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는 (올해 증시가) 괜찮겠지만 그래도 많이는 못 갈 것이다. 코스피 밴드 2900~3200 정도로 예상한다. ‘유동성 장세’ 얘기들을 하는데 개인 수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3100도 사실 버겁다.”
‘영남권 슈퍼개미’로 불리는 손명완 세광무역 대표가 6월 30일 하반기 국내 증시를 전망하며 한 말이다. 주식투자로 1000억 원대 수익을 올려 유명해진 손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외부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2022년 마지막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3년간은 박스권”일 것이라던 그의 예상이 적중했다. 손 대표는 이날 “지금은 (증시에)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외국인도 있는 돈을 돌려가며 투자하는 시기”라면서 “정부 증시 부양책과 상법 개정도 실제 자금 유입을 이끌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손명완 세광무역 대표. 손명완 제공
“당분간 가치주로 돈 못 번다”
그간 활동이 뜸했다.“4~5년간 대량 공시(대량 보유 상황 보고)를 안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 방향성이 너무 달라져 한 종목을 대량으로 보유할 만한 여건이 안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가치주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놓고 오래 기다리는 방법은 최근 증시 흐름과 안 맞는다.”
왜 그런 건가.
“외국인 매수 금액이 너무 적어서다. 가치주가 제대로 평가받을 만큼 장이 올라오질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한참 넘었다. 아직도 당시 수준으로 회복이 안 된 상태다. 지난번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됐다면 얘기가 좀 달라졌을 텐데, 실패했으니 사실상 신규 자금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그래서 외국인도 계속 순환매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갖고 있던 걸 팔아서 다른 데로 옮겨가고 또 옮겨가는 식이다. 이때는 개인도 대량 매수나 장기투자를 할 게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과거 주로 구사하던 투자법(가치투자)과 정반대 방식인데.
“가치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라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지금은 가격 메리트가 있는 종목이 보여도 실제 움직일 만한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많이 산 종목 위주로 산 다음 수익률이 5%가 되면 분할매도하기 시작해 20% 사이에서 전량 매도한다. 그러고 나면 그 종목이 다시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다른 종목, 섹터로 옮겨간다. 250개 넘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는 이유다. 또 갭 상승으로 출발하는 종목은 절대 안 산다. 펀드 환매로 가격이 왜곡되는 대형주에도 투자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나는 2만5000원 이하 중소형주에만 투자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상승세 아닌가. ‘코스피 4000’ 전망 속에 뜻밖의 비관론인 것 같다.
“그렇다. 다들 좋다고 하는데 나는 불안불안하다. 2021년 동학개미운동 때는 개인이 증시를 끌어올린 뒤 외국인이 다시 들어왔다.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경제가 살아나 장을 탄탄하게 받쳐야 한다. 그런데 미국 상호관세만 해도 반도체, 자동차 같은 한국 대표 산업에 치명타 아닌가. 조선의 경우 이제 캐파(생산 능력)가 거의 다 찼다. 물량을 더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 3~4년 뒤 선박 인도 시점에 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낮아질 거라는 점도 문제다. 중국 내수가 차츰 회복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게 되면 돈이 또 홍콩과 상하이로 흐른다. 그래서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다.”
“동학개미운동 때와 상황 달라”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도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보나.“정치권이 증시 부양 방법을 정말 아는지 모르겠다. 배당 유도만으로는 부족하고, 아예 상장사들이 영업이익 10%를 의무적으로 배당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1년에 수백억씩 이익을 올려도 배당을 안 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놓고 이자를 안 내는 거랑 똑같다. 하다못해 백화점도 연말이 되면 VIP에게 작은 선물을 하지 않나. 그런데 기업들은 배당 한 푼 안 하다가 돈이 필요해지면 유상증자를 한다. 이런 걸 못하도록 ‘3년간 배당 안 한 기업은 유상증자도 못 한다’고 확실히 못 박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 장이 좋아지려면 큰돈이 들어와야 한다. 외국인이 안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부자들로 하여금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배당소득세를 분리과세하는 정도가 아니라 10년 이상 장기투자자에게는 파격적으로 비과세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돈 있는 사람들이 자금을 주식에 묶어놓는다. 부동산 임대 수익률 평균이 3.5%다. 세제 혜택이 좋으면 돈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겨온다. 이 정도가 아니라면 실제 자금 유입은 어렵다고 본다. 기대감일 뿐이다. 젊은 사람들이 미국 주식,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도 국내 증시에 대한 실망감 때문 아닌가. 지금 국장으로 돌아오려면 환차손에 양도소득세까지 감수해야 한다. 더 확실한 보상이 있어야 이런 선택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11월 ‘빚투’ 반대매매 연중 최고치… 증시 대기 자금도 감소
‘롯데 3세’ 신유열, 바이오 사업 이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