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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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의 덫, 문재인 캠프는 예외일까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3-17 16: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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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1월 5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는 12월 19일로 예정된 대선을 40여 일 남겨놓은 시점에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다자구도 가상대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36.0%,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22.4%, 민주당 노무현 후보 16.8% 지지율로 ‘1강 2중’ 추세를 보였다. 정몽준-노무현 후보단일화를 가정한 가상대결에서도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이 후보가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후보는 노 후보와 대결에서는 41.4% 대 31.6%, 정 후보와는 38.7% 대 36.3%로 앞섰다.

    그로부터 20여 일 뒤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가 확정된 직후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가상대결 결과가 뒤바뀌었다.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가 11월 25일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42.2%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35.2%)를 7%p 앞섰다. 20여 일 만에 지지율이 뒤바뀐 결과는 다른 조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1월 25일 KBS-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43.5% 지지율로 37.0%에 그친 이 후보를 6.5%p 차로 앞섰고, MBC-코리아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노 후보는 42.1%를 얻어 35.8%를 기록한 이 후보를 6.3%p 앞섰다. SBS-TNS가 11월 25, 26일 이틀간 실시한 조사에서도 노 후보 45.7%, 이 후보 38.6%로 나타나 노 후보가 7.1%p 높았다.

    당시 ‘이회창 대세론’이 무너진 일차적 원인은 대선구도 변화라고 볼 수 있다. 3자 구도가 양자 구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지지율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도만이 대세론 붕괴의 알파와 오메가는 아니다.

    또다시 이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졌고 상대 후보가 단일화 등을 통해 대중적 관심과 힘을 모아가는 동안 이회창 캠프 내부는 ‘총성 없는 충성 경쟁’을 하느라 선거운동을 등한시한 것이 대세론 붕괴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대세론에 취해 덧셈정치 대신 뺄셈정치가 횡행했던 것. 일례로 2002년 대선 때 후보를 대신해 전국 지역을 맡아 표밭을 갈아야 할 의원과 지구당위원장 등은 ‘눈도장을 찍기 위해’ 이 후보가 참석하는 행사를 따라다니는 데만 열중했다. 이를 보다 못한 당 지도부가 나서 ‘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은 지역구를 지키라’는 지침을 내려 보낼 정도였다. 또한 이 후보가 직접 참석하는 선거대책회의는 다른 회의에 비해 통상 30~40분 길게 진행됐는데, 후보를 의식해 ‘자기 과시성’ 보고를 하는 인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2년 이회창 캠프와 2017년 문재인 캠프는 얼마나 다를까. 30%대 지지율에 머문 ‘문재인 대세론’은 2002년 이회창 대세론과 비교할 때 허약한 편이다. 또 3월 16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대선 당일 개헌 투표를 하자면서 문 전 대표를 향해 “2012년 개헌 약속을 지키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김종인 의원의 탈당이 불러온 제3지대 빅텐트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문재인 대세론을 꺾기 위한 필살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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