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6년 차인 김보연(가명) 씨는 2년 전쯤 “대출받아 집을 사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주변에는 대출 수억 원을 끼고 아파트를 산 뒤 집값이 올라 함박웃음을 짓는 사람이 적잖았다. 대출이자 부담도 크지 않아 보였다. 결국 2016년 초 김씨는 3년 뒤쯤 3억 원 정도 대출을 끼고 6억 원대 아파트를 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출금리가 연 2~3%일 때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50만~75만 원가량이라 감당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지금 김씨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내 집 마련 시기를 좀 더 늦춰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통 한국 기준금리는 미국 금리를 따라가기 때문에 이번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기준금리까지 인상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를 파격적으로 올리지는 않겠지만 미국 금리와 국내 기준금리가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등락을 같이 했던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언제까지 동결을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근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17년에는 4%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택담보대출의 60~70%가량으로 추정되는 변동금리 대출은 2016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 금리에 적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금리는 9월 말 1.31%로 최저점을 찍은 뒤 최근 1.51%로 올라섰다(그래프2 참조). 당연히 새로 대출받으려는 소비자의 부담 역시 커졌다. 김씨가 만약 대출금리 연 4%로 빚 3억 원을 안고 집을 산다면 2017년부터는 이자만 매달 100만 원씩 꼬박꼬박 내야 한다.
한편 코픽스 금리가 9월에 비해 오른 것은 맞지만 2년 전(2.10%)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만약 2년 전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계약 시점보다 지금의 이자 상환 부담이 여전히 낮다. 그렇기에 상당수 은행 전문가는 당장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갈아타거나, 꼭 필요한 대출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설령 지금 바로 고정금리로 갈아탄다 해도 금리 상승분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기대만큼 싸게 돈을 빌리기는 어렵다. 또 대출받은 지 얼마 안 됐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
어찌됐든 중요한 건 ‘초저금리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이제 더는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끌어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7년에도 기준금리를 2~3차례 추가로 올릴 개연성이 높다. 낮은 대출금리는 더는 기대하기 어렵고, 그걸 믿고 거액의 돈을 빌리기도 힘들어졌다.
미국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4차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과격한’ 전망이 있는 반면, 2차례에 그치리란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기도 미지수다. 한국은행은 2016년 12월 15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2017년 상반기까지 이를 유지하리라는 전망이 대세이긴 하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만기 1~2년인 단기대출이라면 변동금리를, 그보다 긴 장기대출이라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고정금리 대출은 변동금리 대출보다 0.5%p 정도 이자가 높은데, 향후 1~2년 안에는 그 정도로 변동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금융사 역시 몸을 사릴 여지가 크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연체 등 부실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그렇게 되면 중·저신용자는 은행은 물론 보험사와 신용카드사, 상호금융사,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기 더욱 어려워진다. 중·저신용자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었던 저축은행의 경우 2017년 2분기부터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대출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할 전망이다. 그렇기에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풍토는 당분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긴축정책은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가 선제적으로 나타나면 특히 신흥국에서는 선진국으로 자금이 회귀하는 현상이 강해질 수 있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신흥국팀장은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면 취약 5개국이라 부르는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는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환율 상승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신흥국 경기에 악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것. 개개인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는데 국가 경제까지 휘청거린다면 당연히 우리의 주머니 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중·저신용자를 비롯한 한계가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고, 다중채무자의 상황도 점차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금융권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가구는 134만2000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45만1000가구가 자영업자다. ‘제2의 외환위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 와중에 우리 정부는 ‘국정농단’ 블랙홀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몰아닥칠 한파에 대응할 만한 경제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때다.
