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증시에 최근 연이은 악재가 등장하면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8월 1일(현지 시간)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8월 7일 미국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추고, 대형은행 6곳을 신용등급 강등 검토 대상에 올렸다. 두 악재 여파로 다우존스, S&P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향후 미국 증시가 깊고 긴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8월 9일 인터뷰에서 이 같은 상황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장 부사장은 “신용등급 강등 이슈는 미국 증시에 단기적 영향을 미칠 뿐”이라며 “오히려 하반기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원인으로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개선 분위기, 달러 약세 수순을 들었다. 장 부사장은 “내년 상승장까지 내다보면서 지금 같은 일시적 하락세를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 [지호영 기자]]
신용등급 강등 영향은 단기적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강등에 나선 배경은 무엇인가.“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크게 3가지 원인에서 비롯됐다. 큰 틀은 세수가 걷히지 않을 정도로 미국 경제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재정적자가 늘면서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0%까지 커졌다. 5월에는 미 의회에서 이 국가채무 한도를 놓고 갈등하다가 부도가 임박해서야 초당적 합의를 이뤘다. 빚은 점점 늘어나는데 정치권의 위기관리 능력은 떨어진다는 점에서 피치가 강등을 결정한 것이다. 은행 신용등급의 경우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영향이 컸다. 중소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자산(예금)이 줄었고, 금리인상으로 부채 상환이 잘 안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용등급 이슈가 뉴욕증시에 언제까지 영향을 미칠까. 일각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다. 월가에서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의 강등 결정을 ‘뜬금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가채무가 늘긴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채 수요가 갑자기 급감하거나 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중소은행들에 대해서도 파산까지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래서 오히려 ‘경기가 살아나려 할 때 왜 더 어렵게 만드느냐’는 비판론이 높다. 8~9월 미국 증시가 통계적으로 조금 안 좋은 편이니 딱 그 정도 빠질 것이라고 보면 된다. 더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도 눈이 쏠리고 있다. 7월 CPI를 어떻게 전망하나.
“좀 불안하게 보고 있다. 일단 유가가 많이 올랐다. 전미 휘발유 소매가격이 갤런(3.78L)당 3.8달러(약 5000원)대로 3개월 내 최고치를 찍었다. 곡물 가격도 심상치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흑해곡물협정이 파기되면서 미국 내 곡물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6월 CPI는 3%였는데, 시장에서는 7월 3.3%로 다시 반등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3.4% 정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데이터를 중시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이 수치를 면밀히 살필 것 같고, 금리 정책 결정자들도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한다.”
금리인하, 내년 6월 이후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금리인상 종료를 시사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까.“하커 총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등은 원래도 금리인상이 끝났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사람들 생각이 소수 의견으로 보인다. 7월 CPI가 반등한다고 가정하면 물가가 다시 꿈틀거린다는 건데,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린다? 불가능한 얘기다. 동결 내지는 한 차례 인상이 주류 의견에 가깝다. 다만 인상할 경우 그 시점은 9월이 아닐 수도 있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한 번 더 쉬면서 상황을 보다가 다음 FOMC 정례회의 때 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되면 금리인하 시점도 내년 3~5월쯤이 아닌 6월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악재도 있고 금리도 인상될 수 있는데 하반기 미국 증시를 낙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 ‘빅 세븐’으로 불리는 주요 빅테크 기업의 2분기 매출이 미국 중소기업 전체 시가총액보다 3~4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평가하는데도 이렇게 나온 것이다.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3~4분기, 내년까지 실적이 계속 좋아지면 당연히 증시도 상승세를 나타내게 된다. 또 이들 빅테크 기업이 앞서 대대적인 인력 감원, 수익구조 개선을 단행하면서 마진율(영업이익률)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 효과가 3분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물가가 다시 상승한다 한들 9.1%를 찍던 시기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봤자 3%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럼 미국의 긴축이 마무리 수순을 밟으면서 금리인상이 멈출 테고, 달러 약세가 나타날 것이다. 지금도 달러 인덱스가 102로, 지난해 115보다 떨어진 상태다. 앞으로 더 하락하면서 기업들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올라가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하반기 S&P500 지수가 4800 이상, 사상 최고치를 쓰지 않을까 예상한다.”
애플·테슬라 걱정할 필요 없다
하지만 2분기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고전하는 종목도 있다. 대표 기업이 애플인데.“재벌 걱정, 연예인 걱정 다음으로 쓸 데 없는 게 애플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웃음). 애플은 실적에서 서비스 매출의 비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래프1 참조). 아이폰 판매량은 부진했을지 몰라도 애플뮤직, 클라우드 같은 서비스에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4분의 1까지 올라왔다. 이 말인즉슨 이제 기계보다 서비스 판매가 주요 먹거리가 되는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내년쯤이면 이 비중이 3분의 1까지 커질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단순히 기계 판매량에 매몰될 필요가 없다. 이제 애플은 기초 소비재 종목 같은 느낌으로 나아갈 것이다.”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내리면서 2분기 영업이익률(9.6%)이 이전보다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낮은 게 아니다. 보통 완성차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다. 테슬라가 기존 10%대 후반으로 너무 높았던 것이다. 또 전기차 가격을 갖고 노는 기업도 테슬라밖에 없다. 다른 기업들이 전기차로 이익을 내기는커녕 만들 때마다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며 일부러 가격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테슬라에 대해서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그래프2 참조).”
“기술주 이외에 시장을 이끌어갈 만한 섹터가 별로 안 보인다. S&P500 지수에 상장된 전체 기업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컨센서스가 -9%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6%로 전망치를 웃돌았다(그래프3 참조). 여기에 크게 기여한 게 기술주들이다. 하반기, 내년까지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엔비디아가 너무 비싸서 부담스럽다면 알파벳을 보면 좋다.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MS)에 밀려 상반기에 많이 못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검색시장 1등은 구글이다. 최근 미국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가 적정주가 대비 주가가 가장 빠져 있는 종목으로 알파벳을 지목하기도 했다.”
건설 산업재 주가 계속 오를 것
투자할 만한 다른 섹터는 없나.“지난 인터뷰 때도 건설 산업재를 언급했는데, 또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미국 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 기조가 계속되는 한 건설 산업재 주가는 계속 오를 것이다. 제조업 기업들이 미국에 계속 생산 공장을 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 장비를 만들어 파는 캐터필라 주가가 8% 넘게 급등했다. 건설 장비를 대여해주는 유나이티드 렌탈스 같은 기업도 연초 대비 주가가 꾸준히 상승세다. 비단 생산공장만이 아니다. 주택 건설 경기도 좋다. 주택도 이런 건설 산업재 기업들이 짓는다. 따라서 익숙하지 않은 기업이라 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신용등급 강등 이슈로 미국 장기국채(10년물) 금리가 치솟았다. 채권 가격이 떨어졌을 때 투자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은데.
“채권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사놓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채권 가격은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올라가는데, 아직 금리를 인하한다는 신호가 전혀 없다. 아까 말했듯이 내년 6월 이후쯤 돼야 한다고 본다. 만약 금리인하를 한다면 파월 의장이 미리 시장에 신호를 줄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부터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두는 건 좀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추석에 귀성길이 편하자고 지금부터 고속버스를 타는 격이다(웃음). 추석에 길도 막히고 복잡할 테니까 미리 탄다는 건데, 기회비용 측면에서 하반기에는 그 돈을 차라리 기술주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본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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