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는 이스라엘의 경제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 강국 이스라엘을 일군 유대인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수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아다닌 유대인은 최근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크게 활약한다. 전 세계 인구의 약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하다.
유대인 성공학은 여러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다. 확고한 종교관, 긍정적인 경제마인드, 끈끈한 협동심, 과감한 도전정신, 철저한 계약문화 등 유대인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 꼽으라면 역시 교육에 대한 열망이다. 가진 게 없어도 머리에 지식만 있다면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신념이다.
우리도 유대인 못지않게 교육을 중시한다. 하지만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창의성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다르다. 유대인은 창의적 인재가 별도로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우리 모두에게 창의성이 내재돼 있고, 그것을 찾아내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표적인 창의적 인물로 아인슈타인을 꼽는다. 하지만 유대인인 아인슈타인은 4세가 되도록 말도 제대로 못해 저능아 소리까지 들었던 사람이다. 그런 저능아가 어떻게 세계적인 천재 반열에 올랐을까. 이 이야기는 유대인 사회에서도 창의성 교육의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어릴 때부터 대화·토론 통해 개발
내용은 이렇다. 저능아 소리를 듣던 아인슈타인은 학교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어느 날 “이 학생의 지적 능력으로는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음”이라는 내용의 선생님 편지를 받아왔다. 이 편지를 받아본 아인슈타인 어머니는 “걱정할 것 없다. 남과 같아지려 하면 결코 남보다 나아질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너는 남과 다르기 때문에 기필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고 격려했다. 아인슈타인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유대인은 이처럼 ‘남보다 뛰어남’이 아닌 ‘남과 다름’을 창의성의 핵심으로 여긴다. 학교나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적성을 갖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 교육계에서도 진로와 적성교육을 강조하는데,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아주 바람직하고 더욱 강화해야 할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창의성의 핵심인 ‘남과 다름’은 어떻게 알아보고 개발할 수 있을까. 유대인의 답은 분명하다. 한마디로 대화와 토론이다. 유대 학자들은 대화와 토론을 하는 동안 “나와 남의 생각 차이를 이해할 수 있고, 또한 평소 생각할 수 없었던 무수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에 저절로 상상력과 창의성이 길러진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대화와 토론은 유대인 교육의 기본이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대화와 토론 방법을 익힌다. 학교 수업도 대부분 대화와 토론 방식으로 진행한다. 유대인 어머니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뭘 배웠니?”보다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도서관 안에도 칸막이가 없으며, 토론이 가능하도록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앉게 배치돼 있다.
이러한 대화와 토론 문화를 이스라엘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21세기 이스라엘 경제성장의 비결을 연구한 ‘창업국가’라는 책에서도 유대인 창의력의 원천을 후츠파(chutzpah)라는 문화에서 찾았다. 후츠파는 ‘뻔뻔스러운, 주제넘은, 오만함’이란 뜻으로, ‘상대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당당하게 토론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이런 적극적이고 과감한 토론 문화는 실생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회사의 임원과 직원 관계, 대학의 교수와 학생 관계, 심지어 군대의 장군과 사병 관계에서도 서로 당당한 토론이 이뤄진다.
어떤 안건이든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므로 정부 또는 기업 활동에서 불합리하거나 일방통행적인 지시가 먹혀들기 어렵다. 각종 정책 결정이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IT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기술개발이나 정부의 최종 투자 결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질문과 대답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러니 부실 검증이나 편법 및 탈법 투자의 개연성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벤처투자에 대한 실패 용인은 바로 이러한 난상토론을 통해 철저히 검증된 투자에 대한 실패를 의미한다.
이스라엘 대학생 대부분 취업보다 창업
창업 활성화와 관련해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창업 전 단계인 경제 교육이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졸업 후 취직에 급급하지만 이스라엘 대학생은 80~90%가 취업 대신 창업을 희망한다. 학생 대부분이 준비된 창업자라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도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등 창업으로 성공한 20대 청년 아이콘의 상당수는 유대인이다. 이들이 20대에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한 것은 이들이 받아온 경제교육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유대인은 전 세계 어디서든 13세에 ‘바르 미츠바’라는 성인식을 갖는다. 특이한 것은 이때 결혼식 때처럼 축의금을 받는데, 우리 돈 5000만 원(미국 중산층 기준) 정도의 축의금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 돈의 소유권은 ‘13세 성인’에게 있다. 물론 부모와 상의는 하지만 대부분 이 돈을 자기 책임 하에 예금이나 채권, 심지어 주식으로 운용한다. 이들이 20대 진짜 성인이 되면 대부분 두둑한 종잣돈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실전 교육을 통해 터득한 경제 감각까지 갖추는 것이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는 과거 정책을 변형하거나 단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를 상상력과 창의성이라는 창조 역량에 기반을 둔 사회로 혁신하려는 노력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창조경제의 뿌리가 굳건히 내릴 수 있게 학교 교육 등 교육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고사성어가 말해주듯, 아무리 맛난 귤도 토양이 맞지 않은 곳에 가면 탱자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
유대인 성공학은 여러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다. 확고한 종교관, 긍정적인 경제마인드, 끈끈한 협동심, 과감한 도전정신, 철저한 계약문화 등 유대인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 꼽으라면 역시 교육에 대한 열망이다. 가진 게 없어도 머리에 지식만 있다면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신념이다.
