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처럼 아파트값이 폭등해 부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아파트를 사지 않았을 때 치르게 되는 대가는 여전히 크다. 장기적으로 보면 집을 사는 비용보다 빌리는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게다가 아파트는 한번 보유하면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현금을 만들어준다. 무리한 대출이 아니라면 아파트를 사는 게 도움이 된다.”
‘결국 당신은 아파트를 사게 된다’를 쓴 김경필 작가가 7월 28일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서울 부동산시장에선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아파트값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초기 자본금이라는 진입 장벽에 가로막혀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진다. “집을 꼭 사야 할까”라는 회의가 슬슬 고개를 드는 요즘, 김 작가는 “그래도 당신은 아파트를 사게 된다”고 말한다.
초양극화 시대, 왜 아파트인가
그는 ‘영끌’이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 사회초년생 월급 155만 원 중 124만 원을 저축하며 40세 전에 대출을 받아 강남 아파트에 입성했다. 대출이자를 감당하려고 두 차례나 세를 놓고 집을 떠나야 했지만, 그 아파트는 인생 최고 재테크 수단이 됐다. 김 작가는 지금은 영끌 시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아무 아파트나 사서는 안 되고, ‘똘똘한 한 채’만 살아남는 시장이 됐다는 것이다.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하루가 다르게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값이 부담스러운 요즘, ‘똘똘한 한 채’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똘똘한 한 채는 향후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을 수 있는 아파트를 가리킨다. 단순히 거주만을 위한 집이 아니라, 내가 낸 이자 대비 실효 수익을 고려한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 사람은 대부분 집을 살 때 인생에서 가장 큰돈을 투입한다. 거주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부담이 크다. 게다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초양극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상위 입지의 가격 상승률은 더욱 가팔라진다. 따라서 ‘똘똘한 한 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른 자산 대비 아파트가 가지는 매력이 무엇인가.
“아파트는 사용가치와 자산가치를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형 투자다. 예금은 물가상승률을 방어하기 어렵고, 주식은 단기 변동성이 큰 데다 팔아야만 사용가치가 생긴다. 반면 아파트는 직접 거주하면서도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높은 게 단점이지만, 아파트는 지난 50년간 단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다.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 일시적으로 하락했어도 1년 내로 회복됐다. 아파트는 전국 어디서든 일정 수준 이상 수익률을 보장해왔다. 그만큼 아파트에는 오래된 믿음이 있다.”
앞으로 인구 감소, 지방 집값 하락 우려 등 위험 요인이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금이라도 똘똘한 한 채를 사라”는 조언을 따르는 게 옳은 판단일까.
“아파트는 부동산 중에서도 환금성이 뛰어나다. 2000만 원 정도만 가격을 낮추면 바로 팔릴 만큼 현금화가 쉽다. 또 주택연금에 활용할 수 있고, 실제 생활자금으로 유동화하기에도 용이하다. 이런 특성 덕분에 아파트는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래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보나.
“사실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질 이성적인 이유는 많다. 그런데 아파트는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안정된 공동체를 원하고, 소득 수준이 비슷한 이들과 모여 살기를 바란다. 이런 군집 심리가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 게다가 30대 초반 맞벌이 부부 중 월 소득 1000만 원을 넘는 가구가 100만에 육박한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는 약 35만 채다. 고소득자는 늘어나고 상위 입지 아파트는 한정돼 있어 집값 하락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2011년부터 서울 아파트 3.3㎡당 5000만 원 시대가 온다고 얘기해왔다.”

‘결국 당신은 아파트를 사게 된다’ 저자 김경필. 조영철 기자
‘초1 학부모 눈’으로 임장 가야
똘똘한 한 채를 고를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위치 가치가 거의 전부다. 신축을 고집하는 2030도 있는데, 신축은 감가된다. 반면 좋은 위치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된다. 치안, 교육, 교통, 자연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처음 집을 사는 사람이나 10억 원 미만 가격대 아파트에선 교통이 가장 중요하다. 해당 지역의 철도 연장, 교통 개선, 도로 확장 계획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인천 송도, 경기 성남 판교, 경기 수원 광교처럼 ‘지역별 강남’이 생기고 있다. 미래 강남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입지를 판단할 때 어떤 징후나 신호를 보면 되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움직임을 보면 된다. 비혼과 저출생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집값은 육아하는 사람들이 주도한다. 임장을 갈 땐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눈으로 봐야 한다. 지금은 좋아 보이는 재래시장도 학부모 입장에선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누가 경기 화성 동탄에 사느냐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서울 서대문구보다 비싸지 않나.”
아파트 적정가격은 어떻게 판단하나.
“상대적 가치로 판단해야 한다. 사실 적정가격은 스스로 정의하기 어렵다. 소위 말해 비싼 건 다 이유가 있다. 최근 시장이 너무 과열돼 가격이 급등했다면 적정가격이 아니라고 느끼지 않나. 그런데 아파트는 주식과 다르다. 일주일 새 10% 하락하는 현상이 자주 없다. 특히 강남은 투자가치가 많이 반영돼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매매가 10억 원, 전세가 6억 원이면 4억 원은 투자가치다. 강남권 아파트는 이 격차가 35% 수준으로 투자 비중이 크다.”
금리인상기에 급매 나와
똘똘한 한 채 마련 지역이 서울이냐, 경기냐로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서울 자치구 중에서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곳,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경기 외곽을 저울질하곤 한다. GTX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50~60㎞ 떨어져도 출퇴근이 가능해 더 쾌적한 경기도가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내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서울의 입지 희소성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본다. 수도권이 GTX를 통해 서울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이유가 사람들이 여전히 서울 가까이에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서울 내 하위 입지가 미래 가치 면에서 더 매력적일 수 있다. 본인이 거주하는 생활권에서 500가구 이상 대단지, 위치 가치 충족, 대출 30% 이내 등 조건을 만족한다면 실패 확률이 낮다.”
발품을 팔 때 주의할 점이 있나.
“자금 규모가 정해졌다면 공략할 수 있는 아파트 3곳을 선정해야 한다. 같은 동네에 있는 서로 다른 A, B, C 아파트를 고르는 게 아니라 옥수동, 성수동, 광장동 식으로 동네 세 군데를 뽑아 비교하는 게 좋다. 그래야 입지별 특성과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매입 타이밍은 어떻게 잡는 게 좋은가.
“가격 등락을 볼 게 아니라 나의 준비 상태가 매입 타이밍이 돼야 한다.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30~40% 이내로 대출받을 곳을 고르는 게 적절하다. 10~15년이 지나면 아파트값은 기대인플레이션, 국채 10년물 금리로 수렴한다. 2000년대 초반 국채 10년물 금리는 7~8%였다. 당시 집을 산 사람은 10년 동안 10%가량 올랐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0년대 이명박 정부 때는 한국 국채금리가 4.5~5% 수준이었다. 당시 아파트도 약 7% 올랐다. 이렇게 평균 상승률은 국채 10년물 금리에서 1~2%p 더하는 수준이다. 현 시점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연평균 5% 이상 오르긴 어렵다. 이 흐름을 참고해 대출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사람이 주의해야 하는 실수는.
“영끌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집값이 과거처럼 가파르게 오르기 어려운 만큼 대출은 매매가의 30%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 투자전략상으로도 좋다. 또 집값은 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데, 통념과 달리 금리가 오를 때가 오히려 매입 적기일 수 있다. 이자 부담이 있어도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인상기에는 매입세가 위축되면서 집이 잘 팔리지 않아 집주인들이 매물을 서둘러 내놓는다. 이럴 땐 매입자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가 가능하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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