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서는 여성 정치인의 활약이 눈부시다. 7월 31일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제20대 도쿄도지사에 취임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4)는 지지율 80%를 웃돌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여성 최초로 도쿄도지사에 뽑힌 고이케의 최고 장점은 단연 오감(五感) 정치다.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정치인과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생각 차이를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것이다. 2009년 9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를 탈퇴하고 무파벌로 홀로 서기를 계속해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일본 유권자들은 파벌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는 기존 의원보다 불퇴전의 용기와 승부욕을 몸소 보여준 고이케에게 큰 호감을 갖게 됐다.
고이케의 또 다른 무기는 여성 지지자를 대거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 유세장의 가두연설에도 젊은 주부와 중·장년 여성이 대거 운집했다. 한편 고이케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자민당의 추천을 받지 못했다. 자민당이 추천한 후보는 이와테현 지사 출신인 마스다 히로야(田也·64)였다. 자민당으로서는 분열선거를 치른 셈인데, 당의 공인후보가 아니었던 고이케로서는 불리하기 짝이 없는 선거였다. 하지만 그는 도쿄도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른바 ‘도쿄의 여름’ 돌풍을 일으켰다. 고이케는 이 선거전을 ‘잔 다르크 작전’이라 칭하며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처럼 고이케가 ‘언터처블(untouchable)’로 자리매김하는 사이 자민당 내에서는 또 다른 여성 정치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8월 3일 아베 개조내각에서 방위상으로 전격 기용된 이나다 도모미(田朋美·57)다. 이나다는 중의원 선거구인 후쿠이 제1구에서 4번 당선한 중견 정치인이지만, 장관급의 당선 횟수가 보통 8~10회인 점에 비춰볼 때 이나다는 벼락출세한 셈이다. 여기에는 아베 총리의 집요하고도 원대한 포석이 깔려 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규제개혁상, 자민당 정조회장이라는 요직을 맡기며 이나다를 키웠고, 이번에는 방위상이라는 핵심 포스트에 앉힘으로써 ‘포스트 아베’의 자민당 총재후보로까지 끌어올렸다.
여당에서 고이케와 이나다가 상종가라면, 야권에서도 주목받는 젊은 여성 정치인이 등장했다. 9월 15일에 치른 제1야당인 민진당 대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렌호(蓮舫·48)다.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렌호는 니혼TV, TV아사히에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뉴스를 진행하며 일약 유명해졌고, 그 여세를 몰아 2004년 7월 제20회 참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 도쿄도 선거구에서 당선해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2010년 6월 출범한 간 나오토 내각에서 내각부 행정쇄신담당 대신을 지내며 행정 쇄신과 소비자 및 식품안전 업무를 담당한 그는 2011년 9월 출범한 노다 요시히코 내각에서도 같은 장관직을 맡으며 저출산 대책 등을 수행했다.
민진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렌호를 자민당 고이케를 능가할 만한 인물로 키우고자 중요 직책과 업무를 맡기며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렌호는 9월 15일 당대표 선거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후 “반드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민진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렌호의 임기는 2019년 9월까지로, 임기 중 제48회 중의원 총선거(2018년 12월)를 맞는다. 이 중의원 선거에서 렌호가 어떤 싸움을 펼치느냐에 민진당의 운명이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여걸 3인방에게도 치명적 약점은 있다. 먼저 고이케 도쿄도지사 앞에는 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이라는 난제가 놓였다. 규모가 협소한 도내 쓰키지 도매시장을 도요스 시장으로 이전하려고 하나, 최근 도요스 시장 내 발암물질과 토양 오염 문제가 드러나면서 이전이 연기돼 도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고이케로서는 아직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또한 고이케는 자민당 당적은 유지하되 무파벌 상태라는 점에서 발목을 잡힐 우려가 있다. 한마디로 지원세력이 매우 약해 ‘포스트 아베’ 자리를 엿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나다는 단기간의 벼락출세로 의원들과 당내 인사들에게 ‘질투’를 받고 있다. 특히 이나다는 자기보다 당선 횟수가 많은 70여 명의 입각대기조 의원들로부터 원망을 사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이나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나가타초(永田町·국회의사당과 총리 관저 등 일본 국가 중추기관이 밀집해 있는 곳)에 ‘방위 경험자는 총리가 되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는데, 이나다가 이 징크스를 깰 것인지도 미지수다. 그간 역사를 돌아볼 때 가네마루 신, 가토 고이치, 야마사키 다쿠 등 최고 거물급 인사를 포함해 70명 상당의 방위청 장관 및 방위상 출신이 결국 총리가 되지 못했다. 딱 한 명,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예외일 뿐이다.
