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성수기가 돌아왔다. 10월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기업은 총 21곳(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이다. 월별 최다 기록이다. 하지만 공모주 청약이 많다고 해서 수익도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다. 갈수록 공모주 투자수익률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공모주 투자수익률(공모가 대비 상장일 시초가)은 1분기(1~3월) 174.86%에서 2분기(4~6월) 85.92%, 3분기(7~9월) 44.00%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전업맘, 재테크로 매년 3000만 원 벌다’의 저자 박현욱 씨는 공모주 전문 블로거다. 삼성증권에서 PB로 14년간 근무하다가 2015년 3월 퇴직했다. 퇴직 후 전업주부가 된 박 씨는 블로그에 일기를 쓰듯 공모주 매도 후기를 꾸준히 올렸다. 현재 블로그 이웃수는 12만8000여 명에 달한다. 자녀에게 재테크 지식을 증여하려면 공모주 투자를 꼭 해야 한다는 박 씨에게 공모주 투자 팁을 물었다.
공모주로 연간 얼마 정도 수익을 내나.
“매년 전체 재테크 수익의 10~20%를 공모주로 번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어가 많이 없어서 공모주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10~11%였다. 연간 재테크 총수익이 얼마인지 정확히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3000만 원은 훨씬 넘는다.”
공모주에 투자한 계기는.
“삼성증권에서 PB로 일할 당시에는 삼성증권이 IPO를 많이 주관하지 않아 공모주에 큰 관심이 없었다. 내가 퇴직한다고 하니 고객 중 한 명이 아이 키우면서 공모주를 한번 해보라고 권하더라. 그래서 2015년 3월 퇴사하자마자 IPO를 하지 않는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 계좌를 다 개설했다.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투자 공부가 아니라, 증권사 계좌부터 먼저 개설해야 한다.”
가장 큰 수익을 낸 공모주 종목은.
“수익금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당시 비례 배정까지 ‘풀 청약’했다.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DS단석이다. 공모가가 10만 원이었는데 두 번째 거래일에 47만5000원에 팔았다. 거의 최고가(49만5000원)다. 평소에는 상장일 시초가에 매도하는데 DS단석은 ‘따따블’ 갈 거라고 생각해 가지고 있었다. 반대로 욕심 부리다가 최저가에 판 것도 있다. 현대힘스가 상장일에 빠르게 따따블까지 가서 좀 더 기다렸지만 그다음 날 저가에 팔았다. 내 예감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니 역시 욕심 부리지 말고 상장일 시초가에 파는 게 좋다.”
좋은 공모주 고르는 팁이 있다면.
“IPO를 통해 모은 자금을 어디에 쓰는지 잘 봐야 한다. 자금을 차입금 상환이나 사옥을 짓는 데 절반 이상 쓰는 기업은 무조건 거른다. 의무보유확약비율도 중요하다. 두 자릿수는 돼야 한다. 의무보유확약비율이 높은 기업은 통계적으로도 상장일에 손해가 난 사례가 거의 없다. 반면,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은 큰 의미가 없다. 경쟁률이 세 자릿수인데도 상장일부터 손해나는 기업이 꽤 있다.
기술 특례 상장, 성장성 특례 상장 등 ‘특례’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업도 주의해야 한다. 이런 기업의 90% 이상이 상장된 지 2~3년도 안 돼 좀비기업이 된다.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는데도 상장된 지 얼마 안 됐으니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특히 특례기업 가운데 이전 3개년이 모두 자본잠식 상태인데도 투자 설명서에는 ‘판매처를 뚫어서 2년 뒤 영업이익이 10배가 날 것’이라고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기업이 있다. 이런 기업은 균등 배정에도 청약하지 말아야 한다.”
연말까지 유망한 공모주는 무엇인가.
“케이뱅크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케이뱅크의 희망공모가가 9500~1만2000원인데 현재 케이뱅크의 장외주식 주당 가격은 1만4000원대에 불과하다. 공모가가 3만9000원이었지만 공모가 확정 당시 장외주식 가격이 6만~7만 원이나 됐던 카카오뱅크와 대비된다.
