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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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신규 경매 신청 11년 만에 최대

서울 대치·삼성·청담·잠실 아파트 경매 인기… 권리관계·배당서류 잘 살펴야

  •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입력2024-06-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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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가까이 근무한 직장에서 퇴사한 A 씨는 최근 법원과 부동산 현장을 열심히 오가고 있다. 그동안 관심이 많았던 부동산 경매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기본 지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 습득하고, 실전에 나서기 전 경매 현장 분위기를 익히고자 법원을 자주 찾고 있다.

    하반기 신규 경매 접수 늘어날 듯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뉴시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뉴시스]

    최근 부동산 경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전국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4만694건으로, 2013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1368건)에 비해 29.73% 늘어난 수치다. 월별 통계로 좁혀도 4월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1만790건으로 2013년 4월(1만1332건)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았다.

    부동산 경매업계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신규 경매 신청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 경기침체 영향으로 채무 상환을 못 하는 차주가 늘고 있어서다. 새로 접수된 물건의 경매가 개시되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 권리관계, 감정평가 등 법원의 현황 조사나 이해관계자 열람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간차를 고려하면 최근 접수된 부동산 경매가 실제 시작되는 올해 말 이후에도 경매시장은 활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다세대·다가구 경매가 크게 증가한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라 오피스텔, 상가, 생활형숙박시설 등 수익성 부동산 분양도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여지도 있다.

    법원 부동산 경매는 투자자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시세보다 저렴한 값에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이지만, 권리분석 및 시세 평가 오류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시장은 시세 변동기를 맞이했다. 게다가 전세사기 여파로 세입자와 갈등 우려가 있는 물건이 경매시장에 대거 유입됐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들어 서울 인기 아파트 단지 경매가 계속해서 화제다. 4월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60㎡(이하 전용면적)는 감정가 16억 원으로, 13명이 경쟁을 펼친 끝에 약 18억3500만 원에 낙찰됐다. 같은 아파트 85㎡도 8명이 몰려 감정가(21억6000만 원)보다 높은 약 23억6100만 원에 낙찰됐다. 해당 단지의 비슷한 층수 아파트 실거래가와 낙찰 가격 차이는 1000만 원에 불과하다. 최근 투자자 관심은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 경매에 쏠리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삼성동·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를 거래할 경우 실거주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매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지역 아파트라도 경매로 취득할 경우 실거주 의무가 없다. 당장 전세를 놓아 자금 회수가 가능한 것이다.



    4월 경매가 진행된 물건의 감정평가 가격은 최소 1년 전 기준일 개연성이 크다. 감정평가 시점이 가격 상승기였다면 경매가 이뤄질 때 시세보다 월등히 높은 경우도 있지만, 가격 하락기 감정평가는 경매 시점의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가 경매 가격을 평가하는 기준은 감정 가격보다 현재 시세여야 한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90% 육박

    경매 물건을 둘러싼 크고 작은 돌발변수에도 대비해야 한다. 기존 입주민이 많게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관리비를 미납한 경우가 종종 있다. 내부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상당액의 인테리어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처럼 경매 투자의 경우 일반 매매에 비해 낙찰 후 추가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흔히 경매 낙찰가율은 부동산시장을 평가하는 지표로 인식된다. 낙찰가율은 시장 참여자들이 바라보는 현 부동산 시세와 감정가의 온도차를 보여준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돼 많은 응찰자가 몰려 적극적으로 응찰가를 결정하면 낙찰가율은 자연스레 상승한다. 최근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3개월 연속 85%를 웃돌며 회복세다. 지지옥션의 ‘5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5월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85.4%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거래가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세인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9.1%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4월 낙찰가율(90.6%)에 견주면 미세하게 하락했으나,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올해 들어 계속 8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서울에서도 지역별로 아파트 낙찰가율 온도차가 뚜렷하다. 송파구(100.7%)와 용산구(95.1%), 강남구(93.7%) 등 주요 지역은 뚜렷한 강세를 보이는 반면, 강북구(69.6%)와 도봉구(76.3%) 등은 60~70%대에 머문다. 가격 회복에서 지역별 차이가 적잖은 서울 아파트 시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핫한 지역의 아파트 경매에는 응찰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6월 1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 쌍용 84㎡ 신건(처음 입찰된 물건) 경매에 36명이 응찰해 14억179만 원에 낙찰됐다. 해당 물건 감정가는 11억4400만 원이며 낙찰가율은 123%다. 성수동은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독보적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입지다. 15억 원대 시세보다 감정가가 낮게 평가돼 응찰자가 대거 몰린 것이다.

