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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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이미지는 이제 그만, 가장 덜 꾸민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네 번째 솔로 앨범으로 돌아온 지드래곤

  • 김은향 자유기고가 woocuma29@gmail.com

    입력2017-06-19 14: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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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집, Super Car, 돈, 명예, 여자, 내 방 벽들을 가득 채운 Art (중략) 어린 시절 나의 소원 TV 속에 그들처럼 지금 살고 있는데도 왠지 슬퍼 외로운 건 여전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

    지드래곤(G-DRAGON·사진)이 만들고 부른 ‘SUPER STAR’의 노랫말처럼, 우리는 톱스타 지드래곤과 인간 권지용의 간극을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파티와 패션, 셀러브리티 등 화려함이 제 옷처럼 딱 들어맞는 지드래곤의 일상은 의외로 평범하고 단조롭다. 시간 대부분을 작업실에서 노래를 만들며 보내고, 이따금 고깃집에서 소박하게 술잔을 기울이거나 사람들의 눈을 피해 늦은 밤 놀이동산을 찾는 일탈을 감행한다.



    “군 제대하면 서른둘, 그래도 괜찮아요?”

    내년으로 다가온 군 입대는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듯하다. “지금의 나와 군대에 다녀온 나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그의 말이 일종의 선언으로 들리는 이유다. 그는 최근 발매된 네 번째 솔로 앨범에서 작심한 듯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앨범 타이틀은 ‘권지용’, 바로 지드래곤의 진짜 이름이다.

    6월 10일 지드래곤의 솔로 월드투어 ‘ACT Ⅲ M.O.T.T.E(Moment of Truth The End)’의 성대한 막이 올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4만여 명의 관객으로 가득 찼고, 평소 보기 어려운 유명인들도 눈에 띄었다. 가히 ‘스타들의 스타’라는 말이 실감나는 현장이었다. 지드래곤은 이번 투어에서 인간 권지용의 고민과 요즘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전에도 솔로 콘서트를 연 적은 있지만, 인간 권지용이라는 사람의 첫 번째 콘서트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공연의 주제는 ‘모태’예요. 데뷔 후 지금까지 줄곧 대중 앞에 지드래곤이라는 이름으로 섰는데, 어느 순간 제 본모습은 어떨까 돌아보게 됐어요. 보시다시피 조명, 의상, 영상 등 콘서트 기획의 대부분을 붉은색으로 구성했어요. 모태, 즉 핏덩이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해서예요.

    의미나 해석을 보태기보다 1차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놀라지 마세요. 진짜 피는 아니고 예뻐 보이려고 한 거니까요(웃음).”

    그는 자신의 첫 솔로곡인 ‘Heartbreaker’ 로 포문을 연 뒤 ‘Obsession’ ‘미치GO’ ‘One Of A Kind’ ‘그XX’ ‘니가 뭔데?’ ‘크레용’ ‘삐딱하게’에 이어 이번 앨범 타이틀곡인 ‘무제’까지 선보이며 오로지 자신의 음악만으로 무대를 가득 메웠다. 앨범 ‘권지용’은 발표되자마자 39개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무제’ 뮤직비디오는 공개 이틀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하며 지드래곤의 파괴력을 입증했다.

    “(새 앨범이) 많은 곳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누가 봐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사실 앨범을 만들면서 많이 지치고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꿈속에 사는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너무 좋으면서도 뭐가 꿈이고 뭐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든…. 알 수 없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더 초심을 찾으려 노력했죠. 그 노력은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될 거고요. 저와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낸 팬도 많이 있을 거예요. 앞으로도 제가 어떤 모습이든, 그게 화려한 모습의 지드래곤이어도, 조금은 허름한 권지용이어도 지금처럼 지켜봐주시면 좋겠어요.”

    속 깊은 얘기를 불쑥 꺼낸 지드래곤은 귀여운 고민까지 털어놓았다.

    “(팬들을 향해) 저는 내년에 군대를 가요. 갔다 오면 서른둘, 셋일 텐데 괜찮겠어요(웃음)? 사실 제가 안 괜찮아요. 그 나이 되면 매니큐어는 더 못 칠할 것 같아요.”

    지드래곤의 음악은 가수가 된 후 그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성장사를 정직하게 반영한다. 빅뱅의 음악과도 뚜렷하게 구분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이에 맞게 음악을 하려고 한다.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은 내 직성에 맞지 않는다. 그러면서 음악적으로도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자의식은 지금의 지드래곤을 있게 한 가장 큰 힘이다.
     


    지드래곤이 ‘논란’에 대처하는 법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연예계에서 오랜 기간 자신만의 존재감을 뽐내는 스타는 손에 꼽힌다. 특히 생명력이 짧은 아이돌 생태계에서 오로지 음악과 무대로만 가치를 증명한 팀은 더더욱 귀하다. 그런 의미에서 빅뱅은 현재 동시대 대중문화의 집약체로 늘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지드래곤이 있다.

    지드래곤은 스타로서 매력도 크지만 팀에 섞여 있을 때는 놀랍도록 완벽하게 균형감을 선보인다. 절대 혼자 튀지 않는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YG, 빅뱅, 지드래곤이라고 하면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이 분명히 있다. 리더로서 흔들리지 않고 팀을 끌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속으로 나만의 방식을 정했는데, 죽을 때까지 무조건 팀원보다 잘나가는 것이다. 그래야 빅뱅을 잡을 수 있고 프로듀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빅뱅은 명성만큼이나 심한 부침을 겪었다. 2011년 5월 지드래곤이 일본 투어 도중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같은 해 멤버 대성은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3년에는 멤버 승리가 과속운전으로 차량이 전파하는 큰 사고를 겪었다. 최근에는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 경찰악대원에 입대한 멤버 탑이 입대 전 대마초를 흡연한 사실이 발각돼 결국 직위해제됐다. 이후 약물 과다복용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등 탑의 대마초 흡연 논란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 그는 기소된 상태다. 이 사건은 팬들은 물론, 솔로 활동을 앞두고 있던 지드래곤에게도 적잖은 타격이었다.

    그는 6월 3일 일본 오사카에서 있었던 빅뱅 팬 이벤트에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팀을 대표해 사과했다.

    “이번 공연을 정말 못할 뻔했는데 결과적으로 무사히 열 수 있게 돼 감사해요. ‘지드래곤’은 제가 보기에도 굉장히 화려하고 이미지가 많이 과장돼 있어요. 그래서 가장 덜 꾸민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월드투어의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이제 갓 서른을 맞은 케이팝(K-pop) 스타 지드래곤. 앞으로 그가 그려갈 삶과 음악의 궤적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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