더본코리아는 케이뱅크보다 유망해 보인다. 투자자들이 백종원 대표에게 갖는 호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보통은 자기 지분이 70~80%면 시장 유동성을 위해 주식을 내놓는 양 ‘구주 매출’을 많이 하는데, 백 대표는 지분율이 70%가 넘는데도 구주 매출을 하지 않는 점도 호감이다. 다만, 더본코리아가 피어그룹(비교기업)에 풀무원 등 만만치 않은 기업들을 넣어놔서 공모가가 너무 높게 책정되지는 않을지 지켜봐야 한다.”
공모주 투자자가 연말에 주의할 점이 있다면.
“11~12월은 많은 종목이 몰려 있어 상장일 시초가부터 손실이 나는 종목이 꼭 나온다. 공모주는 앞에 상장된 종목의 흐름을 많이 따라가는 것이 특징이라 앞 종목이 상장일부터 손실이 나면 그다음 상장되는 종목들도 그럴 확률이 높으니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상장일 시초가에 매도하면 손해는 안 본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파두와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다.”
오랜 공모주 투자자로서 공모주 시장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점을 꼽는다면.
“균등 배정 제도가 생긴 이후 상장되고 얼마 안 돼서 유상증자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공모주 청약에서 미달이 나는 경우가 적어지자 주관사가 기업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듯하다. 주관사는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면 청약 수수료나 증거금을 받을 수 있으니 주관사가 상장되지 말아야 할 기업을 먼저 찾아가 상장시켜주겠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블로그 이웃들이 비밀 댓글이나 쪽지로 제보한 내용이다. 상장 1년 뒤 기업 상황이 투자 설명서에 나온 예측과 괴리가 심하면 페널티를 주는 등 정부, 거래소, 증권사, 상장기업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
공모주 시장에 문제점이 있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공모주 투자를 계속해야 할까.
“해야 한다. 공모주에 투자하면 투자 설명서를 읽게 되는데, 투자 설명서를 읽다 보면 기업 공시 내용이 쉽게 이해되고 주식 공부가 절로 된다. 공모주 투자를 시작으로 주식투자로까지 재테크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다만 ‘커피 값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성장성이 낮은 기업의 공모주에도 균등 청약을 무조건 넣고 보는 개인투자자가 있는데, 이는 삼가야 한다. 공모주에 투자하면서 기업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자녀에게 몇천만 원씩 증여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재테크 지식이라도 증여해주자.”
공모주 전문 블로거 박현욱 씨. [박현욱 제공]
공모주로 연간 얼마 정도 수익을 내나.
“매년 전체 재테크 수익의 10~20%를 공모주로 번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어가 많이 없어서 공모주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10~11%였다. 연간 재테크 총수익이 얼마인지 정확히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3000만 원은 훨씬 넘는다.”
공모주에 투자한 계기는.
“삼성증권에서 PB로 일할 당시에는 삼성증권이 IPO를 많이 주관하지 않아 공모주에 큰 관심이 없었다. 내가 퇴직한다고 하니 고객 중 한 명이 아이 키우면서 공모주를 한번 해보라고 권하더라. 그래서 2015년 3월 퇴사하자마자 IPO를 하지 않는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 계좌를 다 개설했다.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투자 공부가 아니라, 증권사 계좌부터 먼저 개설해야 한다.”
가장 큰 수익을 낸 공모주 종목은.
“수익금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당시 비례 배정까지 ‘풀 청약’했다.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DS단석이다. 공모가가 10만 원이었는데 두 번째 거래일에 47만5000원에 팔았다. 거의 최고가(49만5000원)다. 평소에는 상장일 시초가에 매도하는데 DS단석은 ‘따따블’ 갈 거라고 생각해 가지고 있었다. 반대로 욕심 부리다가 최저가에 판 것도 있다. 현대힘스가 상장일에 빠르게 따따블까지 가서 좀 더 기다렸지만 그다음 날 저가에 팔았다. 내 예감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니 역시 욕심 부리지 말고 상장일 시초가에 파는 게 좋다.”