    시장 분위기뿐 아니라 각종 제도 변화도 낙찰가율과 낙찰률(특정 기간 경매 물건 중 낙찰된 비율)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가령 최근 서울 오피스텔 경매 낙찰률은 22%로 2022년 11월(64건 중 16건 낙찰·2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오피스텔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회복 국면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서울 오피스텔 경매시장에 부는 훈풍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제도 변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HUG는 ‘임차권 인수조건 변경’을 통해 매각 대금에 대한 우선변제권만 행사하고 임차인 대항력을 포기하고 있다. 그 결과 오피스텔과 빌라의 낙찰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빌라 법원 경매 낙찰 건수 및 낙찰가율을 보면 1월 낙찰 건수 621건·낙찰가율 69.7%에서 5월 낙찰 건수 1005건·낙찰가율 77.3%로 상승했다. 5월 한 달 동안 HUG가 경매시장에서 직접 낙찰받은 빌라만 302채다. 4월까지만 해도 HUG는 대위변제 후 채권 회수를 위해 경매시장에 물건을 넘기는 역할만 해왔다.

    HUG가 매입임대주택인 ‘든든전세주택’ 제도를 도입해 직접 경매에 참여하면서 시장 상황이 바뀌고 있다. 경매 절차 지연과 과도한 낙찰가율 하락을 방지하는 완충 역할을 HUG가 하게 된 것이다. ‘든든전세주택’은 시세 90% 수준의 전세보증금으로 최대 8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제도다. HUG가 보증 사고가 발생한 주택을 직접 낙찰받은 뒤 소유권을 인수해 새 임차인에게 전세를 주면 보증금만큼 HUG의 현금 흐름이 즉시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기존 임차인 ‘대항력’ 여부 꼼꼼히 살펴야

    가령 4월 서울 은평구 오피스텔 에스클래스 27㎡는 1억8600만 원에 낙찰됐다. 한 번 유찰된 물건인데, 응찰자 5명이 몰려 낙찰가율 97%를 훌쩍 넘겼다. 전세보증금 1억8600만 원 임차권이 설정된 물건을 HUG가 강제 경매에 넘겼고,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을 승계한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이 물건은 HUG가 받아야 하는 임차보증금 1억8600만 원을 포기했기에 낙찰자는 낙찰금액 외 임차인 전세보증금을 추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HUG가 낙찰을 통해 확보한 돈으로 하루라도 빨리 자금을 회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응찰자 입장에선 낙찰 가격만 지불하면 된다. HUG의 개입으로 오피스텔·빌라 경매 지표가 개선됐지만 전체 시장 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오피스텔·빌라를 매입하거나 경매에 응찰할 경우 가격이 주변 시세에 비해 적절한 수준인지, 임대 수요는 풍부한 곳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경매에 응찰할 때 특히 주의할 점은 임차인 권리 인수, 명도 문제 확인 등이다. 낙찰금 외에도 인수대금이 있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세입자를 강제 집행 방식으로 내보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돈은 물론, 시간과 감정 소모가 커지기도 한다.

    최근 다세대·다가구, 오피스텔 등 전세사기 문제로 경매에 넘겨지는 주거시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임차인이 있는 이런 경매 물건에 응찰한다면 배당 순위와 절차를 확실히 알아둬야 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대항력’ 있는 임차인(경매가 진행돼도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을 우선 권리가 있는 세입자)이 살고 있는 주거시설 경매 건수는 지난해 1분기 5491건에서 4분기 911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8691건에 달했고, 아직 2분기가 채 끝나지 않았지만 5월 말 기준 3287건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을 돌려받는 절차는 ‘배당’이다. 보통 경매 물건이 낙찰되면 법원 직권으로 배당기일을 지정하고, 이해관계인과 배당을 요구한 채권자들에게 배당기일 통지서를 발송하면서 관련 절차가 시작된다. 경매 부동산 임차인은 대항요건(전입신고와 점유), 확정일자를 갖췄을 경우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므로 배당 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 보증금 중 일부라도 배당받는 후순위 임차인,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는 선순위 임차인의 경우 명도확인서(낙찰자에게 부동산을 인도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간혹 임차인이 여러 사정을 이유로 명도확인서를 먼저 발급해달라거나, 배당금을 받은 후 이사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명도가 지연될 수도 있기에 명도확인서를 미리 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더러 대항력 없는 임차인이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 권리를 악용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명도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임차인이 있는 경매 물건은 임차인의 대항력 여부와 순위를 충분히 검토한 뒤 응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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