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무상급식의, 무상급식에 의한, 무상급식을 위한’ 선거였다. 같은 해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이 보수적인 여당 후보에 유리할 것이라는 세간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25곳의 서울 구청장 가운데 고작 4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임기 1년여 만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하다 사퇴 행로를 걸었다.
2011년 10월 치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떠오르는 별이던 나경원 후보는 혜성같이 등장한 박원순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출구조사 분석 결과 박 후보가 40대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한 것이 당선에 결정적이었다(그래프1 참조). 40대 주부가 일등공신이었고, 40대 사무직 종사자(화이트칼라)도 결정적 변수였다. 40대 주부는 무상급식 논란, 다시 말해 학교에서 먹는 문제로 자녀가 이슈가 되는 데 대해 매우 심기 불편해했다. 2011년 새 학기가 되자 중랑구 거주 학부모들은 서울시청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엄마부대’가 됐다. 친환경 무상급식 제도가 4학년 이상 고학년에게는 적용되지 않았고,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무상급식 시행 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무상급식과 관련 있던 ‘앵그리맘’(Angry Mom·분노한 엄마를 유명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Angry Bird)에 빗댄 표현)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후반 또는 40대였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 유권자들은 ‘세월호 참사’로 국가적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다. 어린 학생들의 희생으로 학부모들 심기는 매우 불편하다. 안전문제와 관련한 정부 대응에 실망과 불만을 품고 있는 앵그리맘은 무상급식에 분노하던 바로 그들이다. 4년여가 지난 현재 그들은 40대 초반 또는 중반 나이가 됐다.
한때 60%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세월호 사고 후 4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니 급격하게 지지 철회 경향을 보인 연령대 역시 40대였다. 40대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정책, 공공개혁에 박수를 보냈지만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을 지켜보며 ‘분노 코드’를 재가동했다. 야권 후보들은 여권 지지층에서 이탈한 40대 유권자의 반사이익을 기대한다. 40대 표심에 따라 여야 후보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40대 유권자가 21.7% 차지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40대 표심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첫째, 40대 유권자 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전체 유권자 4130만 명 가운데 40대는 21.7%를 차지한다. 고령화로 50대 이상 유권자 비율(50대 19.7%/ 60대 11.1%/ 70대 이상 10.6%)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40대 유권자가 가장 많다. 50대와 30대는 지지 후보가 명확히 엇갈린다. 하지만 40대의 경우 지난 대통령선거(대선)에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간 득표가 출구조사 기준으로 10%p 차이에 불과했다. 다른 연령대가 평균 30%p 정도 차이 나는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유권자 수가 많으면서도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연령대도 40대다. 40대 표심을 확실하게 잡는 후보에게 승리 여신이 미소 짓는 이유다.
둘째, 40대는 표심 변화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사고 전 박 대통령은 60%대 중반에 이르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50대 이상 고정지지층의 영향이 컸지만, 무엇보다 40대의 긍정평가가 높았다. 현 정부 들어 40대에서 보수적, 안정희구적 성향이 강화된 결과로 분석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구심점 구실을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40대의 지지율은 30%대 후반으로 추락했다(그래프2 참조).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박수를 쳤던 40대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부정평가는 60% 가까이 상승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당선의 견인차는 30대였다. 출구조사 기준 59.3%라는 몰표가 쏟아졌다. 40대에서의 표차는 0.2%p에 불과했다(노무현 48.1%, 이회창 47.9%). 당시 노 대통령 당선에 앞장섰던 30대가 현재 40대 유권자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10%p 더 많은 표를 던졌다.
‘가족’ 안전 이슈 최우선 선택 기준
대선 이후에는 대북정책과 종북 논란 등으로 보수화 경향을 보였지만 철도 파업 사태, 세월호 침몰 사고 등 사회적 갈등과 비극적 재난 상황을 거치며 40대 유권자는 정부 비판적, 혹은 부동층으로 변화한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40대 유권자 중 진보 비율이 보수보다 좀 더 많았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50대가 돼 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 된 것을 보면 40대 표심은 종잡을 수 없다.
셋째, 40대는 가족 관련 정책에 매우 민감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야권의 무상급식 정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다른 어떤 정책도 경쟁이 되지 못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에도 무풍지대였다. 이는 40대가 다른 연령대와는 다른 유권자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인구이면서 막중한 사회적 부담을 안고 있는 나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부모를 봉양하는 세대다. 이 세대의 가장 큰 인생 목표는 개인 성공뿐 아니라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이다.
2008년 총선 당시 서울에서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무기는 ‘뉴타운 건설’이었다. 내 집 장만을 목표로 하는 40대에게 매우 매력적인 정책임에 틀림없었고, 전체 48석 가운데 40석을 한나라당 후보가 차지하면서 ‘뉴타운돌이’라는 세칭이 나돌았다. 40대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가 바로 ‘의식주’와 관련한 것이고, 그 속에는 ‘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40대 표심이 돌아선 이유도 가족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분노 때문이고, ‘안전 한국’이 한낱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불만이 지방선거 판세에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40대 유권자에게는 안전 이슈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후보자 선택 시 최우선 기준이 될 개연성이 크다. 세월호 사고 이후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40대의 변화된 표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공자는 40세가 되면 세상일에 미혹함이 없다고 해서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40대는 여전히 ‘질풍노도 시기’다. 결혼과 가족을 구성하는 나이가 옛날과 비교하면 훨씬 늦어졌고, 사회 변동성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40대는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앵그리맘’이 될 수도 있고 ‘스마일맘’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의 칼자루를 40대 유권자가 쥐고 있는 만큼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40대 유권자의 분노한 마음을 어루만질지가 당락의 핵심이 될 것이다.
