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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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늘면 나라 망한다?’ 상당 부분 틀린 얘기

[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국가채무 40% 자체 상환 능력 있는 ‘외화’ 매입에 쓰여… 미래 위한 저출산예산 늘려야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입력2023-09-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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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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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기간 경제 분석가로 일하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바로 한국인의 재정 강박증이다.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국가부채’를 다룬 콘텐츠들을 보면 죄다 “나라 망한다”는 댓글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국가부채가 지난해 10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부채의 상당 부분이 대응되는 자산을 가진 부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경제 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를 펴낸 이상민 재정문제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대응 자산이 있는 채무란, 예를 들면 외화 매입 용도로 발행하는 국채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므로 많은 외화를 보유해야 한다. 외화를 사려면 돈이 필요한데 대부분 국채를 발행해서 마련한다. 즉 외화를 매입하고자 국채를 발행하면 발행량 전체가 국채가 된다. 그러나 외화라는 대응되는 자산 자체에 상환 능력이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020년 기준 국가채무 847조 원 가운데 약 40%에 가까운 330조 원은 대응 자산이 있는 채무다.”

    국가부채 상당 부분 대응 자산 가져

    1997년 이후 한국은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쌓기 위해 대규모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을 발행했고 그만큼 국가부채도 늘었다. 그리고 이렇게 쌓아둔 외화자산은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운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자산의 90%를 다양한 자산에 투자 중이고 10%만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투자자산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것은 각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으로 거의 6할에 이르며, 이 밖에 다양한 회사채와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 국가부채 대부분을 내국인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8월 현재 외국인의 채권 보유액은 242조6000억 원으로 상장 채권 잔액의 9.7%에 불과하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는 특수채나 회사채보다 국채를 선호하기에 국채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19.4%에 이른다. 그러나 1955~19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저축을 늘리고 있어 국채 수급 여건은 외국인 투자자 없이도 충분히 여유롭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국 정부의 재정정책은 긴축 일변도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한국 재정정책이 얼마나 이상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민간 부문은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에 각각 전기 대비 0.6%p, 1.1%p 기여한 반면 정부는 -0.3%p, -0.5%p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이 부분을 다르게 얘기하면 정부가 이 정도로 긴축을 하지 않았을 경우 전기 대비 1분기는 0.9%p, 2분기는 1.6%p 경제성장을 달성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7월 발간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 방안’을 보면 올해 성장률을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경제 전망이 계속 하향 조정되는데도 정부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셈이다. 더 나아가 기획재정부는 8월 발표한 ‘2024년 예산안’을 통해 재정지출을 단 2.8%만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024년 한국의 명목성장률을 4.6%로 예측하는 상황인데, 재정지출 증가율이 2.8%가 된다면 정부 재정은 튼튼해질지 몰라도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인구 감소하면 건전재정 의미 없어

    물론 저출산에 따른 미래 재정 문제를 감안할 때 재정을 건실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쏟아부은 예산은 2020년 기준으로 약 2조4000억 원에 불과하다. 아동수당 2조3000억 원, 모자보건사업 330억 원 등이 전부다. 정말 미래 재정이 걱정된다면 지금 당장 저출산예산을 늘리는 것이 마땅할 텐데 오히려 재정지출을 줄이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재정지출을 늘리지 않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 깊이 뿌리내린 미래에 대한 공포와 비관을 한 번에 털어버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결혼하라고 말로만 그럴 게 아니라, 출산 커플에 1억 원씩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게 훨씬 설득력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결혼한 부부’가 아니라, ‘출산 커플’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비혼 출산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고 결혼 난도도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라 모든 출산 커플을 지원하는 게 맞는 방향일 것이다.

    그 돈을 어디서 조달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되겠지만 현재 교육예산이 남아돌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장 서울만 해도 2035년 서울 초중고 학생 수가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교실이 남아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교육예산을 저출산예산으로 전용할 방법은 충분하다. 또 교육예산 전용이 어렵다면 정부가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하면 될 일이다.

    어차피 인구가 지금처럼 감소하는 상황에서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한다 해도 그 끝은 명확하다. 따라서 건전재정을 위해 저출산예산을 줄이는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나아가 출산 붐을 유도하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성장률 하락을 막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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