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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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차별화 나선 미·일·유럽

결국엔 美 연준 행보가 중요 변수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4-06-2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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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이 차별화된 통화정책 행보를 보이며 향후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먼저 6월 6일(이하 현지 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반면 6월 1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또 일본은행(BOJ)은 6월 14일 완화적인 통화정책 일부를 정상화하며 긴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처럼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자 금융시장 참여자들도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이 각기 다른 통화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은행 총재,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왼쪽부터). [GETTYIMAGES, 뉴시스, 뉴시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이 각기 다른 통화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은행 총재,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왼쪽부터). [GETTYIMAGES, 뉴시스, 뉴시스]

    연준의 두 차례 금리인하 전망 유효

    그렇다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까. 그리고 이런 흐름은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6월 FOMC는 정책금리를 시장 예상대로 5.25∼5.50%로 동결했다.

    하지만 함께 공개된 경제 전망과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인 점도표에는 변화가 있었다. 올해 전망과 관련해 경제성장률, 실업률은 동일하게 유지했지만 물가상승률은 3월보다 소폭 상향 조정했다. 또한 2025년 전망의 경우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소폭 상향 조정해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반영했다.

    점도표상 정책금리는 올해 말 5.1%로 하락한 후 2025년 말 4.1%, 2026년 말 3.1% 수준이 될 것으로 수정했다. 3월 회의에서는 올해 3회 금리인하 전망이 우세했으나 6월에는 1회 인하로 축소됐다. 그 대신 내년 3회 인하에서 4회 인하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9월과 12월 두 차례 금리인하 전망은 아직 유효해 보인다. 미국 근원물가(식품과 에너지 제외한 물가) 둔화세가 점진적이지만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노동시장 둔화가 좀 더 가시화될 것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비중이 큰 주거비가 임대 공실률 상승 및 임대료 하락 등에 따라 하향 안정화되면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으며, 주거비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였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지 않는다면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3분기 중 물가 둔화 흐름은 유효하다.



    노동시장에서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 위축 등은 내수 수요 우려와 고용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미국 고용이 견조해 보이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미흡하다. 신규 고용 증가가 주로 경기에 덜 민감한 정부 및 의료지원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파트타임 고용 증가와 임시 서비스 고용 감소세, 구인 건수 감소 등 선행성 지표 부진은 향후 노동시장 둔화 가능성을 높인다. 이처럼 미국 물가와 노동시장 지표가 3분기 중 둔화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상반기보다 약화될 경우 연준의 9월 금리인하 전망으로 미 달러화는 약세 흐름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유로존과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 그리고 이들 통화의 변동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CB는 주요 정책금리를 25bp(1bp=0.01%p) 인하했다. 이를 두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인플레이션 움직임, 물가 전망 측면에서 볼 때 중기 물가 목표치 달성에 대한 확신이 강화돼 통화 긴축 정도를 완화했다”고 언급했는데, 유로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지난해 9월 4.3%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둔화돼 올해 2% 중반까지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연속적인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은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긴축 완화 기조에 진입했을 개연성이 크지만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는 ECB 총재의 답변이 이를 잘 반영한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지 않는다면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상승률 둔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디스인플레이션 경로에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책금리를 인하한 ECB 행보를 뒷받침할 수 있으며, 이에 올해 하반기 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일본 통화정책, 단기적으론 달러 약세 유도

    한편 BOJ는 정책금리인 무담보 콜금리(O/N)를 0~0.1%로 유지하고, 장기국채·회사채 매입은 3월 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BOJ는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수익률곡선관리(YCC: 장기국채 수익률 변동폭을 정해놓고 이를 넘어서면 일본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해 국채 수익률 유지)를 동반한 양적·질적 완화 정책 종료 결정과 단기금리 인상 등 긴축 행보를 보였다. 다만 이번 6월 회의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구체적인 국채 감액 계획이나 금리인상 시그널을 제시하지 않아 BOJ 통화정책 회의 이후 엔화는 약세 폭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래프 참조).

    6월 BOJ 통화정책 회의는 일본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 중이며 기대인플레이션도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또한 임금을 중심으로 물가상승률이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BOJ의 장기국채 매입 축소는 7월 회의를 통해 구체화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BOJ가 경기 및 물가 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임을 함께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완화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은 기대보다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CB와 BOJ의 통화정책 행보는 단기적으로 유로화와 엔화 강세를 이끌며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로존의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 회복 기대 조성이 3분기 중 미국 지표 둔화에 따른 성장 우려와 비교되며 유로화에 우호적일 수 있다. 또한 7월 BOJ의 장기국채 매입 축소 등 행보는 단기적으로 엔저를 제약해 9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과 맞물리며 달러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유로존의 약한 성장과 추가 금리인하 행보, BOJ의 느린 정책 정상화 과정이 미국달러의 추가 하락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연준의 정책 행보와 미국 펀더멘털 흐름이 주요 환율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원화 방향성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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