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의 로그인 화면.
사이버 망명이 가속화한 건 9월 18일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고 인터넷 공간 검열을 공식화하면서부터다. 메신저도 검열 대상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누리꾼들이 찾은 대안이 ‘외산 메신저’였고, 뒤늦게 검찰이 “카카오톡은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했지만 상황은 이미 악화한 뒤였다.
누리꾼들이 꼽는 텔레그램의 최대 장점은 보안성이다. 비밀대화 창에서 나눈 대화 내용은 상대방만 읽을 수 있게 암호화돼 전송되고, 메시지를 지우면 상대방 메신저에서도 내용이 사라진다.
텔레그램에 한국인의 가입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한 원동력은 현 정부와 국내 기업에 대한 불신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서 ‘텔레그램 망명객’으로 검색한 결과, 텔레그램 이용자 가운데는 프로필 사진에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노란 리본을 올렸거나, 자기소개에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분노의 문구를 적기도 하고 문재인, 유시민, 노무현 등 정치인을 지지하는 내용을 적은 이가 많았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도 텔레그램 이용자 사이에서 자주 보였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자원봉사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방명록에 적은 글이다. 기자의 주소록에서 취재 목적으로 가입한 기자들을 제외하면 텔레그램 이용자 가운데는 IT(정보기술) 업계,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소속이 많았다. 소설가 이외수는 트위터에 텔레그램 국내 이용자 100만명 돌파 소식을 전하며 “입은 틀어먹을 수 있어도 컴은 틀어막을 수 없다. 세계가 다 열려 있는 시대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진실만이 모두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적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권 때문에 외산 G메일과 텔레그램만 신난다. 참으로 ‘창조적’인 자해정책이다”라고 일침했다.
메신저 기능 자체에도 만족
소문을 듣고 가입했다 메신저 기능 자체에 만족한 사람도 많았다. ‘카카오톡은 게임 초대도 하고, 광고 계정을 팔로하라며 공지도 하고, 송금 서비스도 하는데 메신저 기능에만 충실한 텔레그램은 불성실하다’며 에둘러 카카오톡을 비판하는 글도 보였다. 사진, MP3, 동영상 파일을 원본 그대로 전송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나치게 많은 기능을 넣다 휴대전화의 본기능에 소홀해진 일부 스마트폰처럼, 공룡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도 한 번쯤 메신저의 본기능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