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는 성교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여자다. 혼자 수음을 하거나 애인과 격렬한 애무를 하여 오르가슴을 맛본 적이 있는 여자일지라도 질에 페니스를 삽입시킨 적이 없으면 처녀에 해당된다. 남자에게는 동정을 입증할 만한 신체적 증거가 없지만 여자는 처녀막의 파멸 여부로 순결을 확인할 수 있다.
여자의 순결을 유달리 강조한 기독교에서는 처녀막을 중시했다. 구약성서의 신명기 22장을 보면 신부의 부모가 딸이 첫날밤을 치를 때 처녀막의 파멸로 인해 피가 묻은 속옷을 처녀성의 증거로 보관할 만큼 처녀막을 소중하게 여겼다. 남편이 아내와 잠자리를 하고 나서 아내가 싫어져 처녀가 아니라고 누명을 씌워 고발했을 경우 여자의 부모는 성문 앞으로 나가 성읍의 장로들에게 딸이 처녀였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신부의 아버지는 딸이 처녀였다는 증거로 딸의 자리옷을 장로들 앞에 펴 보인다. 그러면 장로들은 남자를 구타하고 아내에게 누명을 씌운 대가로 벌금을 그녀의 아버지에게 물어주게 한다. 그는 그 여자를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그 고발이 사실로 확인되면 신부는 친정집 문 앞으로 끌려가 동네 사람들의 돌에 맞아 죽게 된다(신명기 22:13~21).
여자에게 있어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보지 못하고 처녀로 죽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입다의 딸이 좋은 예다. 입다는 길르앗이라는 사람이 창녀의 몸에서 얻은 아들이다. 길르앗 본처의 아들들이 입다를 쫓아낸다. 그는 지방으로 도망가서 건달패들을 모아 비적떼의 두목이 된다. 얼마 뒤에 암몬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쳐들어온다. 원로들은 입다에게 이스라엘의 수령이자 사령관으로 모실 것을 약속하며 암몬 군을 무찔러 달라고 간청한다. 입다는 야훼에게 “만일 하느님께서 저 암몬 군을 제 손에 붙여주신다면 암몬 군을 쳐부수고 돌아올 때 저의 집 문 앞에서 저를 맞으러 처음 나오는 사람을 야훼께 번제(燔祭)로 바쳐 올리겠습니다”고 약속한다. 번제는 하느님께 올리는 제사로 짐승을 통째로 구워 제물로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야훼가 암몬 군을 입다의 손에 붙여주어 이스라엘 군이 승리한다. 입다가 개선장군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에서 나와 맨처음 그를 맞은 사람은 외동딸이었다. 입다는 “네가 내 가슴에 칼을 꽂는구나. 내가 입을 열어 야훼께 한 말이 있는데 이를 어쩐단 말이냐!”고 외친다. 딸은 한 가지만 허락해달라고 하며 아버지에게 청을 드린다. “두 달만 말미를 주십시오. 벗들과 산으로 들어가 돌아다니며 처녀로 죽을 몸, 실컷 울어 한이나 풀고 오겠습니다.” 입다는 두 달 뒤 딸이 돌아오자 야훼에게 약속한 대로 했다. 이로부터 이스라엘에는 한가지 관습이 생겼다. 이스라엘 처녀들은 해마다 입다의 딸을 생각하며 집을 떠나 나흘 동안을 애곡하게 된 것이다(판관기 11).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을 하고 같이 살기 전에 잉태한 것이 드러난다(마태오복음 1:18). 요셉은 법대로 사는 사람이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낼 생각도 없었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무렵에 하느님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서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예수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다”고 일러준다(마태오복음 1:19~21).
예수의 탄생은 마리아에게도 미리 예고되었다. 하느님의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와서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고 일러준다. 마리아는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묻는데 천사는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고 대답한다(루가복음 1:26~35).
예수의 처녀 탄생이 강조된 것은 복음서를 쓴 사람들이 예수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신화적 상징을 즐겨 사용하던 당대의 문학 전통을 따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는 예수처럼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여러 차례 소개된다. 아브라함은 나이 백 살이 되던 해에 아흔 살이나 된 아내 사라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는다(창세기 17:19). 야훼의 천사가 아기를 낳지 못하는 돌계집에게 나타나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삼손이 태어난다(판관기 13:3). 자식이 없던 한나는 기도를 통하여 아들을 낳게 되어 “야훼께 빌어서 얻은 아기”라고 하여 이름을 사무엘이라 짓는다(사무엘상 1:20). 세례자 요한은 아이가 없던 늙은 부부가 천사 가브리엘의 방문을 받고 낳은 아들이다(루가복음 1:13).