렌호에게는 민진당이 앞으로 선거전을 치를 때 야권 공조를 하느냐 마느냐, 하게 되면 어느 당과 하느냐가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민진당 내에는 공산당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의원들이 있다. 이들은 민진당과 공산당의 지향점이 다른 만큼 민진당 자력으로 당세를 확장해 당을 재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산당과 선거 협력을 하지 않으면 정권에 반대하는 야당 지지표를 놓고 공산당과 다퉈야 하기에 민진당, 공산당 둘 다 공멸할 수도 있다. 민진당 내에서는 의원들 간 노선 대립을 벌이는 등 당 전체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결국 렌호가 당대표로서 과연 어떤 노선을 선택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자칫 잘못하면 민진당은 정권교체 기회를 놓치고 ‘만년 야당’ 신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
렌호의 또 다른 약점은 대만과 일본의 이중국적자라는 점이다. 렌호는 민진당 대표 선거 과정과 선거 이후에도 이중국적을 정리하겠다고 말했지만, 일본인에게 이 민감한 문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1루수 겸 4번 타자를 맡아 홈런 868개로 세계기록을 수립한 오 사다하루는 대만인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자이언츠에서 3루수 겸 3번 타자를 맡았던 순수 일본 혈통 나가시마 시게오에게 인기 면에서 늘 뒤졌다. 렌호의 앞길이 가시밭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고이케의 또 다른 무기는 여성 지지자를 대거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 유세장의 가두연설에도 젊은 주부와 중·장년 여성이 대거 운집했다. 한편 고이케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자민당의 추천을 받지 못했다. 자민당이 추천한 후보는 이와테현 지사 출신인 마스다 히로야(田也·64)였다. 자민당으로서는 분열선거를 치른 셈인데, 당의 공인후보가 아니었던 고이케로서는 불리하기 짝이 없는 선거였다. 하지만 그는 도쿄도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른바 ‘도쿄의 여름’ 돌풍을 일으켰다. 고이케는 이 선거전을 ‘잔 다르크 작전’이라 칭하며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벼락출세 이나다…민진당 대표 렌호
선거 후 자민당 당기위원회는 당 결정을 무시한 채 홀로 출마를 강행한 고이케를 제명하려 했으나 아베 신조 총리가 나서 “도쿄도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대승한 고이케를 제명하면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4년 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도쿄도(東京都)와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해 고이케에 대한 처분을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고이케가 ‘언터처블(untouchable)’로 자리매김하는 사이 자민당 내에서는 또 다른 여성 정치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8월 3일 아베 개조내각에서 방위상으로 전격 기용된 이나다 도모미(田朋美·57)다. 이나다는 중의원 선거구인 후쿠이 제1구에서 4번 당선한 중견 정치인이지만, 장관급의 당선 횟수가 보통 8~10회인 점에 비춰볼 때 이나다는 벼락출세한 셈이다. 여기에는 아베 총리의 집요하고도 원대한 포석이 깔려 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규제개혁상, 자민당 정조회장이라는 요직을 맡기며 이나다를 키웠고, 이번에는 방위상이라는 핵심 포스트에 앉힘으로써 ‘포스트 아베’의 자민당 총재후보로까지 끌어올렸다.
