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1

2017.06.07

특집| 기준부터 마련하라!

인사 논란에 발목 잡히나

높은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vs 낮은 ‘인사’에 대한 평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ankangyy@hanmail.net

    입력2017-06-02 16: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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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에서 70~80% 찬성이면 거의 만장일치로 보는 견해가 있다. 10% 남짓의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역대 정부마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국정수행 지지율이 70∼80%를 오갔다. 국민 대부분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해도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갓 출범한 정부가 딱히 잘한 일은 없을 터. 그렇기에 70∼80% 지지율에는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잔뜩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출발도 산뜻하다. 5월 29일 CBS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84.1%(매우 잘함 62.7%+잘하는 편 21.4%)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10.0%(매우 잘 못함 5.3%+잘 못하는 편 4.7%)이다. 5월 27일 미디어오늘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85.6%(매우 잘함 63.9%+어느 정도 잘함 21.7%)에 달했다. 이에 비해 부정평가는 8.2%(매우 잘 못함 3.4%+별로 잘 못함 4.8%)에 그쳤다.

    5월 2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조사한, 문 대통령의 향후 5년 직무수행 전망에서도 ‘잘할 것이다’라는 응답은 88.0%에 달했다. 반면 ‘잘 못할 것이다’라는 응답은 6.0%에 불과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국민 소통>정책 추진>인사 순

    어느 정부나 출범 초기에는 인사가 곧 국정이다. 인사는 청와대 참모와 국무총리, 내각으로 구성된다. 2008년 2월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70%를 웃돌던 국정수행 지지율이 50%대로 추락했다. 2013년 2월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조각 과정에서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내각’ 논란을 낳았다. 결국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문창극 서울대 초빙교수, 안대희 전 대법관, 김병준 전 부총리 등 4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도 가보지 못하는 ‘인사 참사’가 빚어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취임한 문 대통령은 준비·시간·검증 부족으로 ‘인사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병역면탈,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위장전입)을 천명해 인재풀도 넉넉지 않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의 총리 지명,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임명,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임명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언론 검증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요 공직후보자의 각종 비리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사 논란은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5월 27일 미디어오늘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 긍정평가(매우 잘함+어느 정도 잘함) 응답자를 대상으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다시 물었다. ‘국민소통을 잘해서’라는 응답이 50.7%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정책 추진을 잘해서’라는 응답이 23.2%를 나타냈다. ‘청와대 참모와 내각 인사를 잘해서 지지한다’는 응답은 17.1%에 그쳤다(표 참조).

    취임 초기 문 대통령은 국정수행 지지율 80∼90%를 오가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 여론조사를 꼼꼼히 뜯어보면 아직은 ‘속 빈 강정’에 가깝다. 인사가 곧 국정인 출범 초기인데, 인사 평가는 매우 야박한 수준이다. 정책 추진 면에서는 아직 ‘물음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국민소통에 대한 후한 평가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소통 내용은 곧 인사와 정책이다. 여기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소통은 단지 ‘레토릭’(rhetorik·수사)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20∼40세대는 이번 대선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흔들리지 않고 문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또한 20∼40세대는 앞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과정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미디어오늘 여론조사에서 이들의 인사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19~29세는 ‘인사를 잘했다’는 응답이 15.6%에 그쳐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30대와 40대도 인사에 대한 긍정평가가 각각 20.8%, 20.2%에 머물렀다.



    강경화, 김상조 뇌관 째깍째깍

    정책 추진에 대한 평가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중도성향이 강한 40대와 50대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 분위기를 주도했다. 국정수행 지지 이유로 정책 추진을 꼽은 40대와 50대는 각각 17.7%, 17.2%로 나타나 평균에 미치지 못했고 60세 이상(21.2%)에도 뒤졌다.

    문 대통령은 5월 31일 국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이 통과되면서 초기 내각 구성에 한 발 다가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29일 CBS 여론조사 결과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과 관련해 국민 여론은 ‘역량 있으면 임명 61% vs 공약대로 배제 31%’로 나뉘어 있다. 얼핏 문 대통령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그러나 80∼90%를 오가는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출범한 지 한 달 된 새 정부임을 고려하면 인사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흙수저’ 신화를 쏘아 올린 새 정부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다. 6월 말 한미정상회담도 추진되고 있어 시간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경제와 기업정책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김 후보자의 어깨에는 문재인 경제노선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무게가 실려 있다.

    여론조사로 본 국민 평가는 이중적이다. 문 대통령에게 높은 국정수행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속으로는 인사와 정책 추진 면에서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에서도 ‘역량 있으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공약대로 지켜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 인사 평가에서 국민 여론은 ‘이낙연 총리까지는 봐줄 수 있다’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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