지금 김씨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내 집 마련 시기를 좀 더 늦춰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통 한국 기준금리는 미국 금리를 따라가기 때문에 이번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기준금리까지 인상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를 파격적으로 올리지는 않겠지만 미국 금리와 국내 기준금리가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등락을 같이 했던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언제까지 동결을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근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17년에는 4%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택담보대출의 60~70%가량으로 추정되는 변동금리 대출은 2016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 금리에 적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금리는 9월 말 1.31%로 최저점을 찍은 뒤 최근 1.51%로 올라섰다(그래프2 참조). 당연히 새로 대출받으려는 소비자의 부담 역시 커졌다. 김씨가 만약 대출금리 연 4%로 빚 3억 원을 안고 집을 산다면 2017년부터는 이자만 매달 100만 원씩 꼬박꼬박 내야 한다.
무조건 고정금리 NO, 단기대출은 변동금리 유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016년 12월 14일(현지시각) 결정한 금리인상은 이미 우리 가계와 국가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추이를 면밀하게 살핀 뒤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물론 이번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1년 전 한 번 금리인상을 한 미국은 2016년 내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렇기에 국내 시중금리는 이런 예상을 반영해 이미 몇 달 전부터 오름 추세를 이어갔다.한편 코픽스 금리가 9월에 비해 오른 것은 맞지만 2년 전(2.10%)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만약 2년 전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계약 시점보다 지금의 이자 상환 부담이 여전히 낮다. 그렇기에 상당수 은행 전문가는 당장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갈아타거나, 꼭 필요한 대출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설령 지금 바로 고정금리로 갈아탄다 해도 금리 상승분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기대만큼 싸게 돈을 빌리기는 어렵다. 또 대출받은 지 얼마 안 됐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
어찌됐든 중요한 건 ‘초저금리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이제 더는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끌어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7년에도 기준금리를 2~3차례 추가로 올릴 개연성이 높다. 낮은 대출금리는 더는 기대하기 어렵고, 그걸 믿고 거액의 돈을 빌리기도 힘들어졌다.
미국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4차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과격한’ 전망이 있는 반면, 2차례에 그치리란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기도 미지수다. 한국은행은 2016년 12월 15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2017년 상반기까지 이를 유지하리라는 전망이 대세이긴 하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만기 1~2년인 단기대출이라면 변동금리를, 그보다 긴 장기대출이라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고정금리 대출은 변동금리 대출보다 0.5%p 정도 이자가 높은데, 향후 1~2년 안에는 그 정도로 변동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개인 빚 늘고, 수출 발목 잡히고
미국 금리인상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부동산정책 또한 부동산시장의 기상도를 바꿔놓을 전망이다. 정부는 1300조 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최근 다양한 부동산정책을 쏟아냈다. 이제는 집단대출(잔금대출)을 받을 때도 소득 능력을 증명해야 하고, 돈을 빌림과 동시에 원금과 이자를 함께 나눠 갚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금융사가 소비자의 모든 대출금과 원리금 상환 부담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DSR(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라는 ‘깐깐한’ 제도도 2017년부터 시작된다. 이런 이유로 이미 부동산경기는 상당히 위축된 분위기다.
금융사 역시 몸을 사릴 여지가 크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연체 등 부실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그렇게 되면 중·저신용자는 은행은 물론 보험사와 신용카드사, 상호금융사,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기 더욱 어려워진다. 중·저신용자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었던 저축은행의 경우 2017년 2분기부터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대출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할 전망이다. 그렇기에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풍토는 당분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긴축정책은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가 선제적으로 나타나면 특히 신흥국에서는 선진국으로 자금이 회귀하는 현상이 강해질 수 있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신흥국팀장은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면 취약 5개국이라 부르는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는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환율 상승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신흥국 경기에 악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것. 개개인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는데 국가 경제까지 휘청거린다면 당연히 우리의 주머니 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중·저신용자를 비롯한 한계가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고, 다중채무자의 상황도 점차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금융권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가구는 134만2000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45만1000가구가 자영업자다. ‘제2의 외환위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 와중에 우리 정부는 ‘국정농단’ 블랙홀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몰아닥칠 한파에 대응할 만한 경제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