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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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즐거움

40여 전 취재하다 고초, 명예도민증 받은 ‘지한파’

다치카와 기자의 한국 사랑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6-10-21 18: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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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천 영종도에서 마무리된 ‘LPGA KEB하나은행챔피언십’ 대회 내내 골프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일본인이 있었다. 다치카와 마사키(太刀川正樹·69) 기자가 그 주인공. 그는 이번 대회뿐 아니라 한 주 전 경기 여주시에서 열린 ‘하이트진로챔피언십’ 대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주 대회를 취재하려고 근처 모텔에 방을 잡고 주말 이틀 내내 택시를 타고 다녔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두 대회와 한국 주니어 선수의 육성 시스템을 취재하는 것이었다. 한국어에 능숙한 그의 취재 주제와 영역은 방대하다. 선수 본인과 관련한 사항과 더불어 부모, 코치, 골프문화, 주니어 육성 시스템, 심지어 ‘김영란법’이 골프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둔다.  

    다치카와 기자는 2006년부터 11년째 골프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골프와 인연은 2000년부터 10년간 미국에 살면서 칼럼니스트로 지낼 당시 일본 ‘골프다이제스트’ 의뢰로 한국 선수들을 취재하면서부터였다. 프로골퍼 이미나, 이선화, 최나연을 인터뷰하면서 그들 부모와 알게 돼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쓰게 됐다. 2007년부터 3년간 150회에 걸쳐 ‘기러기 아빠’ ‘골프 대디’ 등 한국 골프문화와 관련된 기사를 연재하고 그 뒤로는 50회에 걸쳐 한국 선수에 대해 썼다.  

    다치카와 기자의 인생역정을 더 파고 들어가면 골프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치열하던 한 시대와 마주하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인 1974년, 20대 후반이던 그는 시사지 기자로 한국 민주화운동을 취재하러 왔다 내란선동과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한국 재판정에 섰다.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10개월 복역한 뒤 일본으로 추방됐고, 이후 10년 동안 한국 입국이 금지됐다. 당시 ‘민청학련 사건’으로 지명수배 중이던 대학생 유인태(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씨로부터 “라면도 못 먹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안쓰러운 나머지 취재 사례비조로 7500원(당시 쌀 한 가마니 가격)을 준 게 빌미였다.

    이국땅에서 억울한 감옥생활로 그의 가정은 산산조각 났다. 강원 춘천이 고향인 한국인 아내는 당시 충격으로 피해망상 증세를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자살까지 시도했다. 아내의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사고로 아들을 잃고 아내와도 이혼했다. 하지만 인간사 모든 일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2010년 한국 법원은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 무죄,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 조치를 내리면서 형사상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부모와 가족이 받은 상처에 대한 민사소송은 대법원까지 갔으나 취하됐다고 한다.   

    다치카와 기자는 일 년에 너덧 번 한국을 찾고 시사지에도 일부 글을 기고하지만, 주로 골프 취재에 중점을 둔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여자 선수들이 그의 취재 중심에 있다. 한국에 대한 원망이 있을 법도 한데 그의 시선에는 오히려 애정이 어려 있다. 2013년 프로골퍼 구옥희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일본에서 직접 조문을 온 지한파(知韓派) 언론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는 전남 명예도민증을 받았다. 칼럼을 통해 일본에 전라도 골프장과 전남 출신 프로골퍼를 소개하고, 골프 명문고로 성장한 함평고와 도내 유명 식당 등을 50여 차례에 걸쳐 소개한 공헌을 인정받은 것이다. 전남도 요청으로 일본 골프기자단을 인솔해 한국 골프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의 어느 골프 담당 기자 못지않은 취재 경험을 가진 69세 현역 기자의 꿈은 한국과 일본 골프계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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