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답답한 장을 몇 달 더 견뎌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고 봐야 한다. 2018년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고집을 부리면서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바람에 시장이 발작을 일으켰다. 그러다 2019년 대세 상승장이 한 번 왔다. 내년에 강세장이 올 수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9월 22일 시장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상황이 점차 개선되리라 전망하지만 한동안 부침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2024년 말까지 기준금리 5%를 유지할 계획임을 밝히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10월 4일 올해 고점 대비 각각 9.8%, 15.8% 하락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조영철 기자]
“직구 예상했는데 커브볼 던져”
8월을 기점으로 시작된 하락장이 두 달이 지나도록 멈추지 않고 있다. 내년 기업 실적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국채금리발(發) 충격이 더해지면서 혼란은 깊어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 역시 3분기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0억 달러 (약 1330조 원) 상당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임을 밝히며 채권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0월 4.8%를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상태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금리 등도 따라 올라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염 이사는 적극적인 매매보다 시장을 지켜보면서 침착하게 때를 기다릴 것을 주문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금리인상 시그널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역시 일부는 그간 주가가 상승하지 못한 배당주와 내년 호실적이 예상되는 기업들로 재편할 것을 권했다. 다음은 염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
9월 FOMC 정례회의를 어떻게 봤나.
“직구를 예상했는데 느린 커브볼이 날아온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에서 약간 다운되는 모습이 나타난 만큼 경제 전망 역시 밋밋하게 나오니 않을까 예상했는데, 정반대 공이 던져졌다. 기준금리 점도표가 상향 조치됐고,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마저 올라갔다. 즉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생각이 없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연준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경기가 악화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럼에도 물가를 확실하게 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내년 금리가 1%가량 낮아지리라는 기대감이 컸는데 이번 FOMC로 무산됐다. 오히려 ‘연말에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다. ‘경기가 한 번 휘청거려야 금리를 인하할 것 같다’는 시각이 퍼지면서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시장에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연착륙 전망도 수그러들고 있는데.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5.25~5.50%로 굉장히 높다. 경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연준이 경제성장률 등에서 자신감을 피력하지만, 어느 순간 180도 바뀐 스탠스를 취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10월부터 학자금대출 상환도 시작된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까지는 아니더라도 둔화되는 흐름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 증시는 또 불안감에 휩싸이며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보자면 금리가 꺾여야 한다. 금리가 꺾인 후에야 강세장이 오기 때문이다.”
7월 인터뷰 이후 시장 전망에 변화가 있었나.
“결국 목표를 향해 순탄하게 가느냐, 한 번 휘청거리고 가느냐의 차이다. 주식시장은 9월 하락 이후 V자 반등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 같다. 내년에 한 번 더 랠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까지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적극적으로 매매하기보다 금리가 꺾인다는 시그널이 확실히 보일 때까지 한두 달 정도 시장을 지켜보면서 차분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韓 내수기업 문제 생길 것으로 보여”
미국 경기가 좋다 보니 미국발 고금리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간 고금리를 버틸 수 있을까.“당연히 불편하다. 다만 수출기업은 괜찮다고 본다. 고금리가 이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기가 단단하다는 얘기다. 소비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도체 기업의 경우 업황이 이미 바닥을 찍었다. 수출기업은 현금 흐름만 좋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다만 국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내수기업은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건설사의 부동산 PF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닌 만큼 관련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와 다른 점도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국내에서 어느 정도 소비를 해준다면 금리 상승 여파가 완화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조금씩 돌아서고 있고 부동산 부양책이 나오고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지난해와 달리 완충제 역할을 할 부분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한국 경제가 심각한 피해는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시기에 맞춰 투자전략을 수립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자산이 많은 투자자라면 예금이나 채권투자도 좋다고 생각한다. 고금리 상황이지만 내년이면 미국 경기가 꺾이고 금리도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투자자 다수는 주식투자도 빠듯하다. 자산배분이 쉽지 않은 만큼 주식에만 집중하길 권한다. 올해 고배당주 가운데 주가가 오르지 못한 기업이 많다. 포트폴리오 일부를 이들 기업으로 옮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처럼 주가가 급락했을 때 내년에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 주식들을 일단 모으는 것이다. 주식에 투자할 자금도 부족한 상황에서 남들이 채권에 투자한다고 따라서 투자할 필요는 없다. 보유한 일부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판단되면 고배당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전방위적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최근 투자 매력도가 상승한 섹터가 있나.
“두 달 전만 해도 주가가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투자 매력도가 상승하고 있다. 우선 내년까지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에 주목했으면 한다. 당연히 반도체 업종이 괜찮아 보인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도 괜찮은 것 같다. 올해 OLED 산업이 굉장히 안 좋았다. 여기서 더 나빠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향후 자동차에 OLED가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만큼 관련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의 동력원이 배터리로 바뀌고 있고, 동시에 내부 시스템도 교체되면서 자율주행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테슬라가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하반기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동아DB]
“성장주, 수주 이력 있는 기업 선택해야”
테슬라가 제시한 답은 무엇인가.“테슬라의 자율주행차는 카메라를 이용해 움직인다. 전장부품 가운데 카메라와 연관된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카메라를 만드는 기업은 물론, 영상 화질을 올리는 기업, 카메라 관련 칩을 만드는 반도체 기업도 있다. 내년 시장 상황을 그려본다면 자율주행차 산업 쪽이 성장주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테슬라와 현대차 등 많은 기업이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계획인 만큼 모멘텀도 있다.”
보텀업(Bottom-Up) 전략이 중요한 시기다. 성장주에 투자할 때 중요 기준이 있다면.
“산업이 개화하는 시기다. 대중화된 산업이 아니라서 (실적 등) 숫자가 잘 나오기는 쉽지 않다. 다른 부분을 봐야 한다. 성장 산업 내에서 핵심 장비나 소재를 만드는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주행차 산업을 예로 든다면 테슬라에 카메라를 납품하는 기업이 가장 좋다. 테슬라처럼 굉장히 큰 고객사를 가졌거나,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에 뿌리내린 기업이 괜찮다. 확실한 레퍼런스, 즉 관련 수주 이력을 가진 기업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단순히 남들이 추천한다고 따라 사면 안 된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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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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