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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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작가 조남주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

‘나중’으로 미룬 사람까지 보듬어주길”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7-05-12 17: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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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첫 주 교보문고가 집계한 국내소설 베스트셀러 1위는 ‘82년생 김지영’이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후 반년 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출판사는 ‘82년생 김지영’을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 그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 연속에 대한 인생 현장 보고서’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책 주인공이자 1982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주인공 ‘김지영 씨’가 맞닥뜨리는 세상사는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큼 평범하기 그지없다. 김지영 씨 삶에 보편성을 담아낸 조남주(39·사진) 작가라면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할 수 있을 듯했다. 그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부탁했다.



    보육의 공공성 강화,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

    1978년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작가로 일한 조 작가는 2009년 딸 출산과 함께 전업주부가 됐다. 30년 인생 동안 단 한 번도 주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회사 일로 바쁜 남편 대신 육아에 전념하며 ‘조금 지나면 일터에 복귀할 수 있겠지’ 하는 희망마저 잃게 될 즈음, 그는 잠든 아이 옆에서 한 장 두 장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도 쓸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에게라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틈틈이 쓴 첫 작품 ‘귀를 기울이면’으로 조 작가는 2011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았다. 아이가 다섯 살이 돼 병설유치원에 입학하면서 글 쓸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이 지난해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고마네치를 위하여’와 ‘82년생 김지영’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 그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바람을 묻자 조 작가는 바로 유치원 얘기부터 꺼냈다.

    “우리 아이가 유치원 갈 나이가 됐을 때 동네 병설유치원에 남은 자리가 일곱 개밖에 없었어요. 거기 들어가려고 100명 정도가 추첨에 참여했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리 아이가 뽑혔을 때 잔치를 하고 싶을 만큼 기뻤어요.”



    그는 “국공립유치원은 유치원비 부담이 적고, 교육과정을 믿을 수 있다. 아이가 병설유치원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내가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 경험을 통해 조 작가는 공공보육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의 보육 관련 공약을 꼼꼼히 살폈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주부이자 작가인 그는 우리나라 보육정책이 행정편의적으로 운영된다는 점도 꼬집었다. “세상에는 ‘일하는 엄마’ ‘일하지 않는 엄마’로 양분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는데, 단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엄마들을 끼워 맞추려 한다”는 것이다. 새 대통령은 회사에 다니든, 취업을 준비하든, 공부를 하거나 자기 시간을 갖기 원하든 엄마들이 보육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게 조 작가의 바람이다.

    조 작가는 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내각의 여성 비율을 최소 30% 수준으로 하고, 단계적으로 남녀 동수 내각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기대를 표했다. 여성에게 지금까지보다 더 다양한 기회와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82년생 김지영’에는 김지영 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남자 의사가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라고 털어놓는 대목이 있다. 이런 내용은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여성 독자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조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전까지는 내가 일을 계속하지 못하고 집에 있는 것이 능력과 열정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방송작가는 방송국 직원이 아니니, 아이 낳고 직장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일을 선택한 내 책임도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소설을 쓰면서 ‘내게 주어진 선택지가 너무 적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서로 존중하고 화합하는 미래

    소설 속 김지영 씨는 조 작가처럼 아이를 낳은 뒤 회사를 그만둔다. 조 작가는 그 대목에 마치 기사를 쓰듯 ‘김지영 씨가 회사를 그만둔 2014년, 대한민국 기혼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결혼, 임신, 출산, 어린 자녀의 육아와 교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출산기 전후로 현저히 낮아지는데, 20~29세 여성의 63.8퍼센트가 경제활동에 참가하다가 30~39세에는 58퍼센트로 하락하고, 40대부터 다시 66.7퍼센트로 증가한다’는 설명을 붙여놓았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현실을 바꿔주기를, 조 작가는 바라고 있다. 

    조 작가의 또 다른 바람은 문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구성원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는 화합의 미래를 이끄는 것이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는 여러 사정으로 나뉜 사람들이 서로를 적대시하고 공격하는 게 일상화됐다. 이제는 그런 과거를 청산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람들이 상대의 처신이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과한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는 것을 지적했다. 그가 사례로 든 것이 ‘맘충’이라는 단어다.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인 ‘맘충’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에게 ‘벌레’라는 낙인을 찍는 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데 놀랐어요. 이런 문제의식이 ‘82년생 김지영’을 쓰는 출발점이 됐죠.”

    조 작가의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들려달라고 청했다. 조 작가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하며 여성 관련 공약을 발표하던 날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연설 도중 한 동성애자가 기습적으로 ‘동성애자 권리’ 관련 질문을 던지자 ‘나중에 발언 기회를 드리겠다’며 무마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질문자를 향해 ‘나중에, 나중에’를 외쳤다. 조 작가는 “지금이 그 ‘나중’이 아닌가”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는 여성뿐 아니라 성소수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구성원처럼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져 ‘나중’ 차례를 기다려온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이 이제 그들의 요구에 대답해주면 좋겠습니다.”

    조 작가는 “이번 대선 투표 직전까지 많이 고민했지만 지금은 기쁜 마음뿐이다. 새 대통령이 만들 새로운 나라를 믿으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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