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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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는 당신이 바보지

대기업에 세제 혜택 집중, 면세근로자 급증… “조세정책 정상화 방안 찾아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6-10-07 17: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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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 : (전략) 대부분의 비과세·감면 제도들, 특히 금융소득에 대한 것과 연구개발비 등에 대한 비과세·감면은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에게 혜택이 다 돌아가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R&D(연구개발) 감면의 경우는 대기업이 많이 받는 것이 있습니다. 워낙 지출도 많고 하기 때문에. 비율로 따진다면 그렇게 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 R&D는 대기업이 많이 혜택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금액 면에서는.

    박주현 의원 : 이미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20조나 되죠? 그런데 굳이 재벌기업만 혜택을 보는 3조 가까운 연구개발 세액공제를 또 해줘야 됩니까?

    9월 22일 열린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의 한 장면이다. 이날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따져 물었다. 관련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최근 공개한 ‘신성장산업 R&D 세액공제 세수추계’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도 2017~2018년 2년간 예상되는 추가 법인세 감면액(434억 원) 가운데 86.2%(374억 원)가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게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중소기업 몫은 13.8%(6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첫해인 2013년 ‘공약가계부’를 발표하면서 재임 기간 비과세 및 감면제도를 정비해 재원 18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표 참조). 그러나 9월 20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박주현 의원실에 제출한 ‘비과세·감면 정비 및 신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비과세 및 감면제도 정비로 정부가 2013~2017년 추가로 확보할 세수는 6조3000억 원(잠정치)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기대치의 3분의 1 수준이다.



    R&D 세액공제, 인심 팍팍 쓰는 정부

    그동안 정부가 비과세 및 감면제도 정비에 손을 놓았던 건 아니다. 8월 기획재정부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기존 제도를 정비해 추가로 확보한 재원이 16조63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존 제도를 없애는 동시에 새로운 비과세 및 감면제도를 계속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특히 비과세 및 감면제도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R&D 세액공제(2016년 잠정 2조8000억 원)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2010년 우리나라 R&D 세액공제액은 1조8571억 원이었다. 6년 사이 1조 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11대 신(新)산업 기술 R&D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미래형 자동차 △지능정보 △차세대 SW(소프트웨어) 및 보안 △콘텐츠 △차세대 전자정보 디바이스 △차세대 방송통신 △바이오·헬스 △에너지신사업·환경 △융·복합 소재 △로봇  △항공·우주 등 11개 분야 R&D가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관련 분야 R&D에 투자한 기업은 최대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법인세 총결정세액에서 감면받을 수 있다. 또 기업이 신산업 기술을 사업화하고자 시설 투자를 하면 투자 금액의 최대 10%(대기업 7%, 중견기업 8%)를 세금에서 돌려받는다.

    정부가 이처럼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철강·해운·조선 등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력 산업 분야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신산업 육성으로 성장의 돌파구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수단으로 세금 감면을 택한 데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07년 299조2000억 원에서 올해 637조8000억 원(추경 기준)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내년에는 682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4% 수준이다. 게다가 국민 생활수준 향상과 고령화 등으로 복지 수요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임 기간 비과세 및 감면제도를 정비해 재원 18조 원을 마련하겠다”던 정부가 세제 혜택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로 만들어진 신산업 분야 R&D 세액공제를 상당 부분 대기업이 받을 것이라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는 신산업 관련 전담 부서에 투입되는 R&D 비용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등 다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력이 적은 중소기업에서는 연구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려워 세액공제를 받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정부도 기존에는 기업 규모별로 R&D 공제율(대기업 20%, 중소기업 30%)에 차등을 뒀다. 그러나 신산업 분야 R&D의 세액공제율은 일괄적으로 30%이다. 이 제도가 사실상 대기업 우대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발표한 ‘2013년 기준 시장구조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대기업 집중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13년 현재 대기업집단이 참여한 산업은 290개로 전체의 60.9%에 이르고, 이들 산업에서 대기업집단 출하액은 94.7%에 달한다. 출하액은 매출액 가운데 다른 기업 제품을 구매해 판매한 비용을 제외한 것을 의미한다. 해당 기업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내다 판 금액의 총합이다. 앞의 자료에서 우리나라 상위 50대 기업이 전체 기업 출하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일반집중도)은 45.2%였다. 국내 생산품 2개 중 1개(금액 기준)를 상위 50대 기업에서 만드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경제의 균형 발전을 꾀하려면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들어 대기업 성장이 나라 경제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과세·감면제도 대기업만 웃는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4년 발간한 저서 ‘한국 자본주의’에서 우리나라의 대기업 주도 성장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1990년대에는 기업이 돈을 벌면 국민 소득도 동반 증가하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나타났다. 90년부터 99년까지 국민총소득이 5.9% 증가하는 동안 기업소득은 6.0%, 가계소득은 5.7% 늘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2009년 사이에는 국민총소득이 3.5% 증가하고 기업소득이 7.5% 증가한 반면, 가계소득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국민총소득이 2.1% 오르는 사이 기업소득이 5.1% 늘어났으나 가계소득은 1.4%만 많아졌다. 국민총소득 증가분이 대부분 기업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가계 부문으로는 돌아오지 않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도 9월 22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지지하던 학자 출신으로, 당시에는 그것이 한국 경제에 적합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양극화 현상의 심화,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보면서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당론으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박주현 의원은 이에 대해 “조세정책 정상화를 위해 법인세 인상과 각종 조세특례제도 정비가 같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조세 감면은 세수 감소를 초래해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악화한다는 측면에서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 조세 감면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면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조세정책 정상화의 일환으로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7월 말 발표한 ‘연말정산 대란과 보완대책, 그리고 남은 과제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 비율은 2015년 현재(2014년 귀속분) 48.1%에 이른다. 2006년 47.6%에서 차츰 낮아져 2013년 32.4%까지 떨어졌지만, 2015년 초 이른바 ‘연말정산 대란’ 당시 정부가 각종 공제제도를 확대하며 다시 급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산층 근로소득자 중에도 면세자가 늘어, 연봉 4000만〜5000만 원을 받는 근로자 가운데 면세자 비율이 17.8%(23만514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1만8475명)에 그쳤던 전년의 12배가 넘는 수치다. 심지어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은 근로자 중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이가 2013년 0.01%(53명)에서 2014년 0.27%(1441명)로 크게 늘었다. 반면 미국 근로자 중 면세자 비율은 2013년 기준 35.8%, 캐나다는 33.5%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처럼 납세자 수가 줄면서 세금을 정상적으로 내는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는 점이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납세자 기준으로 인당 세금액은 2013년 201만6000원에서 2014년 293만2000원으로 45.4% 많아졌다. 정부가 법인과 일부 근로자에게 세제 혜택을 ‘퍼주면서’ 착실히 세금을 내는 ‘유리지갑’ 납세자의 부담만 더욱 높아진 셈이다. 이에 대해 최근 세법개정안을 낸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원회 의장은 “국민 개세주의(모든 국민이 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 원칙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면세자 비율이 48.1%에 달한다는 건 문제다. 연소득 2500만 원 이상 소득자를 대상으로 특별세액공제 한도를 부여해 아무리 세액공제를 받아도 소득의 10%는 세금으로 내게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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