좋은 공모주 고르는 팁이 있다면.
“IPO를 통해 모은 자금을 어디에 쓰는지 잘 봐야 한다. 자금을 차입금 상환이나 사옥을 짓는 데 절반 이상 쓰는 기업은 무조건 거른다. 의무보유확약비율도 중요하다. 두 자릿수는 돼야 한다. 의무보유확약비율이 높은 기업은 통계적으로도 상장일에 손해가 난 사례가 거의 없다. 반면,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은 큰 의미가 없다. 경쟁률이 세 자릿수인데도 상장일부터 손해나는 기업이 꽤 있다.
기술 특례 상장, 성장성 특례 상장 등 ‘특례’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업도 주의해야 한다. 이런 기업의 90% 이상이 상장된 지 2~3년도 안 돼 좀비기업이 된다.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는데도 상장된 지 얼마 안 됐으니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특히 특례기업 가운데 이전 3개년이 모두 자본잠식 상태인데도 투자 설명서에는 ‘판매처를 뚫어서 2년 뒤 영업이익이 10배가 날 것’이라고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기업이 있다. 이런 기업은 균등 배정에도 청약하지 말아야 한다.”
연말까지 유망한 공모주는 무엇인가.
“케이뱅크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케이뱅크의 희망공모가가 9500~1만2000원인데 현재 케이뱅크의 장외주식 주당 가격은 1만4000원대에 불과하다. 공모가가 3만9000원이었지만 공모가 확정 당시 장외주식 가격이 6만~7만 원이나 됐던 카카오뱅크와 대비된다.
더본코리아는 케이뱅크보다 유망해 보인다. 투자자들이 백종원 대표에게 갖는 호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보통은 자기 지분이 70~80%면 시장 유동성을 위해 주식을 내놓는 양 ‘구주 매출’을 많이 하는데, 백 대표는 지분율이 70%가 넘는데도 구주 매출을 하지 않는 점도 호감이다. 다만, 더본코리아가 피어그룹(비교기업)에 풀무원 등 만만치 않은 기업들을 넣어놔서 공모가가 너무 높게 책정되지는 않을지 지켜봐야 한다.”
공모주 투자자가 연말에 주의할 점이 있다면.
“11~12월은 많은 종목이 몰려 있어 상장일 시초가부터 손실이 나는 종목이 꼭 나온다. 공모주는 앞에 상장된 종목의 흐름을 많이 따라가는 것이 특징이라 앞 종목이 상장일부터 손실이 나면 그다음 상장되는 종목들도 그럴 확률이 높으니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상장일 시초가에 매도하면 손해는 안 본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파두와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다.”
오랜 공모주 투자자로서 공모주 시장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점을 꼽는다면.
“균등 배정 제도가 생긴 이후 상장되고 얼마 안 돼서 유상증자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공모주 청약에서 미달이 나는 경우가 적어지자 주관사가 기업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듯하다. 주관사는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면 청약 수수료나 증거금을 받을 수 있으니 주관사가 상장되지 말아야 할 기업을 먼저 찾아가 상장시켜주겠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블로그 이웃들이 비밀 댓글이나 쪽지로 제보한 내용이다. 상장 1년 뒤 기업 상황이 투자 설명서에 나온 예측과 괴리가 심하면 페널티를 주는 등 정부, 거래소, 증권사, 상장기업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
공모주 시장에 문제점이 있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공모주 투자를 계속해야 할까.
“해야 한다. 공모주에 투자하면 투자 설명서를 읽게 되는데, 투자 설명서를 읽다 보면 기업 공시 내용이 쉽게 이해되고 주식 공부가 절로 된다. 공모주 투자를 시작으로 주식투자로까지 재테크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다만 ‘커피 값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성장성이 낮은 기업의 공모주에도 균등 청약을 무조건 넣고 보는 개인투자자가 있는데, 이는 삼가야 한다. 공모주에 투자하면서 기업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자녀에게 몇천만 원씩 증여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재테크 지식이라도 증여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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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안녕하세요. 임경진 기자입니다. 부지런히 듣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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