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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축구 名家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4강 전북 vs 서울 맞대결 관전법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6-09-26 19: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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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전북현대모터스와 FC서울 두 명문 구단이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에서 만났다. 전북과 서울은 9월 28일 전북 홈인 전주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ACL 4강 1차전을 치른 뒤 10월 19일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2차전을 갖는다. ‘K리그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위기’라는 자조적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한국 축구의 근간을 이루는 K리그의 힘을 보여주는 모처럼 의미 있는 결과임에 틀림없다. 동아시아 최고 자리를 다툴 전북-서울의 4강전 승자는 서아시아 알아인(아랍에미리트)과 엘 자이시 SC(카타르)의 홈 앤드 어웨이 승자와 아시아 패권을 놓고 11월 19, 26일 결승전을 치른다. 전북 또는 서울이 우승컵을 찾아오면 K리그는 2012년 울산현대축구단 이후 4년 만에 아시아 최강 클럽을 보유하게 된다.



    K리그 저력을 보여주는 매치업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프로리그가 몸집을 불리고, ‘축구굴기’를 내세운 중국이 수년 전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면서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 축구는 점점 더 위축되고 있는 게 냉혹한 현실. K리그의 내로라하는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까지 너도나도 아시아권 내 다른 리그로 이적하면서 K리그는 ‘셀링리그’로 전락했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그러나 전북과 서울의 동반 ACL 4강 진출은 한국 축구의 저력을 보여준 성과다. AFC는 유럽리그처럼 대부분 ‘추춘제’를 실시하는 중동지역의 사정을 고려해 2013년부터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등 2개 권역으로 나눠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ACL을 운영하고 있다. K리그를 대표하는 전북과 서울 가운데 한 팀은 무조건 결승에 오르는 만큼 국내 축구계는 모처럼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다른 구단이 대부분 빠듯한 예산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꾸준한 마케팅 활동과 적극적인 투자를 유지하는 전북과 서울의 동반 4강 진출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전북과 서울은 8강에서 나란히 중국 클럽을 제쳤다. 전북은 상하이 상강을 만나 8강 원정 1차전에서 0-0 무승부에 그쳤지만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상하이에는 중국 슈퍼리그가 자랑하는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 헐크가 속해 있다. 그는 힘 한 번 쓰지 못했고,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스벤 예란 에릭손 상하이 감독도 한국 땅에서 쉽게 무너졌다. 산둥 루넝과 격돌한 서울은 홈 1차전에서 3-1로 쾌승을 한 뒤 원정 2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며 준결승에 올랐다. 산둥에는 이탈리아 대표팀 출신 공격수 그라치아노 펠레와 FC 바이에른 뮌헨 지휘봉을 잡았던 펠릭스 마가트 감독도 있었지만 K리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ACL 전체 역사를 되돌아봐도 K리그는 단연 최강이다. K리그는 역대 ACL에서 총 10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최다 우승 리그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2위인 일본 J리그(5회)보다 정확히 2배 더 정상에 올랐다. 포항스틸러스가 3회 우승으로 ACL 최다 우승 클럽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동국(전북·32골)은 ACL 통산 개인 최다 득점자다.

    전북과 서울이 4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이제 축구팬의 관심은 두 팀 중 어느 팀이 웃을까로 모아진다. 2014〜2015시즌 K리그 클래식을 2년 연속 제패한 전북은 ‘자타공인’ K리그 최강 클럽이다. 이번 시즌에도 30라운드까지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험난한 일정 속에서도 K리그 클래식과 ACL을 너끈히 소화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국가대표급 선발라인업’으로 두 팀을 꾸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전북은 올해 서울과 K리그 클래식에서 3번 맞대결해 모두 승리했다. 3월 12일 개막전 홈에서 1-0 승리를 거둔 뒤 7월 20일과 8월 28일 두 차례 원정에서도 각각 3-2, 3-1로 이겼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서울이 8강 1차전에서 산둥을 이겼을 때 준결승에서 서울을 만날 것으로 내다봤다”며 “우리 목표는 ALC 정상”이라는 말로 4강전 필승을 다짐했다. 지난 2년간 K리그 클래식 왕좌에 올랐던 전북은 일찌감치 ‘클래식 정상보다 아시아 정상’을 목표로 내세웠다. K리그 팀끼리 ACL 4강에서 맞붙은 것은 정확히 10년 전이다. 당시 전북은 울산과 준결승에서 승리한 후 내친김에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2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은 객관적 전력에서 전북에 미치지 못한다. 황선홍 감독도 “3번의 맞대결 결과에서 보듯 우리가 전북보다 열세인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단기전은 모른다. 변수가 많다. 우리 목표는 전북이 아니다. 아시아 정상”이라는 말로 결승행 티켓을 기필코 손에 넣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화끈한 화력대결, ‘스리백’이 변수될까

    더구나 황 감독은 토너먼트로 펼쳐지는 단기전에서 전북을 상대로 기분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포항을 이끌던 2013년 FA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홈팀 전북을 이기고 우승했다. 이듬해 ACL 16강전 홈과 원정 경기에서 모두 전북을 이기고 8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 밖에도 수차례 중요한 길목에서 포항을 이끌던 황 감독은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전북의 앞길을 막은 바 있다.

    전북과 서울의 준결승은 양 팀의 ‘화끈한 화력대결’에서 희비가 갈릴 공산이 크다. 전북은 베테랑 이동국을 중심으로 에두와 레오나르도의 ‘용병 듀오’에 김신욱, 이종호 등 막강한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역시 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으로 이어지는 ‘아데박 트리오’라는 빼어난 공격진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시즌 3번 맞대결에서 전북은 7골, 서울은 3골 등 총 10골이 터졌을 정도로 두 팀이 만나면 난타전 양상을 보였다.

    변수는 있다. 시즌 도중 부임한 황 감독은 기존 최용수 감독이 주로 활용하던 수비 중심의 스리백 카드가 아닌 4-4-2 포메이션을 선호한다. 그러나 9월 18일 제주유나이티드FC와 전반전에서 모처럼 3-5-2 전형을 활용하는 등 전북전을 앞두고 스리백 카드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전북은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이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오면 경기 흐름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황 감독은 1차전이 전북 홈에서 열리는 데 대해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1차전 결과를 보고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1차전에서 수비 위주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친 뒤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전북은 10년 만에, 서울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정상을 노크한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K리그 명문 두 팀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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