2011년 10월 치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떠오르는 별이던 나경원 후보는 혜성같이 등장한 박원순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출구조사 분석 결과 박 후보가 40대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한 것이 당선에 결정적이었다(그래프1 참조). 40대 주부가 일등공신이었고, 40대 사무직 종사자(화이트칼라)도 결정적 변수였다. 40대 주부는 무상급식 논란, 다시 말해 학교에서 먹는 문제로 자녀가 이슈가 되는 데 대해 매우 심기 불편해했다. 2011년 새 학기가 되자 중랑구 거주 학부모들은 서울시청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엄마부대’가 됐다. 친환경 무상급식 제도가 4학년 이상 고학년에게는 적용되지 않았고,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무상급식 시행 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무상급식과 관련 있던 ‘앵그리맘’(Angry Mom·분노한 엄마를 유명 게임 캐릭터인 ‘앵그리버드(Angry Bird)에 빗댄 표현)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후반 또는 40대였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 유권자들은 ‘세월호 참사’로 국가적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다. 어린 학생들의 희생으로 학부모들 심기는 매우 불편하다. 안전문제와 관련한 정부 대응에 실망과 불만을 품고 있는 앵그리맘은 무상급식에 분노하던 바로 그들이다. 4년여가 지난 현재 그들은 40대 초반 또는 중반 나이가 됐다.
한때 60%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세월호 사고 후 4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니 급격하게 지지 철회 경향을 보인 연령대 역시 40대였다. 40대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정책, 공공개혁에 박수를 보냈지만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을 지켜보며 ‘분노 코드’를 재가동했다. 야권 후보들은 여권 지지층에서 이탈한 40대 유권자의 반사이익을 기대한다. 40대 표심에 따라 여야 후보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40대 유권자가 21.7% 차지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40대 표심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첫째, 40대 유권자 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전체 유권자 4130만 명 가운데 40대는 21.7%를 차지한다. 고령화로 50대 이상 유권자 비율(50대 19.7%/ 60대 11.1%/ 70대 이상 10.6%)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40대 유권자가 가장 많다. 50대와 30대는 지지 후보가 명확히 엇갈린다. 하지만 40대의 경우 지난 대통령선거(대선)에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간 득표가 출구조사 기준으로 10%p 차이에 불과했다. 다른 연령대가 평균 30%p 정도 차이 나는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유권자 수가 많으면서도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연령대도 40대다. 40대 표심을 확실하게 잡는 후보에게 승리 여신이 미소 짓는 이유다.
둘째, 40대는 표심 변화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사고 전 박 대통령은 60%대 중반에 이르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50대 이상 고정지지층의 영향이 컸지만, 무엇보다 40대의 긍정평가가 높았다. 현 정부 들어 40대에서 보수적, 안정희구적 성향이 강화된 결과로 분석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구심점 구실을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40대의 지지율은 30%대 후반으로 추락했다(그래프2 참조).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박수를 쳤던 40대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부정평가는 60% 가까이 상승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당선의 견인차는 30대였다. 출구조사 기준 59.3%라는 몰표가 쏟아졌다. 40대에서의 표차는 0.2%p에 불과했다(노무현 48.1%, 이회창 47.9%). 당시 노 대통령 당선에 앞장섰던 30대가 현재 40대 유권자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10%p 더 많은 표를 던졌다.
‘가족’ 안전 이슈 최우선 선택 기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카네이션을 달 수 없는 학부모의 아픔을 정부에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셋째, 40대는 가족 관련 정책에 매우 민감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야권의 무상급식 정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다른 어떤 정책도 경쟁이 되지 못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에도 무풍지대였다. 이는 40대가 다른 연령대와는 다른 유권자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인구이면서 막중한 사회적 부담을 안고 있는 나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부모를 봉양하는 세대다. 이 세대의 가장 큰 인생 목표는 개인 성공뿐 아니라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이다.
2008년 총선 당시 서울에서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무기는 ‘뉴타운 건설’이었다. 내 집 장만을 목표로 하는 40대에게 매우 매력적인 정책임에 틀림없었고, 전체 48석 가운데 40석을 한나라당 후보가 차지하면서 ‘뉴타운돌이’라는 세칭이 나돌았다. 40대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가 바로 ‘의식주’와 관련한 것이고, 그 속에는 ‘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40대 표심이 돌아선 이유도 가족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분노 때문이고, ‘안전 한국’이 한낱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불만이 지방선거 판세에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40대 유권자에게는 안전 이슈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후보자 선택 시 최우선 기준이 될 개연성이 크다. 세월호 사고 이후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40대의 변화된 표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공자는 40세가 되면 세상일에 미혹함이 없다고 해서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40대는 여전히 ‘질풍노도 시기’다. 결혼과 가족을 구성하는 나이가 옛날과 비교하면 훨씬 늦어졌고, 사회 변동성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40대는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앵그리맘’이 될 수도 있고 ‘스마일맘’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의 칼자루를 40대 유권자가 쥐고 있는 만큼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40대 유권자의 분노한 마음을 어루만질지가 당락의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