12세기 초까지 마리아는 기독교의 성자 가운데 한 사람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명문가의 귀부인과 용감한 기사 사이에 궁정식 사랑(courtly love)이 유행처럼 번진 시기와 비슷한 무렵에 마리아를 예수 못지 않게 숭배하는 풍조가 싹트기 시작한다. 유럽 전역에 걸쳐 수도사들은 동정녀 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하는 흰옷을 입고 그녀에게 헌신했으며 교회에서는 마리아를 위해 특별히 예배시간을 따로 마련했다. 14, 15세기에 마리아는 지구상의 가난하고 저주받은 자들에게 따뜻하고 인정 많은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성모 마리아가 대중 속에 파고들게 된 것은 이처럼 수도회의 노력 덕분이었지만 마리아의 영광을 위해 예술작품과 건축물을 만들도록 주선했던 귀족 상인 시민들에게 힘입은 바도 크다.
그녀는 예수의 어머니로서보다 모든 사람이 간직하기를 바라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어머니 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성모 마리아의 순결은 1854년 로마 교황청이 공포한 무염수태(無染受胎·Immaculate Conception)교리에 의해 확고하게 뒷받침되었다. 기독교에서는 모든 인간이 원죄를 갖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그러나 예수는 이러한 원죄에 오염되지 않은 순결한 처녀에 의해 수태되었다는 것이 무염수태다.
무염수태 교리는 1858년 2월11일부터 7월16일까지 열여덟 번에 걸쳐 성모 마리아가 루르드에 발현한 사건을 계기로 더욱 공고해졌다. 루르드는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산맥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마리아는 루르드의 한 동굴에 나타나서 벨라뎃다 수비루라는 열네 살 된 소녀에게 “사제들에게 전해 이 곳에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게 하고, 이곳에 성당을 짓게 하여라”고 말했다. 마리아는 또한 자신이 “원죄 없는 잉태(무염수태)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홉 번째의 발현에서 마리아는 천식을 앓고 있던 벨라뎃다에게 동굴 안의 샘물로 몸을 씻도록 일러주었는데 기적처럼 병이 낳았다. 훗날 이 동굴 위에는 성모 대성전이 건립되었으며, 해마다 500만여 명의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샘물로 기적처럼 병이 낫기를 바라는 환자들이 섞여 있음은 물론이다.
성모 마리아의 무염수태처럼 유성생식을 하는 암컷이 수컷과 수정을 하지 않고 생식하는 것을 처녀생식(parthenogenesis)이라 한다. 처녀생식은 수정되지 않은 난자가 발생하여 성체로 성장하는 현상이다. 처녀가 아비 없는 자식을 낳는 것이다.
