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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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고질병’… 반복되는 우리은행 횡령 사건

허위 대출 실행된 것 자체가 내부통제 부실 증거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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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6-2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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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에서 1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조병규 우리은행장(상자 안)이 6월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과 가진 국내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우리은행에서 1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조병규 우리은행장(상자 안)이 6월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과 가진 국내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우리은행이 지점 대출의 이상 징후를 발견해 결과적으로 횡령 범죄를 잡아낸 건 맞다. 다만 사안의 핵심은 횡령 직원이 수개월간 위조로 꾸민 서류가 반복적으로 대출 심사를 통과해 실제 집행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점에선 범행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본점이 알아채기까지도 수개월이 걸렸다. 우리은행 측 설명처럼 철저한 내부통제가 이뤄졌다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가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00억 원대 횡령 사건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우리은행은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횡령 사실을 파악한 만큼 내부통제가 잘 작동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허위 대출이 실행된 것 자체가 내부통제 부실 사례라는 지적이다. 2022년 700억 원대 횡령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우리은행이 또다시 100억 원대 유사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빈틈없는 내부통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표 참조).

    대리급 직원이 본점 감독 허점 노려

    이번 횡령 사건은 우리은행 경남 김해지점에서 기업 대출 업무를 담당하던 대리급 직원 A 씨에 의해 발생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고객 대출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해 10억 원 이하 기업 단기여신(3개월 미만)을 수차례에 걸쳐 일으켰다. 이렇게 빼돌린 금액이 약 100억 원에 달한다. 횡령금은 가상자산,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해 60억 원가량 손실을 본 상태로 알려졌다.

    A 씨가 횡령 수단으로 기업 단기여신을 택한 이유는 본점 감독을 피하기 위해서다. 가계대출 등은 본점에서 심사 및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기업 단기여신의 경우 지점에서 대출 전 과정을 처리한다. 본점 차원의 정기·불시 감리도 주로 3개월 이상 대출 실행 건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노렸다. 이 같은 범행은 5월 우리은행 여신감리부 모니터링을 통해 덜미가 잡혔다. 소명을 요구받은 A 씨는 6월 10일 경찰에 자수했고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됐다.

    A 씨의 범행이 시작된 지난해 7월은 임종룡 회장이 앞선 700억 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직접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한 시점이다. 2022년 우리은행에선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697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22년 말 금융당국과 함께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이후 자체적으로 더 강도 높은 쇄신안을 내놨으나 일선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번 횡령 사건은 지점장, 전임 감사 등 책임자가 대출 관련 결재 내용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리급 직원에겐 전결권이 없고 대출 업무는 크로스체크(중복 확인)를 기본으로 한다”면서 “무엇보다 기존 내부통제 혁신방안에 자금 인출 검증 고도화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기에 매뉴얼만 잘 따랐다면 얼마든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A 씨의 단독 범행이 아닌 책임자 공모 개연성도 제기됐다.

    우리은행에서 유독 대규모 횡령 범죄가 잇따르는 데 대해선 ‘기업금융 명가 회복’이라는 그룹 차원의 사업 방향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횡령 등 비위 사건은 기업 대출 분야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최근 우리은행이 ‘2027년 기업 대출 점유율 1위 탈환’을 목표로 지점에 공격적인 영업을 주문하면서 직원 개인의 모럴해저드가 나타날 수 있는 빈틈을 노출했다는 설명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전신인 상업은행 영향으로 기업금융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은데, 2022~2023년 타 시중은행에 비해 부진한 기업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며 “이에 지점이 실적 압박을 받아 기업 대출 규모를 늘리고 있어 직원 일탈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본점 관리 실패 점검 중”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도입 직전 발생한 이번 횡령 사건과 관련해 “필요시 본점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는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의 주요 내용으로, 횡령 등 사건 발생 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간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 고위 임원들이 “비위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빠져나가 내부통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든다는 지적에 따라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6월 19일 은행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등 지배구조법이 도입되기 전이지만 현 단계 규정을 통해 영업점(지점)뿐 아니라 본점 단계의 관리 실패를 점검하고 있다”며 “영업점 일선의 방어체계, 본점 여신, 감사단 등 소위 3중 방어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본점에 문제가 있다면 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당 사건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 데는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철저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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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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