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기자]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패 없는 투자를 하려면 무엇보다 ‘길게 보고 멀리 가는 투자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암호화폐 비트코인처럼 일시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자산에 투자하기보다 꾸준히 공부하면서 다양한 자산으로 구성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것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4월 8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있었던 영주 닐슨 교수의 ‘길게 보고 멀리 가는 글로벌 투자법’ 특강의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왜 투자해야 하는가
4월 8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의 특강. [조영철 기자]
영주 닐슨 교수는 최근 펴낸 책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위즈덤하우스)에서 ‘왜 자산관리, 그리고 투자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1년 초에 100만 원을 가지고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100만 원을 코스피에 넣고 잊고 있었다면, 2014년 말에는 474만 원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 시간 동안 2008년 금융위기도 있었고, 2003~2005년처럼 좋은 시절도 있었다. 100만 원을 그냥 예금했다면 2014년에는 대략 170만 원 정도의 돈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이 돈을 10년 국채에 투자하거나 대충 나누어 60%는 코스피, 40%는 국채에 투자했다면 코스피나 예금에 투자했을 때의 중간쯤의 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자가 이자를 버는 복리라는 개념만 생각한다면 저축만으로도 돈을 불릴 수 있겠지만, 이는 충분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이 조금 따르더라도 돈을 불릴 수 있는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100만 원으로 14년 뒤 474만 원을 벌 것인가, 아니면 170만 원에 만족할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고스톱 규칙은 다들 알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점수를 내고, 어떨 때 ‘박’을 쓰는지 말이다. 점수를 내고자 전략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모으고 광박, 피박을 면하기 위해 광과 피를 확보하려 노력한다. 고스톱에서 3점이 넘으면 ‘고(go)’나 ‘스톱(stop)’을 선택해야 한다. 이 같은 고스톱 규칙은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원칙과 놀라울 만큼 일치한다.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투자하려면 투자상품을 잘 이해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며, 주기적으로 투자 비율을 조정하는 리밸런싱을 해야 한다.고스톱 규칙을 숙지하지 못하고 시작하면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투자도 마찬가지다. 또한 고스톱에서 점수를 내려고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모으면 뜻밖의 손실을 입을 수 있듯이, 투자에서도 여러 곳에 분산투자할 필요가 있다. 고스톱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더라도 피박, 광박을 면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 투자를 이어갈 것인지, 수익을 실현할 것인지 의사결정은 투자자가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어느 시점에 ‘고’나 ‘스톱’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단기투자는 물론, 장기투자도 마찬가지다.
타이밍에 상관없는 주식투자법
투자에서 어려운 것이 바로 타이밍이다. 개인투자자가 언제 들어갈지, 언제 빠져나올지를 알기란 매우 어렵다. 잘못된 타이밍은 힘들게 모아 놓은 모든 것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세상에 나쁜 주식은 없다. 모든 주식가격은 항상 움직이므로 그 나름대로 투자하기 좋은 타이밍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주식 매매 타이밍을 신경 쓰지 않고 투자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타이밍의 영향을 덜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서로 성격이 다른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하나가 떨어질 때 다른 것은 떨어지지 않거나 심지어 올라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스마트폰을 만드는 애플과 생필품을 파는 월마트는 경기에 따라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고가 아이폰이 잘 팔린다. 경기가 나빠지면 아이폰이 덜 나가는 대신 월마트의 생필품은 꾸준히 판매된다. 경기에 민감한 주식과 민감하지 않은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함께 담아두면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회사의 주식 20개를 잘 섞어 놓는다면 경기에 따른 위험을 대부분 없앨 수 있다.
초보 투자자를 위한 스마트 투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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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추얼펀드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은 수수료다. 펀드마다 차이가 나는데, 비용과 수수료가 비싸다고 꼭 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적은 수수료 차이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엄청난 투자 성과의 차이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투자하기 전 성격이 비슷한 뮤추얼펀드를 놓고 수수료와 비용 등을 비교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초보 투자자가 펀드에 투자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다. 일정 기간 정해진 액수를 적립해 이를 채권이나 주식의 뮤추얼펀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목돈이 없어도 투자가 가능하고, 매달 꼬박꼬박 적립한다는 점에서 저축의 성격도 띤다. 적립식 펀드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주식시장 상승 또는 하락 같은 ‘타이밍’을 생각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이다. 매달 10만 원씩 적립식으로 투자하는데 주가가 하락했다고 생각해보자. 처음 적립할 때 주가가 2만 원이라 5주를 샀다. 이후 주가는 1만 원으로 하락했고, 또다시 10만 원 적립금으로 주식 10개를 샀다. 다시 주가는 5000원으로 떨어지고 주식을 20개 샀다. 이 경우 평균 주식 매입가격을 단순 계산하면 (2만+1만+5000)÷3=1만1667원이다. 하지만 평균 구매단가를 구해보면 30만 원으로 35주를 샀으니 30만 원÷35주=8571원이다. 평균 구매단가는 평균 주가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주식을 한꺼번에 사지 않고 시차를 두고 정기적으로 샀기에 평균 구매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
주식을 사고팔 듯 펀드를 사고팔 수도 있다. ETF(Exchange Traded Funds·상장지수펀드)는 이름 그대로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 가능한 펀드로, 최근 10년 동안 인기가 급상승한 투자상품이다. ETF는 뮤추얼펀드처럼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펀드 하나로 구성한 뒤 주식, 채권, 원자재 같은 자산에 투자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주식은 물론 중국과 남미 신흥국 주식도 ETF를 통해 국내에서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다.
