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공지능(AI) 업계의 관심사는 누가 먼저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성공하느냐다. AGI 서비스를 가장 먼저 제공하는 기업이 향후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
안동후 유에스스탁 이사가 2월 12일 인터뷰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딥시크 쇼크 이후 AI 테마를 주도할 기업이 어디인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안 이사는 이때 주목할 키워드가 AGI라고 밝혔다. AGI는 특정 분야에만 강점을 갖는 현 AI와 달리, 모든 영역에서 인간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보이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AI를 가리킨다. ‘가성비’ 좋은 딥시크의 생성형 AI 모델 ‘R1’ 출시 이후 저비용-고효율 AI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 등 빅테크는 오히려 AI 관련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안 이사는 “딥시크로 AI 수요가 더 많아졌다”며 “이제 관건은 다른 기업이 흉내 낼 수 없는 독점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주식시장 과열 우려에 대해서는 “종목별로 조정이 이뤄질 수 있으나 지수면에서 큰 폭의 등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이사는 1999년 현대증권(현 현대차증권)에 입사해 프라이빗뱅커(PB) 등을 지낸 뒤 2017년 유에스스탁으로 자리를 옮긴 투자 전문가다.
![안동후 유에스스탁 이사. [홍태식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ae/ac/c5/67aeacc500bed2738250.jpg)
안동후 유에스스탁 이사. [홍태식 기자]
미국 증시 과열론은 실체 없어
최근 미국 소비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도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기대 인플레이션은 높아졌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시장 움직임은 생각보다 적다. 또 트럼프가 처음에는 보편 관세를 얘기하다가 상호 관세로 방향을 바꾸지 않았나. 관세 정책이 일종의 협상 도구처럼 사용되다 보니 관세가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 증시가 과열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S&P500의 포워드 PER(현 주가를 추후 12개월간 예상되는 총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22배 정도로, 유럽이나 다른 시장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상위 7개 종목(애플, MS, 알파벳,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주가가 높다 보니 그렇게 평가되는 것뿐이다. 올해 초부터 애플, MS, 엔비디아 등 굵직한 기업 주가는 조정을 받았다. 최근 기술주 부문 중심이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상황이니, 개별 종목별로 영향을 받는 사례가 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미국 증시가 과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AI 관련 종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딥시크 출시 이후 AI 개발 중심이 효율성을 따지는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기술이 발전하면 시장이 양분돼 한쪽은 프리미엄 AI 서비스, 다른 한쪽은 비용 효율적인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삼을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하이엔드급 AI가 탑재돼야 한다. 반면 ‘배달의민족’처럼 특정 서비스만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용 AI는 그것보다 조금 낮은 급이어도 된다. 이렇게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는 기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아직 AI가 다 완성된 상태는 아니다.”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는 프리미엄 AI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 같다.
“그렇다. 지금 빅테크는 ‘누가 먼저 AGI에 도달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제 엔비디아는 칩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자율주행, 로봇 관련 코스모스 플랫폼 등 AI 생태계 거의 모든 영역에 관여하고 싶어 한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분야에 갇히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오픈AI를 974억 달러(약 141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빅테크는 AGI 서비스를 가장 먼저 제공하는 기업이 AI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고 있다. 당장 돈이 많이 들더라도 나중에 다 회수할 수 있으니 물불 안 가리겠다는 심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관련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딥시크 출시 이후 본격화된 AI 패권 싸움의 일환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오픈AI도 급한 면이 있다. 차세대 AI 개발에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딥시크 같은 후발 주자가 계속 쫓아오고 있지 않나. 여기서 더 격차를 벌리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단, 펀딩 규모 자체가 워낙 커서 유치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AI 시장은 승자 독식… ‘1등 기업’에 투자해야”
![[GettyImages]](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ae/ad/58/67aead5811fdd2738250.jpg)
[GettyImages]
“AI 도입 초기에 하드웨어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져서 이제 기본적인 인프라는 갖춰진 상태다. 물론 좀 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는 계속되겠지만, 올해부터는 소프트웨어 투자로 가는 단계가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 소프트웨어 투자에 집중하는 기업이 시장 반응도 좋다. 광고 부문에서 AI를 잘 사용하는 메타가 그 사례다. 메타 주가는 1월부터 1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앞으로는 AI 도입 전후로 드라마틱한 서비스 발전을 보이는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바뀔 것이다.”
현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기업을 알아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나.
“독점성이다. ‘이 기업’만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봐야 한다. 다른 회사가 흉내 내기 어려운 부분을 선점하는 회사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앞서 AGI를 가장 먼저 서비스하는 기업이 AI 섹터를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했다. 후발 기업은 낙수효과 정도만 누릴 것 같다. 그게 현 AI 시장의 현실이다.”
지금 ‘독점성’을 가졌다고 평가할 만한 회사를 꼽는다면.
“팔란티어다. AI 이해도가 가장 높고, 소프트웨어도 잘 만든다.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대규모 언어모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얘기했다. 데이터 분석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업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예전 같으면 데이터 분석에서 끝날 문제를 문제 분석과 해결점까지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테슬라가 트럼프 2기 출범 후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것을 보면 의외로 팔란티어가 가장 큰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와 드론 수요가 늘었다. 이를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려면 AI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그 기반 소프트웨어를 팔란티어가 만든다.”
또 다른 기업이 있다면.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모인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를 주목할 수 있다. 최근 헬스케어와 바이오 분야가 AI 도입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팔란티어가 개발한 고급 소프트웨어를 쓸 수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고민이 많은데, 여기에 도움을 주는 곳이 액센추어다. 앞으로 AI를 사용하는 회사가 많아지면 액센추어 같은 컨설팅 회사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시장 재편 상황에서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I 기술주 투자를 꾸준히 하되 ‘2등’은 사지 않는 게 좋다. 엔비디아와 AMD를 예로 들 수 있다. AMD가 엔비디아를 빠르게 쫓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기대와 달랐다. 지금 AI 시장은 ‘누가 먼저 가느냐’의 싸움이다. 확인되지 않은 2등을 사지 말고, 1등 기업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매수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공매도, 1년 5개월 만에 재개
탄핵 정국과 관세 공포에 치솟는 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