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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가 4.3m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의 길가메시 조각을 통해 우리는 수천 년 전 탁월한 문명을 남기고 사라진 수메르 민족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수메르는 ‘검은 머리의 사람들’이란 의미라고 합니다. 이 작품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양쪽 어깨 위에 봉처럼 둥글게 꼰 헤어스타일과 얼굴 폭만큼 큰 직사각형의 장식적인 수염입니다. 이런 스타일은 길가메시 오른쪽에 있는, 사람 얼굴을 한 짐승 라마수(Lamassu)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길가메시의 팔과 어깨, 의복에서도 장식적인 요소가 나타납니다. 양팔에 손목시계 형태의 팔찌와 완식(腕飾)이 표현돼 있고, 옷자락 끝단에 빗살무늬처럼 규칙적인 선들이 음각돼 있습니다.
길가메시의 얼굴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고 발은 옆으로 걸어가는 모습이어서 마치 이집트 벽화를 보는 듯합니다. 머리는 큰 편이고 불교 인왕(금강역사)상처럼 왕방울 같은 눈을 부릅뜬 채 아래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울퉁불퉁한 종아리 근육, 굵고 단단한 두 팔을 통해 길가메시의 건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왼팔로는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동물의 왕 사자의 목을 조르고 있고, 오른손으로는 뱀을 움켜쥐고 흡족한 마음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뱀은 길가메시의 영생(永生)을 빼앗은 존재이기에 더욱 꽉 잡고 있는 듯합니다. 이 조각은 당시 가장 강력한 인간, 위대한 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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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와 엔키두, 이슈타르와 라마수에 관한 이야기는 수메르인들이 발명한 진흙글씨(설형문자)로 기록된, 세계 최초 대서사시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수천 년간 잊힌 이야기를 19세기 서양의 한 학자가 우연히 발견했죠. 이것이 ‘길가메시 서사시’로,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 홍수설화 등 성경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단군신화에 비견될 수 있는 길가메시 이야기는 최근 일본이 게임 콘텐츠로 개발했고, 각국이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응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