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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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전망 악화에도 ‘매수’ 외치는 증권사 리포트

20대 증권사 중 18곳, 상반기 중 단 한 건도 매도 의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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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7-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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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실적 전망과 증권사 리포트의 목표주가·투자 의견 간 괴리로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GETTYIMAGES

    기업 실적 전망과 증권사 리포트의 목표주가·투자 의견 간 괴리로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GETTYIMAGES

    “(전망이) 안 맞으니까 욕먹는 것이다. 주가 오르면 매수 리포트 내고 주가 내리면 매도 리포트 내지 않았나.” 

    “지난해 모든 증권사 리포트는 삼성전자가 ‘10만전자’ 간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주가를 봐라.”

    6월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올해 상반기 3년 6개월 만에 코스피가 3100을 돌파하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올렸다. 문제는 실적 전망이 뒷걸음질치는 기업에도 ‘매수’ 리포트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7월 1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중 국내 20대 증권사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제시한 비율은 평균 0.1%였다. 매수 의견은 평균 90.4%, 중립(보유) 의견은 9.5%로 나타났다. 20대 증권사 중 18곳은 매도 의견을 하나도 내지 않았다. 

    주가 빠져도 목표주가는 뛴다

    국내 증시에서 증권사 리포트의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투자 의견 사이 괴리는 오랜 관행이다. 삼성전자 사례를 보자.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실적 하락을 보였다. 지난해 2분기 10조 원이던 영업이익은 4분기 들어 6조 원대로 떨어졌다. 올해 2분기 실적(잠정 6조5000억 원)도 1분기(6조6000억 원)보다 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했다. 신한투자증권은 5월 7만7000원이던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월 30일 7만9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LS증권이 7월 1일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도 8만3000원으로 5월(7만 원)보다 19% 높아졌다.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6월 30일 삼성전자는 5만9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2차전지 기업 엘앤에프도 마찬가지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지난해 2분기부터 매출이 꾸준히 하락했으나 증권사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지난해 3월 교보증권은 당시 16만7700원이던 엘앤에프 주가에 대해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많다”고 평가하며 목표주가 22만 원을 제시했다. 6개월 뒤 주가는 9만2400원까지 떨어졌으나 이후에도 매수 의견은 이어졌다.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나온 엘앤에프 분석 리포트 25개 중 중립 의견은 단 하나뿐이다. 상상인증권은 5월 7일 ‘중립’에서 ‘매수’로 의견을 바꿨다. KB증권은 5월 27일 “납득되지 않는 주가 하락”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증권가는 엘앤에프의 2분기 잠정 실적 전망을 소폭 상향했다. 전년 동기(5548억 원) 대비 4.5% 높인 5799억 원이다.



    이런 현상은 몇몇 기업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월 1~26일 발간된 증권사 리포트 중 목표주가를 상향한 보고서는 291건이었다(표 참조). 지난해 6월(126건)의 2배가 넘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춘 보고서는 255건으로, 영업이익 전망을 높인 보고서(231건) 수를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6월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보고서는 229건, 하향 보고서는 189건이었다.

    눈치 보느라 못 쓰는 ‘매도’ 의견

    매수 의견이 압도적인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 관행에 금융감독원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2023년 7월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와 신탁 관련 영업 관행 등 개선은 증권업계의 오랜 숙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해 발생한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를 언급하며, 그 여파로 폭락세를 보인 8개 종목 가운데 리포트가 존재한 종목이 4개였고, 그중 3개가 ‘매수’ 의견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함 부원장은 이 자리에서 “시장 환경만 탓하지 말고, 애널리스트들이 조사 분석 자료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전현직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 리포트 작성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전직 증권사 관계자 A 씨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기업을 정보원으로 삼다 보니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리포트를 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직 기관투자자 B 씨는 “상장사 대부분이 증권사 고객이라, 매도 리포트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면 해당 기업이 증권사와 거래를 끊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 내부에서 리서치센터를 ‘코스트 센터’(회사에서 직접 수익을 내지 못하고 비용만 발생시키는 부서)로 인식하는 게 문제”라고 쓴소리를 했다. “인력과 자원 투자를 줄이다 보니 리포트 품질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증권사들이 투자를 통해 수준 높은 인력과 시스템을 확보해야 리포트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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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윤채원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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