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 경주, 울산, 부산 등 영남 동남부 지역은 전례 없는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태풍 피해까지 겹쳐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전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천재지변으로 입은 피해의 복구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법적으로 보면 복구비용 부담은 해당 재산을 소유한 자의 몫이다. 이를 법률용어로 소유자 위험부담 원칙이라고 한다. 타인이 내 재산을 훼손했다면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니 당연히 훼손한 자가 배상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내 소유물이 인재가 아닌 천재지변으로 훼손됐다면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일단 훼손된 상태로 소유하는 수밖에 없다. 복구비용 부담은 전적으로 소유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만일 소유자가 미래의 불확실한 재난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뒀다면 보험금을 받아 복구비용으로 쓰면 된다. 자동차의 경우 자기차량손해담보보험(자차보험)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하면서 자차보험을 넣지 않았다면 해당되지 않는다. 한편 건물이나 공동주택,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을 대상으로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풍수해보험은 화재보험처럼 태풍이나 장마 같은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국민안전처가 관장하고 정부가 보험료의 55%에서 86%까지 부담한다고 한다. 이번 지진과 태풍이 지나간 이후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주택이 침수 또는 훼손된 경우 복구비용은 집주인과 세입자 중 누가 부담해야 할까. 민법은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목적물에 대하여 계약기간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임대인의 목적물에 대한 수선 및 유지 의무는 천재지변에도 적용된다. 판례에서도 “수선하지 않아 임대차계약에서 정해진 목적대로 사용, 수익할 수 없다면 임대인은 수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 임대인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해준 목적물은 시설물이기 때문에 임대인은 침수피해를 입은 가재도구 등에 대해 수리 또는 보상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 판례에서도 “임대 목적물은 임차인의 관리하에 있기 때문에 임대인은 임차인의 안전이나 도난 방지 등 보호 의무까지 부담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천재지변이라도 시설물의 불량한 상태가 침수피해의 한 원인이 됐다면 집주인과 세입자의 책임을 반반으로 봐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자연재해대책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재난 구호 및 재난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는 공적부담 및 지원에 대한 내용도 나와 있다. 태풍, 폭설 등 자연재난으로 인명, 주택, 생계수단 등에 피해를 입은 자에게 재난복구 및 이재민 구호를 위해 지원하는 재난지원금제도가 있다. 일정 강도 이상의 호우나 자연재해의 경우 재해 발생 10일 이내 신고하면 가구당 5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지원 대상자에 포함된다. 이 밖에도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해당 지역의 복구 작업은 물론, 주민을 대상으로 각종 구호 조치와 공과금 감면 및 학자금 융자 같은 지원이 이뤄진다. 천재지변에 따른 피해는 누구라도 입을 수 있고, 남의 일이 아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경보시스템을 보완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그 피해로 인한 고통과 부담을 나눠 갖고자 하는 의식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