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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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에 미국시장 막히자 한국 상륙하는 테무

한국인 채용, 물류 시스템 구축… 전문가 “국내 산업 붕괴 막을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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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2-2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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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무가 2023년 미국미식축구리그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내보낸 광고의 한 장면. [테무 제공]

    테무가 2023년 미국미식축구리그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내보낸 광고의 한 장면. [테무 제공]

    “테무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면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라는 문구가 보인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머리 집게, 옷걸이 등 생활 잡화 가격은 테무가 쿠팡의 3분의 1 수준이다.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려고 이것저것 더 담을 필요도 없다. 가끔 ‘Made in Korea(한국산)’ 제품도 보여 가격을 비교할 땐 테무도 꼭 확인하는 편이다.”

    중국계 온라인 쇼핑 플랫폼 테무(TEMU) 이용자의 후기다. 중국산 제품의 저품질 논란에도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는 국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3년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 이어 최근 테무가 한국시장 직접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어 판매 사이트 개설 후 이용자 수 17.5배 ↑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홀딩스(PDD) 자회사인 테무가 지난해 말부터 인사(HR), 총무, 홍보·마케팅, 물류 등 핵심 직군의 한국인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내 통합 물류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CJ대한통운과 한진 등이 국내 ‘라스트마일’(최종 배송 단계) 물류를 담당했지만, 앞으로는 본사 차원에서 공개 입찰로 한국 주요 물류 업체와 계약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필수적인 물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무의 한국 진출 방식은 또 다른 중국계 온라인 쇼핑몰 알리와 비슷하다. 알리는 2019년 한국어 판매 사이트를 개설한 후 2023년 8월 한국법인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설립했고, 사무소 개설과 한국 직원 채용 등 현지화 절차를 밟았다. 2023년 10월에는 한국 전용 상품관 ‘K-베뉴(K-Venue)’를 만들어 판매 영역을 중국 공산품뿐 아니라 한국 신선식품으로까지 확대했다.

    테무도 2023년 7월 한국어 판매 사이트를 열고, 지난해 2월 한국법인 ‘웨일코코리아유한책임회사’(Whaleco Korea LLC)를 설립한 뒤 직원 채용과 물류 현지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일단 한국어 판매 사이트 개설 전략은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국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서다. 앱과 소매시장의 사용자를 분석해 제공하는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1월 기준 테무 앱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823만 명이다. 2023년 8월(52만 명)과 비교해 17.5배 늘었다. 한국시장 쇼핑 앱 가운데 테무보다 MAU가 많은 곳은 쿠팡(3302만 명)과 알리(912만 명)뿐이다. 11번가(780만 명)와 G마켓(542만 명)은 테무에 밀려 전체 순위 4, 5위로 내려앉았다.

    테무 앱 결제 금액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 표본조사 결과 만 20세 이상 한국인이 테무에서 결제한 추정 금액은 2023년 311억 원에서 지난해 6002억 원으로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C커머스의 한국 진출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 중국계 플랫폼 기업의 미국 내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그 대안으로 한국이 부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發 관세전쟁 여파로 C커머스 한국行 확대될 듯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테무는 광고 단가가 초당 3억 원에 이르는 미국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슈퍼볼) 광고를 집행할 만큼 미국 소비자 공략에 공을 들인 회사”라며 “관세 부담 때문에 미국시장 진출에 제약이 생기면 다른 거점 국가를 찾을 테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 중 구매력이 강하고 초저가 시장에 강자가 없는 한국이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C커머스 업체가 한국에서 중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제품을 해외에 유통하는 역할까지 맡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이미 알리는 한국 기업 제품을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글로벌 유통망 구실을 하고 있다”며 “한국 유통 플랫폼 산업의 붕괴를 막으려면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국내 기업들이 C커머스에 대응할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유통 플랫폼이 약해진 상황에서 C커머스의 시장 장악력이 커지면 한국 기업들이 제품 기획 단계부터 중국 플랫폼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중소기업이 C커머스와 계약할 때 ‘갑질’을 당하지 않도록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중국 업체들이 한국 법체계를 준수하는지 철저히 점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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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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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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