투자로 건물주 되기
2016년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내 집을 장만하는 데 평균 8년이 걸린다. 서울 집값이 연소득의 8배가 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경우 일반 월급쟁이가 내 집을 마련하려면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집값의 80% 이상을 대출 받아 샀다면 이를 갚고자 수십 년 동안 일해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미국 대도시 부동산을 소유하고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믿겠는가. 빌딩 전체가 아닌 빌딩의 아주 작은 부분만 소유해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부동산투자신탁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s·REITs)다.
리츠는 주식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된다. 1960년 미국에서 시작된 리츠는 2015~2016년 1년 동안 약 147% 성장했고,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에서도 100% 이상 커졌다. 한국의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글로벌 리츠 상품을 갖고 있다. 리츠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즉 주식이나 채권 수익률이 나쁠 때도 부동산 리츠가 포트폴리오의 전체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부동산가격과 임대료가 올라가 리츠 배당금 역시 상승한다. 리츠 투자는 자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따라잡는 투자 효과가 있다.
세 개의 바구니
투자할 때 자산을 크게 3개 바구니에 나눠 담는 것이 좋다. 첫 번째로는 경제상황 변화와 상관없이 언제나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바구니를 꾸린다. 지금처럼 이자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저축만으로 자산을 불리는 데 한계가 있다. 저축처럼 안전하면서 저축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진국 국채, 특히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 국채 등을 사는 것이다. 2030세대라면 개인연금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40대 후반에 개인연금을 드는 것은 이자율이 낮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두 번째로는 자신이 목표로 한 수익률에 좀 더 빨리 다다르기 위한 바구니를 꾸린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 원자재 투자가 그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바구니에 얼마만큼 자산을 배분할지는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게 하면 된다. 안정을 추구한다면 첫 번째 바구니,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두 번째 바구니의 투자 비중을 높인다. 세 번째로는 자신의 전체 자산 가운데 5~10%를 떼어 좀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바구니를 꾸린다.
분산투자만큼 중요한 리밸런싱
3개 바구니에 자산을 배분하면 투자가 끝난 것일까. 30년 동안 투자하기로 했다면 가만히 30년을 기다리면 될까. 그렇지 않다. 자산배분을 한 다음에는 리밸런싱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리밸런싱은 투자자산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고자 자산을 사고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주식 80%, 채권 10%, 예금 10%로 나눠 투자했다고 해보자. 석 달 뒤 주식이 10% 올라 880만 원이 됐고, 채권은 5% 떨어져 95만 원이 됐으며, 예금은 그대로 100만 원을 유지했다. 이 경우 전체 자산이 1075만 원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주식은 880÷1075로 계산해 비중이 82%로 늘어난다. 채권은 95÷1075로 계산해 9%로 줄어들고, 현금 역시 100÷1075로 10% 이하가 된다. 자산배분이 원래 의도와 달라진 것이다. 이를 고치는 것이 리밸런싱이다.전체 자산 1075만 원에서 주식이 전체의 80%가 되려면 860만 원이어야 하니, 차액인 20만 원어치의 주식을 판다. 그 돈으로 채권 비율을 10%로 채우고자 12만5000원어치 채권을 사고 나머지 금액은 예금에 넣어 원래의 자산배분 비율로 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리밸런싱을 하면 가격이 올라간 자산을 팔아 수익을 실현하는 효과가 있다.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하면 연간 변동성을 낮춰 연평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같은 큰 충격을 받더라도 리밸런싱을 꾸준히 했다면 수익률 감소폭을 줄여 전체 수익률이 올라가게 된다.
“글로벌 헤드의 생생한 얘기, 현장감 있었다”
4월 8일 첫 특강을 수강한 사람들은 영주 닐슨 교수의 강의에 대체로 만족했다. 한 수강생은 “이제 투자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에게 특히 좋은 강의였다”며 “특강을 통해 투자를 어떻게 하고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총평했다. 다른 수강생은 “현업에 있는 글로벌 헤드들의 의견이 생생히 전달돼 현장감이 있었다”며 “자산 바구니를 어떻게 구성할지, 왜 이것이 필요하지를 잘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고스톱과 투자의 3가지 공통점은 정말 탁월한 비유”라고 평가했다.이번 영주 닐슨 교수의 특강에서는 2명의 글로벌 헤드가 화상전화를 통해 글로벌시장 전망과 개인의 장기투자에 관해 조언을 했다. 저스틴 장 핑 캐피털(Ping Capital)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집권체제를 구축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전쟁 가능성으로 중국 증시가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점은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고, 타리크 데니슨 GFM자산관리(GFM Asset Management) 최고경영자는 “월급을 받을 때마다 일정 금액을 빼서 지속적으로 주식, 채권, 리츠(REITs) 등에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 은퇴 후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