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산운용사 하이타워 트레저리 파트너스의 리처드 사퍼스테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11월 2일(이하 현지 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날 사퍼스테인 CIO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긴축 지연 효과로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증시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반면 국채는 투자하기 아주 괜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장기국채(10년물 등)를 중심으로 채권금리가 치솟으면서 채권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이를 저가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향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채권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 내다보고 선제 투자에 나서려는 것이다. “지금이 채권투자 적기”라는 전문가들 평가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가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GETTYIMAGES]
유럽·영국도 긴축 마무리 수순
채권투자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일찌감치 채권 매수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컸다. 그러다 최근 들어 “이번엔 진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연준은 11월 1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12월에도 현상 유지가 유력하다. 내년 상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함으로써 전 세계 긴축 기조가 마무리 수순을 밟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OE는 11월 2일 기준금리를 5.2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최근 채권금리는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 가장 많은 양이 유통돼 전체 채권금리의 지표로 활용되는 미국 10년물 국채의 경우 11월 6일 4.6%대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10월 23일 16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5%대까지 치솟았다가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11월 1일을 기점으로 하락 전환한 것이다. 같은 날 3년물, 30년물 국채금리도 각각 4.7%, 4.8%대를 나타내 10월 5%대를 넘나들던 것에 비해 낮아졌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 외에 미국 재무부가 내년 초 발행되는 국채 대부분을 재정증권으로 발행하기로 해 국채 수급 부담이 완화된 점도 미국채 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채 금리 고점 10월 확인”
하반기 들어 국내에서는 채권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화채권 투자 열기가 두드러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외화채권 보관 및 결제 금액은 전분기에 비해 모두 증가했다. 보관 금액은 257억7000만 달러(약 33조7870억 원)로 전분기(251억4000만 달러·약 32조9610억 원)보다 2.5% 증가했고 결제 금액은 전분기(226억9000만 달러·약 29조7500억 원) 대비 11% 증가한 251억8000만 달러(약 33조 원)로 집계됐다. 3분기 외화채권 보관 및 결제가 가장 많이 이뤄진 시장은 유럽(1위), 미국(2위) 등이었다.미국 주식 가운데 미국채 관련 상품의 인기도 높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하반기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미국 주식상품은 4억9884만 달러(약 6540억 원)를 기록한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 국채 3배 ETF’다(10월 31일 기준). 이 상장지수펀드(ETF)는 미국 20년 이상 장기채를 3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국채금리가 낮아질수록 이익을 본다. 이 밖에 일본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2억8160만 달러·약 3690억 원),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ETF’(1억5342만 달러·약 2011억 원),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바이라이트’(1억4853만 달러·약 1945억 원)가 각각 4위, 6위, 7위를 차지했다.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4개가 미국채 관련 ETF인 것이다.
임제혁, 윤여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1월 2일 “고금리 부작용이 점차 나타나는 과정에서 미국채 금리 고점이 10월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상단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 연구원은 “장기채 금리 하락은 다시 연준의 긴축 우려로 이어질 수 있기에 추가적인 경기둔화를 확인하기 전까지 장기채 금리는 4.5%를 상회하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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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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