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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고 임대사업 등록한 사람만 손해” 임대사업자들 부글부글

임대사업자 6월 일제 점검에서 70% 위반 추산…“52만 사업자 지금까지 성실 신고했더니 갑자기 부동산 적폐로 몰아”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정부 믿고 임대사업 등록한 사람만 손해” 임대사업자들 부글부글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계약 신고할 때 지적해줄 수 있지 않습니까.” 

수도권에 공시지가 6억 원 가량의 다가구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 이모(70) 씨의 말이다. 그는 보증금 2500만 원에 월세 25만 원으로 계약했던 방을 1년 3개월 후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으로 전환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임대등록시스템 ‘렌트홈’에 따르면 이 경우 임대료 인상률은 25%에 달한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서 임대사업자의 임대료 증액 제한은 연 5%다. 이 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은 임대사업자는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최초 적발 시 500만 원)를 부과 받고, 임대사업자 자격까지 박탈될 수 있다.

10명 중 7명이 ‘자격 박탈’ 위기

7월 25일 저녁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규탄 촛불시위. [박해윤 기자]

7월 25일 저녁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규탄 촛불시위. [박해윤 기자]

이씨는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해당 계약을 시청에 신고했을 때 담당 공무원이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별 말 없이 신고를 받아줘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나중에 과태료 부과에 임대사업자 자격 박탈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이러한 상황에 처한 임대사업자가 한둘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 28일 국회에서 “지난 6월까지 일제 점검을 했는데, 굉장히 많은 임대사업자가 상상 이상으로 법적 의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한 임대사업자는 최소의무임대기간이 끝나지 않아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자동 말소시키고 책임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대인협의회 추진위원회’(이하 임대인추진위)는 7월 10일 감사원에 국토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 단체가 감사를 청구한 사항 중 하나는 ‘신고 내용이 관계법령에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이 이를 발견하고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하거나 시정 명령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일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임대료 증액 제한에 관하여 부작위로 일관했다’는 것.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되면 임대주택의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이 사라져 이씨는 상당한 금액의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는 “월 100만 원 정도 나오는 국민연금에 기대기는 노후가 불안했다. 마침 정부가 주택 임대사업을 권하기에 큰 맘 먹고 뛰어들었던 것”이라며 “너무 답답한 마음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전화해 주택을 매입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위치가 나쁘고 엘리베이터도 없어 수익률이 좋지 않다고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임대차 3법 속전속결로 처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7월 31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하루만이다. 관련 내용이 관보에 게재되는 시점부터 해당 제도는 즉시 시행된다. 임대차 3법 중 나머지 하나인 전월세신고제는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임대차 3법이 속전속결로 처리되면서 임대사업자 처지가 더욱 곤란해졌다. 

정부 여당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모든 전월세가 임대주택처럼 되기 때문에, 굳이 임대사업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7·10 부동산 대책에서 국토교통부는 비(非)아파트 장기임대 외 임대사업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밝힌 국토부는 기존 임대사업자의 경우 최소의무 임대기간(단기임대 4년, 장기일반 매입임대 8년)을 채울 수 있도록 하고 이 기간 동안 세제 혜택을 보장할 계획. 하지만 이 조치만으로는 애초에 기대했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임대사업자 사이에서 각종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경기 화성에서 6000만 원짜리 소형 아파트를 몇 채 마련해 2018년부터 임대사업을 하는 김모(63) 씨는 보유한 아파트를 하나씩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국토부 방침에 따라 2026년까지 임대사업자 신분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양도세 최대 공제(10년 임대시 70% 감면)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 그의 계획은 아파트를 10년 이상 임대한 뒤 세제 혜택을 받으며 처분하는 것이었다. 

김씨는 “2017년 김현미 장관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장려하는 것을 보고 노후 대책으로 임대사업을 시작했고, 정부가 하라는 대로 임대료 상한 등을 지켜왔다. 하지만 정부가 불과 3년 만에 말을 바꿔 실망감이 몹시 크다”며 “정부는 임대사업자가 집값을 수십 억 원대로 올린 것처럼 묘사하는데, 고가 아파트를 소유한 임대사업자는 소수”라고 일갈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신규 등록 임대주택 4만 호(공시지가 존재 주택 기준) 중 6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777채(1.9%)에 불과하다. 

임대사업자 단체는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 부동산 대책 항의 집회에 참석했지만 정부 여당은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했다. 임대인추진위에서 자문을 맡고 있는 김성호 변호사를 7월27일 만나 임대사업자들이 처한 상황을 물어봤다. 김 변호사는 “부동산 대란의 모든 책임을 임대사업자에게 전가하는 형국”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7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임대차 5법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성호 임대인협의회 추진위원회 자문변호사. [조영철 기자]

김성호 임대인협의회 추진위원회 자문변호사. [조영철 기자]

-갭 투자자와 임대사업자는 어떻게 다른가. 

“임대사업자는 단기 4년, 장기 8년의 의무임대기한이 부과된다. 이 기간 중 부동산을 매각하면 세제 혜택이 환수되고 3000만 원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갭 투자자들은 이런 벌칙이 싫어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다.” 

- 정부는 법을 지켜온 임대사업자에겐 기존에 약속한 최소의무 임대기간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임대사업자 중 5% 이내의 임대료 증액 제한을 위반한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다. 임대사업자협회 자체 조사에 따르면 52만 명의 전국 임대사업자 중 70%가 이를 어긴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임대사업자가 잘못한 것이라고만 할 수 없다. 임대사업자는 시·군·구청에 계약 갱신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이때 담당 공무원이 5% 넘는 임대료 인상도 별다른 지적 없이 수리해준 경우가 태반이다. 임대사업 안내문에 관련 내용이 생략된 경우도 있었다. 모르고 어긴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정부가 임대료 증액 제한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이에 대해 별다른 계도를 하지 않았던 만큼, 해당 조항을 어겼다고 하더라도 과태료 면제 등을 조치해줘야 한다.”

“임대료 계도에 게을렀던 정부도 책임 있다”

- 모든 법규를 지켜가며 임대사업을 한 사람들도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도 현재 상황이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가장 큰 혜택을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와 양도세 감면이다. 종부세 합산 배제는 5년, 양도세 감면은 10년의 등록 기간이 필요하다. 최소의무 임대기간(4년·8년)의 보장만으로는 이를 누릴 수 없어, 최근 정부 말을 믿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이들은 피해를 입게 됐다.” 

-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차 3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다.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 전세는 사라질 것이다. 월세로는 목돈을 모으기가 어렵다. 결국 무주택 서민은 평생 월세를 살 게 될지 모른다. 임대사업자는 시세 차익을 노린 단기 투기 대신, 제도권 내에서 주택 공급자 역할을 수행해온 사람들이다. 정부가 이들을 다주택자와 동일한 시각에 놓고 적폐 세력인양 취급해선 안 된다.”





주간동아 1251호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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