처녀생식은 자연의 변덕이지만 꽤 많은 동식물에서 볼 수 있다. 식물의 경우 벼 채송화 나팔꽃 등은 자성 생식세포가 수정 전에 분열하여 한 몫의 완전한 식물로 자란다. 꿀벌이나 진딧물과 같은 곤충과 채찍꼬리도마뱀은 무성적으로 증식하며, 칠면조도 자주 처녀생식을 한다. 진딧물은 처녀 한 마리가 한 해 동안에 아비 없는 자식을 수억 마리까지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사람의 경우 임신 160만 번 중 한번의 비율로 처녀생식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사례로 1944년 전쟁으로 파괴된 독일의 하노버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합군이 그 도시를 폭격하던 날, 한 젊은 독일 여자가 허탈상태에 빠져 있었다. 9개월 후 그 여인은 딸을 낳았는데 그 아기는 혈액검사와 지문대조 결과를 포함해서 어머니를 쌍둥이처럼 닮았다. 어머니가 된 그 여자는 맹세코 성교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폭격의 충격으로 야기된 어떤 신체적 반응으로 난자가 활성화되어 성장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처녀생식으로 생긴 개체는 어버이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동일한 제2의 개체를 ‘클론’이라 한다. 오늘날 생명공학의 발달로 체세포를 사용하여 동물을 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2005년까지 최초의 클론인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성모 마리아처럼 처녀가 아비 없는 자식을 낳는 일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여자의 순결을 유달리 강조한 기독교에서는 처녀막을 중시했다. 구약성서의 신명기 22장을 보면 신부의 부모가 딸이 첫날밤을 치를 때 처녀막의 파멸로 인해 피가 묻은 속옷을 처녀성의 증거로 보관할 만큼 처녀막을 소중하게 여겼다. 남편이 아내와 잠자리를 하고 나서 아내가 싫어져 처녀가 아니라고 누명을 씌워 고발했을 경우 여자의 부모는 성문 앞으로 나가 성읍의 장로들에게 딸이 처녀였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신부의 아버지는 딸이 처녀였다는 증거로 딸의 자리옷을 장로들 앞에 펴 보인다. 그러면 장로들은 남자를 구타하고 아내에게 누명을 씌운 대가로 벌금을 그녀의 아버지에게 물어주게 한다. 그는 그 여자를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그 고발이 사실로 확인되면 신부는 친정집 문 앞으로 끌려가 동네 사람들의 돌에 맞아 죽게 된다(신명기 22:13~21).
여자에게 있어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보지 못하고 처녀로 죽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입다의 딸이 좋은 예다. 입다는 길르앗이라는 사람이 창녀의 몸에서 얻은 아들이다. 길르앗 본처의 아들들이 입다를 쫓아낸다. 그는 지방으로 도망가서 건달패들을 모아 비적떼의 두목이 된다. 얼마 뒤에 암몬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쳐들어온다. 원로들은 입다에게 이스라엘의 수령이자 사령관으로 모실 것을 약속하며 암몬 군을 무찔러 달라고 간청한다. 입다는 야훼에게 “만일 하느님께서 저 암몬 군을 제 손에 붙여주신다면 암몬 군을 쳐부수고 돌아올 때 저의 집 문 앞에서 저를 맞으러 처음 나오는 사람을 야훼께 번제(燔祭)로 바쳐 올리겠습니다”고 약속한다. 번제는 하느님께 올리는 제사로 짐승을 통째로 구워 제물로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야훼가 암몬 군을 입다의 손에 붙여주어 이스라엘 군이 승리한다. 입다가 개선장군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에서 나와 맨처음 그를 맞은 사람은 외동딸이었다. 입다는 “네가 내 가슴에 칼을 꽂는구나. 내가 입을 열어 야훼께 한 말이 있는데 이를 어쩐단 말이냐!”고 외친다. 딸은 한 가지만 허락해달라고 하며 아버지에게 청을 드린다. “두 달만 말미를 주십시오. 벗들과 산으로 들어가 돌아다니며 처녀로 죽을 몸, 실컷 울어 한이나 풀고 오겠습니다.” 입다는 두 달 뒤 딸이 돌아오자 야훼에게 약속한 대로 했다. 이로부터 이스라엘에는 한가지 관습이 생겼다. 이스라엘 처녀들은 해마다 입다의 딸을 생각하며 집을 떠나 나흘 동안을 애곡하게 된 것이다(판관기 11).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을 하고 같이 살기 전에 잉태한 것이 드러난다(마태오복음 1:18). 요셉은 법대로 사는 사람이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낼 생각도 없었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무렵에 하느님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서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예수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다”고 일러준다(마태오복음 1:19~21).
예수의 탄생은 마리아에게도 미리 예고되었다. 하느님의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와서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고 일러준다. 마리아는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묻는데 천사는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고 대답한다(루가복음 1:26~35).
예수의 처녀 탄생이 강조된 것은 복음서를 쓴 사람들이 예수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신화적 상징을 즐겨 사용하던 당대의 문학 전통을 따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는 예수처럼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여러 차례 소개된다. 아브라함은 나이 백 살이 되던 해에 아흔 살이나 된 아내 사라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는다(창세기 17:19). 야훼의 천사가 아기를 낳지 못하는 돌계집에게 나타나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삼손이 태어난다(판관기 13:3). 자식이 없던 한나는 기도를 통하여 아들을 낳게 되어 “야훼께 빌어서 얻은 아기”라고 하여 이름을 사무엘이라 짓는다(사무엘상 1:20). 세례자 요한은 아이가 없던 늙은 부부가 천사 가브리엘의 방문을 받고 낳은 아들이다(루가복음 1:13).
