌한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물론 영화 ‘스물’에도 청춘영화에 곧잘 등장하는 장애물이 모두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매우 사실적이고도 평범한 스무 살을 그려낸다.

‘스물’에서 가장 동시대적인 인물은 아무런 꿈도 없는 중산층 가정 아들 차치호(김우빈 분)일 것이다. 그는 대학에 가고 싶지도, 그렇다고 돈을 벌고 싶지도 않아 한다. 밤이 되면 클럽에 가서 여자를 만나며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꿈도, 욕망도, 치욕도, 실패도 모르는 치호는 어쩌면 2015년 스무 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일지 모른다. 영화의 내레이터를 담당하는 또 다른 주인공 경재(강하늘 분)는 대학에 입학하고, 선배 누나를 짝사랑하다 결국 고교 동창생과 연인이 되는 평범한 스무 살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스물’이 가진 장점은 이 표본적 사실성에서 기인한다. 거창한 꿈을 꾸진 않지만 소소한 실패와 상실을 겪으며 한 살씩 어른이 돼가는, 남들은 다 좋은 나이라고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그 젊음이 부담스러운 청춘의 사실적 자화상인 셈이다. 이 영화에는 “대한민국 학교 다 좆까라 그래” 같은 격정적 선언은 없지만 대개의 삶이 그렇지 않을까. 옥상에서 학교 ‘일진’과 맞붙는 드라마틱한 사건은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하니 말이다. 별다른 갈등 없는 평범한 스무 살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 드라마틱한 영화 ‘스물’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