여당에서 고이케와 이나다가 상종가라면, 야권에서도 주목받는 젊은 여성 정치인이 등장했다. 9월 15일에 치른 제1야당인 민진당 대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렌호(蓮舫·48)다.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렌호는 니혼TV, TV아사히에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뉴스를 진행하며 일약 유명해졌고, 그 여세를 몰아 2004년 7월 제20회 참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 도쿄도 선거구에서 당선해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2010년 6월 출범한 간 나오토 내각에서 내각부 행정쇄신담당 대신을 지내며 행정 쇄신과 소비자 및 식품안전 업무를 담당한 그는 2011년 9월 출범한 노다 요시히코 내각에서도 같은 장관직을 맡으며 저출산 대책 등을 수행했다.
민진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렌호를 자민당 고이케를 능가할 만한 인물로 키우고자 중요 직책과 업무를 맡기며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렌호는 9월 15일 당대표 선거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후 “반드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민진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렌호의 임기는 2019년 9월까지로, 임기 중 제48회 중의원 총선거(2018년 12월)를 맞는다. 이 중의원 선거에서 렌호가 어떤 싸움을 펼치느냐에 민진당의 운명이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여걸 3인방에게도 치명적 약점은 있다. 먼저 고이케 도쿄도지사 앞에는 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이라는 난제가 놓였다. 규모가 협소한 도내 쓰키지 도매시장을 도요스 시장으로 이전하려고 하나, 최근 도요스 시장 내 발암물질과 토양 오염 문제가 드러나면서 이전이 연기돼 도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고이케로서는 아직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또한 고이케는 자민당 당적은 유지하되 무파벌 상태라는 점에서 발목을 잡힐 우려가 있다. 한마디로 지원세력이 매우 약해 ‘포스트 아베’ 자리를 엿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당 미래 짊어졌지만 갈 길이 태산
하지만 고이케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다. 고이케는 내년 도쿄도 의회선거에서 도쿄에 기반을 두는 지역 정당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사카유신회’, 나고야의 ‘감세일본당’과 3개 도시 연합정당을 결성하고 그 위에 민진당 우파 등을 규합해 야권 재편을 이룬 후 다음 총선거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이나다는 단기간의 벼락출세로 의원들과 당내 인사들에게 ‘질투’를 받고 있다. 특히 이나다는 자기보다 당선 횟수가 많은 70여 명의 입각대기조 의원들로부터 원망을 사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이나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나가타초(永田町·국회의사당과 총리 관저 등 일본 국가 중추기관이 밀집해 있는 곳)에 ‘방위 경험자는 총리가 되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는데, 이나다가 이 징크스를 깰 것인지도 미지수다. 그간 역사를 돌아볼 때 가네마루 신, 가토 고이치, 야마사키 다쿠 등 최고 거물급 인사를 포함해 70명 상당의 방위청 장관 및 방위상 출신이 결국 총리가 되지 못했다. 딱 한 명,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예외일 뿐이다.
렌호에게는 민진당이 앞으로 선거전을 치를 때 야권 공조를 하느냐 마느냐, 하게 되면 어느 당과 하느냐가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민진당 내에는 공산당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의원들이 있다. 이들은 민진당과 공산당의 지향점이 다른 만큼 민진당 자력으로 당세를 확장해 당을 재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산당과 선거 협력을 하지 않으면 정권에 반대하는 야당 지지표를 놓고 공산당과 다퉈야 하기에 민진당, 공산당 둘 다 공멸할 수도 있다. 민진당 내에서는 의원들 간 노선 대립을 벌이는 등 당 전체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결국 렌호가 당대표로서 과연 어떤 노선을 선택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자칫 잘못하면 민진당은 정권교체 기회를 놓치고 ‘만년 야당’ 신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
렌호의 또 다른 약점은 대만과 일본의 이중국적자라는 점이다. 렌호는 민진당 대표 선거 과정과 선거 이후에도 이중국적을 정리하겠다고 말했지만, 일본인에게 이 민감한 문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1루수 겸 4번 타자를 맡아 홈런 868개로 세계기록을 수립한 오 사다하루는 대만인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자이언츠에서 3루수 겸 3번 타자를 맡았던 순수 일본 혈통 나가시마 시게오에게 인기 면에서 늘 뒤졌다. 렌호의 앞길이 가시밭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