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주택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이 줄어들면서 향후 공급난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42만8744채, 착공 물량은 24만2188채로 각각 전년 대비 17.8%, 36.8% 감소했다. 2~3년 후 주택 공급 바로미터가 되는 인허가·착공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도균]
1분기 서울 주택 인허가, 전년 대비 49.1% 급감
이런 가운데 부동산정책의 기준이 되는 주택 공급 통계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을 각각 38만8891채, 20만9531채로 집계했고 이를 토대로 국토연구원이 공급 부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국토부가 4월 30일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데이터베이스 누락으로 공급 실적이 과소 집계됐다”며 지난해 전국 주택 공급 통계를 수정했다. 준공 실적(31만6415→43만6055채)까지 합쳐서 감안하면 지난해 공급 실적에서 19만2000채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부동산정책 수립의 근간이 되는 핵심 통계에 오류가 발생함으로써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게 됐다.국토부의 통계 수정을 반영한다고 해도 지난해 인허가·착공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올해도 주택 공급 실적은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7만4558채로 지난해보다 22.8% 줄었고, 특히 서울은 6493채로 전년보다 49.1% 급감했다.
이에 대해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인허가, 착공, 준공 통계는 건설사가 공급 계획을 세우고 수요자가 내 집 마련 전략을 짜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면서 “문재인 정부 때 주택 통계 조작 의혹에 이어 이번 정부의 통계 오류까지 드러나 부동산정책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바로잡은 통계를 기준으로 해도 서울을 비롯해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라 향후 공급난이 우려되는 것은 변함없다”고 지적했다. 4월 30일 김 소장을 만나 주택 공급 부족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들었다.
최근 인허가·착공 물량 감소로 2~3년 뒤 서울 주택 공급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근거 있는 우려다. 착공은 2~3년 후, 인허가는 3~5년 후 주택 공급으로 직결된다. 최근 서울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줄었다는 것은 당장 2~3년 후 입주 물량이 부족해진다는 뜻이다. 서울은 지금도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 아파트를 지을 새 택지가 사실상 없는 서울에선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유일한 공급 방법이다. 2011~2020년 재임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원주민이 살 곳을 잃는다는 이유로 정비사업을 억제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 서울 주택 공급 감소다. 10년 전 재건축·재개발이 억제됐을 때 이미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부터 건설업계 ‘n월 위기설’ 이어져”
최근 건설 경기 침체도 주택 공급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 아닌가.“그렇다. 2015~2021년 부동산시장은 ‘묻지 마 호황’이었다. 집값이 오르니 수요자들은 좋은 투자 기회로 삼았고, 공급자인 건설업체들도 사업을 크게 벌였다. 주택사업에서 건설사는 자기자본 5~10%를 토대로 하고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추진한다. 토지를 살 때는 브리지론, 건설 단계에선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는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청약자가 몰려 집이 완판되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2022년 12월부터 이듬해 초까지 부동산시장은 1차 하락 충격을 겪었다. 2022년까지만 해도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는 집값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리인상에 따라 집값이 떨어지자 이런 식의 하락은 문제가 있다며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 후 서울 일부 지역이 전고가를 회복하는 등 수요자 시장은 한숨 돌렸지만, 공급자 시장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지난해부터 건설업계에선 ‘n월 위기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2022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자금난이 여전히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금리가 오른 데다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문제는 2020~2021년 비싼 값에 토지를 산 건설업체다.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지으려고 대출을 잔뜩 받아 땅을 샀지만 부동산시장이 냉각돼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대출금과 이자는 계속 내야 하니 앉아서 생돈이 나가는 형국이다. 일단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건축비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사라져 분양이 안 된다. 국제 분쟁 여파로 건자재 값이 올랐고 인건비도 오름세다. 그 결과 2020년 이전에는 아파트 3.3㎡당 500만~600만 원이던 건축비가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최근 뉴스에서 수천 대 1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아파트는 안전 마진이 확보된 극히 일부 사례다. 강남 3구, 용산구처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지역의 아파트나 계약 취소분처럼 수년 전 분양가로 나온 ‘로또’ 물건이 그것이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 서울 아파트 매입을 바라는 투자자의 이목은 2~3년 후 공급난으로 서울 집값이 급격히 오를지 여부에 쏠린다. 집값 전망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서울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크게 한 번 오를 거 같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수요층의 구매 여력이 크지 않아 집값 급등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최근 전문가들이 내놓는 집값 전망의 공통점은 서울 집값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서울 집값은 앞으로 크게 오를지, 조금 오를지 기로에 서 있다”면서도 “지금 주택 가격이 바닥을 치고 곧 반등할 것이라는 섣부른 ‘바닥론’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분석이다.
“최근 집값 바닥론이 나오지만, 바닥을 찍었다는 것은 5~7년 부동산 상승기로 가기 직전이라는 뜻이다. 지금 시장 상황에서 바닥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으로 집주인과 실수요자 간 줄다리기로 거래량 자체가 적은 상황인데, 이 팽팽한 균형이 깨지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2025년까지는 보합세 조정기가 이어질 것이다. 3년 후 부동산시장은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1~2년 내 폭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부동산시장은 공급량뿐 아니라, 투자자의 심리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가령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이명박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 결과로 서울 주택 공급이 늘었지만 집값이 폭등했다. 서울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낮긴 해도 몇 년 후 전망을 예단하긴 어렵다.”
“고점 대비 20~30% 떨어진 곳 주목할 만”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 [동아DB]
“충분한 자금력을 갖췄다면 2021년 고점 대비 집값이 20~30%가량 떨어진 곳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고 나서 바로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 집값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아직 부동산시장이 상승기에 진입하지 않았고, 바닥을 찍은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준비 안 된 이들은 매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시간이 지나 부동산시장을 복기해보면 분명 집값이 저점을 찍은 때가 있다. 2015~2021년 상승장 이전 하락장의 경우 2012년이 그랬다. 하지만 그 시점을 정확히 찍어 집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현실적으로 2013~2015년에 집을 산 사람도 대단히 현명한 투자를 한 것이다. 집은 투자 목적 외에도 나와 가족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주거편익이 있다. 입주해 잘 살고 있으면 당장 가격이 상승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시장 상황은 내 집 마련을 원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이들에게 기회다. 부동산에 대해 공부하면서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고 종잣돈을 만들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다소 꿈틀거려도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고립공포감) 심리에 빠지지 말고 차분히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눈여겨볼 지역이 있다면.
“자금이 부족한 경우 서울에서 눈여겨볼 곳은 노원구 상계동·중계동이다. 2022년 말~2023년 초 하락 때 집값이 고점 대비 많이 떨어졌다. 최근 착공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라는 호재가 있고,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적용 대상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서울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1기 신도시가 있다. 그중 분당 집값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이보다 가격대가 낮은 평촌·일산이나 산본·중동에 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대상인 수도권 택지지구를 손품, 발품 팔아 살펴보면 자금 사정에 맞는 좋은 입지를 찾을 수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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