우리도 유대인 못지않게 교육을 중시한다. 하지만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창의성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다르다. 유대인은 창의적 인재가 별도로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우리 모두에게 창의성이 내재돼 있고, 그것을 찾아내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표적인 창의적 인물로 아인슈타인을 꼽는다. 하지만 유대인인 아인슈타인은 4세가 되도록 말도 제대로 못해 저능아 소리까지 들었던 사람이다. 그런 저능아가 어떻게 세계적인 천재 반열에 올랐을까. 이 이야기는 유대인 사회에서도 창의성 교육의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어릴 때부터 대화·토론 통해 개발
내용은 이렇다. 저능아 소리를 듣던 아인슈타인은 학교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어느 날 “이 학생의 지적 능력으로는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음”이라는 내용의 선생님 편지를 받아왔다. 이 편지를 받아본 아인슈타인 어머니는 “걱정할 것 없다. 남과 같아지려 하면 결코 남보다 나아질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너는 남과 다르기 때문에 기필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고 격려했다. 아인슈타인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유대인은 이처럼 ‘남보다 뛰어남’이 아닌 ‘남과 다름’을 창의성의 핵심으로 여긴다. 학교나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적성을 갖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 교육계에서도 진로와 적성교육을 강조하는데,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아주 바람직하고 더욱 강화해야 할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창의성의 핵심인 ‘남과 다름’은 어떻게 알아보고 개발할 수 있을까. 유대인의 답은 분명하다. 한마디로 대화와 토론이다. 유대 학자들은 대화와 토론을 하는 동안 “나와 남의 생각 차이를 이해할 수 있고, 또한 평소 생각할 수 없었던 무수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에 저절로 상상력과 창의성이 길러진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대화와 토론은 유대인 교육의 기본이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대화와 토론 방법을 익힌다. 학교 수업도 대부분 대화와 토론 방식으로 진행한다. 유대인 어머니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뭘 배웠니?”보다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도서관 안에도 칸막이가 없으며, 토론이 가능하도록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앉게 배치돼 있다.
이러한 대화와 토론 문화를 이스라엘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21세기 이스라엘 경제성장의 비결을 연구한 ‘창업국가’라는 책에서도 유대인 창의력의 원천을 후츠파(chutzpah)라는 문화에서 찾았다. 후츠파는 ‘뻔뻔스러운, 주제넘은, 오만함’이란 뜻으로, ‘상대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당당하게 토론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이런 적극적이고 과감한 토론 문화는 실생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회사의 임원과 직원 관계, 대학의 교수와 학생 관계, 심지어 군대의 장군과 사병 관계에서도 서로 당당한 토론이 이뤄진다.
어떤 안건이든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므로 정부 또는 기업 활동에서 불합리하거나 일방통행적인 지시가 먹혀들기 어렵다. 각종 정책 결정이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IT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기술개발이나 정부의 최종 투자 결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질문과 대답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러니 부실 검증이나 편법 및 탈법 투자의 개연성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벤처투자에 대한 실패 용인은 바로 이러한 난상토론을 통해 철저히 검증된 투자에 대한 실패를 의미한다.
이스라엘 대학생 대부분 취업보다 창업
창업 활성화와 관련해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창업 전 단계인 경제 교육이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졸업 후 취직에 급급하지만 이스라엘 대학생은 80~90%가 취업 대신 창업을 희망한다. 학생 대부분이 준비된 창업자라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도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등 창업으로 성공한 20대 청년 아이콘의 상당수는 유대인이다. 이들이 20대에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한 것은 이들이 받아온 경제교육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유대인은 전 세계 어디서든 13세에 ‘바르 미츠바’라는 성인식을 갖는다. 특이한 것은 이때 결혼식 때처럼 축의금을 받는데, 우리 돈 5000만 원(미국 중산층 기준) 정도의 축의금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 돈의 소유권은 ‘13세 성인’에게 있다. 물론 부모와 상의는 하지만 대부분 이 돈을 자기 책임 하에 예금이나 채권, 심지어 주식으로 운용한다. 이들이 20대 진짜 성인이 되면 대부분 두둑한 종잣돈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실전 교육을 통해 터득한 경제 감각까지 갖추는 것이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는 과거 정책을 변형하거나 단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를 상상력과 창의성이라는 창조 역량에 기반을 둔 사회로 혁신하려는 노력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창조경제의 뿌리가 굳건히 내릴 수 있게 학교 교육 등 교육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고사성어가 말해주듯, 아무리 맛난 귤도 토양이 맞지 않은 곳에 가면 탱자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