12세기 초까지 마리아는 기독교의 성자 가운데 한 사람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명문가의 귀부인과 용감한 기사 사이에 궁정식 사랑(courtly love)이 유행처럼 번진 시기와 비슷한 무렵에 마리아를 예수 못지 않게 숭배하는 풍조가 싹트기 시작한다. 유럽 전역에 걸쳐 수도사들은 동정녀 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하는 흰옷을 입고 그녀에게 헌신했으며 교회에서는 마리아를 위해 특별히 예배시간을 따로 마련했다. 14, 15세기에 마리아는 지구상의 가난하고 저주받은 자들에게 따뜻하고 인정 많은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성모 마리아가 대중 속에 파고들게 된 것은 이처럼 수도회의 노력 덕분이었지만 마리아의 영광을 위해 예술작품과 건축물을 만들도록 주선했던 귀족 상인 시민들에게 힘입은 바도 크다.
그녀는 예수의 어머니로서보다 모든 사람이 간직하기를 바라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어머니 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성모 마리아의 순결은 1854년 로마 교황청이 공포한 무염수태(無染受胎·Immaculate Conception)교리에 의해 확고하게 뒷받침되었다. 기독교에서는 모든 인간이 원죄를 갖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그러나 예수는 이러한 원죄에 오염되지 않은 순결한 처녀에 의해 수태되었다는 것이 무염수태다.
무염수태 교리는 1858년 2월11일부터 7월16일까지 열여덟 번에 걸쳐 성모 마리아가 루르드에 발현한 사건을 계기로 더욱 공고해졌다. 루르드는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산맥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마리아는 루르드의 한 동굴에 나타나서 벨라뎃다 수비루라는 열네 살 된 소녀에게 “사제들에게 전해 이 곳에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게 하고, 이곳에 성당을 짓게 하여라”고 말했다. 마리아는 또한 자신이 “원죄 없는 잉태(무염수태)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홉 번째의 발현에서 마리아는 천식을 앓고 있던 벨라뎃다에게 동굴 안의 샘물로 몸을 씻도록 일러주었는데 기적처럼 병이 낳았다. 훗날 이 동굴 위에는 성모 대성전이 건립되었으며, 해마다 500만여 명의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샘물로 기적처럼 병이 낫기를 바라는 환자들이 섞여 있음은 물론이다.
성모 마리아의 무염수태처럼 유성생식을 하는 암컷이 수컷과 수정을 하지 않고 생식하는 것을 처녀생식(parthenogenesis)이라 한다. 처녀생식은 수정되지 않은 난자가 발생하여 성체로 성장하는 현상이다. 처녀가 아비 없는 자식을 낳는 것이다.
처녀생식은 자연의 변덕이지만 꽤 많은 동식물에서 볼 수 있다. 식물의 경우 벼 채송화 나팔꽃 등은 자성 생식세포가 수정 전에 분열하여 한 몫의 완전한 식물로 자란다. 꿀벌이나 진딧물과 같은 곤충과 채찍꼬리도마뱀은 무성적으로 증식하며, 칠면조도 자주 처녀생식을 한다. 진딧물은 처녀 한 마리가 한 해 동안에 아비 없는 자식을 수억 마리까지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사람의 경우 임신 160만 번 중 한번의 비율로 처녀생식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사례로 1944년 전쟁으로 파괴된 독일의 하노버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합군이 그 도시를 폭격하던 날, 한 젊은 독일 여자가 허탈상태에 빠져 있었다. 9개월 후 그 여인은 딸을 낳았는데 그 아기는 혈액검사와 지문대조 결과를 포함해서 어머니를 쌍둥이처럼 닮았다. 어머니가 된 그 여자는 맹세코 성교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폭격의 충격으로 야기된 어떤 신체적 반응으로 난자가 활성화되어 성장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처녀생식으로 생긴 개체는 어버이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동일한 제2의 개체를 ‘클론’이라 한다. 오늘날 생명공학의 발달로 체세포를 사용하여 동물을 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2005년까지 최초의 클론인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성모 마리아처럼 처녀가 아비 없는 자식을 낳는 일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