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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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모임 막자 식사 모임 2배↑ 장관 업무추진비 新풍속도

모임 늘고 비용 감소… “간소화된 회식 풍토 정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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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1-05-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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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실내외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행정명령 시행 첫날인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견자동 한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소규모로 앉아 식사하고 있다. [동아DB]

    서울 실내외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행정명령 시행 첫날인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견자동 한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소규모로 앉아 식사하고 있다. [동아DB]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올해 1분기 업무추진비를 활용해 식당에서 간담회를 37회 가졌다. 직전 분기(15회) 및 지난해 동분기(17회) 대비 간담회 횟수가 2배 이상 늘었다. 1분기 기준 문재인 정부 집권 이래 최다이다. 간담회는 국무위원식당과 일반음식점에서 ‘주요 현안 논의’ 명목으로 진행됐다.

    법무부는 5월 12일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간담회를 하기 위해 당사자가 5명 이상일 경우 인원을 4명 이하로 나눠 진행했다. 그 결과 간담회 횟수가 올해 1분기 37회로 전분기보다 22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하고자 모임을 쪼개 진행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24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국적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했다.

    4인 쪼개기 간담회가 모임 증가 견인

    ‘주간동아’가 5월 13일 13개 정부 부처의 ‘1분기 장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전체 집행 내역은 646회로 1분기 기준 현 정부 집권 이래 최다 기록이다(표 참조). 결재 횟수로는 환경부가 103회로 가장 많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교육부가 각각 94회, 75회로 뒤를 이었다. 교육부(59.6%), 법무부(58.3%), 국방부(50.0%), 국토교통부(39.5%) 역시 전년도 1분기 대비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간담회 증가를 견인했다. 올해 3월까지 업무추진비 내역이 공개되지 않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외교부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업무추진비는 공무 처리 비용의 일종으로, 대부분 오찬이나 만찬 비용으로 지출된다. 경우에 따라 직원 격려용 선물 등을 구매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에 따라 각 부처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부쩍 늘어난 4인 오찬 및 만찬이 간담회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5인 이상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쪼개기 간담회’가 발생한 것이다. 법무부는 올해 1분기 4인 이하 간담회가 19회로 전체의 과반에 달한다. 직전 분기 때 4인 이하 간담회가 한 번도 없었던 점과 대조된다. 법무부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교육부와 국방부 역시 4인 이하 모임이 51회, 40회로 전체의 68.0%, 78.4%를 차지했다. 두 부처는 직전 분기 4인 이하 모임이 각각 9회(13.2%), 10회(11.8%)에 불과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온전히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라고는 얘기할 수 없지만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업무를 수행하려다 보니 소규모로 자주 간담회를 가질 수밖에 없다. 참석자와 오찬 또는 만찬을 하며 진행하는 간담회의 경우 더욱 주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측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업무 연장선상에 있는 오찬, 만찬 모임을 4인 이하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이 금지하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에 간담회는 포함되지 않는다. 4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최재성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등 전직 참모 4명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가진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서울 종로구청에 방역수칙 위반 민원이 접수됐다. 정부는 4월 28일 문 대통령이 가진 만찬은 사적 모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당시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사기업의) 회식을 허용한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면서도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시행될 때부터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하는 외교적 목적이나 계약 또는 협상을 위한 식사를 겸한 회의, 만찬 등은 사적 모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함께 내려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처 장관들은 자체적으로 주의하며 5인 이상 간담회를 최소화했다.

    5인 이상이 만찬을 가질 경우 대부분 도시락 회의 형식으로 대체했다. 배달은 물론, 2시간 전 예약하고 직원이 직접 찾으러 가는 등 방법도 다양했다. 정부 청사가 밀집한 세종시 일대에서는 각종 음식점이 도시락 판매를 하고 있었다. 도시락전문점에서 도시락을 주문하는 경우보다 일반음식점에서 음식을 포장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해양수산부(해수부)의 경우 올해 1분기에 대부분 한우 구이 전문점, 낙지 요리 전문점, 초밥 전문점 등 일반음식점에서 메뉴를 포장해 와 도시락 회의를 진행했다.

    해수부 제외 전 부처 지출액 감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모임 자체를 자제한 부처도 있다. △기획재정부(기재부) △행정안전부(행안부) △통일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년도 1분기 대비 업무추진비 사용 횟수가 감소했다. 특히 기재부(-50.0%)와 행안부(-45.8%)의 감소율이 두드러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적 행사라 할지라도 급한 용무가 아니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자제하는 분위기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우선시해 외부 간담회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간담회 횟수가 증가했어도 대다수 부처는 업무추진비 사용 총액이 감소했다. 간담회 규모 간소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해수부를 제외한 12개 부처 모두 지난해 1분기 대비 업무추진비 사용 총액이 줄어들었다. 해수부는 지난해 1분기 업무추진비로 824만6800원을 지출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지출액이 930만9500원으로 증가했다.

    업무추진비 사용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도 간소화된 업무 풍토가 일정 부분 정착할 것이다. 다만 업무추진비 사용은 관공서 인근 소상공인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단순히 지출 감소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지출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지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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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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