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은 이전 대선에 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두드러졌다. 후보 캠프나 지지자들은 줄임말, 신조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키워드 선거운동’에 나섰고, 호응을 얻기도 했다.
대통령은 나야 나!
선거운동 초기부터 대세론의 주인공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대세론 굳히기를 시도했다. 선거운동 막바지에는 ‘문재인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뜻의 ‘문익인간’이라는 신조어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었다.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는 키워드 만들기에 가장 열중한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다. 선거 초기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를 타파하고자 ‘문안홍’(문을 열고 안을 봤더니 홍준표만 보이더라)을 내세웠고, 이후엔 ‘홍찍자’(홍준표를 찍으면 자유대한민국을 지킨다)라는 구호를 선거운동 기간 내내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대미안’(대신할 수 없는 미래 안철수), ‘안파고’(안철수+알파고) 등의 신조어를 통해 본인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유약하다는 이미지를 타파하고자 강해지고 독해졌다는 의미의 ‘강철수’를 표방했고, 말투도 강한 톤으로 바꿨다.
그 사람은 절대 안 돼!
19대 대선에서는 각 후보를 대상으로 한 네거티브도 세 글자 신조어로 유통됐다. 대선 초반에는 문재인-안철수 진영 간 상대 후보 비판이 치열했다. 이에 각 당이 아침 회의 때마다 상대 후보 비판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문모닝’ ‘안모닝’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1강(문재인)-2중(홍준표, 안철수) 구도가 형성되자 홍 후보와 안 후보는 중도·보수 유권자의 표심을 결집하려고 네거티브 전략을 폈다. 홍 후보 측은 ‘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된다’는 의미의 ‘안찍박’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네거티브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당은 ‘홍준표를 찍으면 결국 문재인이 대통령 된다’는 ‘홍찍문’으로 보수 유권자를 모으려 했다.
어차피 안 될 후보인데, ‘정치 홍대병’
선거운동 기간 내내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지자들은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후보의 일부 지지자로부터 ‘정치 홍대병’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서울 홍대 앞의 비주류 음악만 찾는 사람을 비하하는 ‘홍대병’에 ‘정치’를 더한 말이다. 당선 확률이 없는데 유 후보와 심 후보가 사퇴하지 않아 표가 분산되고 있다는 의미다.이에 유 후보 측은 ‘유승민을 찍으면 유승민이 대통령 된다’는 의미의 ‘유찍유’를, 심 후보 측은 ‘심상정을 아는 사람은 심상정을 찍는다’는 내용의 ‘심알찍’으로 사표 심리 차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