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분석 6단계 프로세스 중 세 번째가 교통발생원(Traffic Generator·TG) 파악하기다. 도로 위치를 파악하고 방위와 지도 보기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상권의 핵심 시설을 찾아야 하는데, 핵심 시설이 바로 그 상권의 대표적인 TG다. 즉 사람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흡인력 있는 장소이자 출입하는 곳이다. TG 파악은 상권조사에서 반드시 해야 할 항목일 뿐 아니라, 이후 주동선과 부동선을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 주변에서 TG를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이 모여들고 그곳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핵심 시설을 찾으면 된다. 예를 들면 지하철역, KTX역, 고속버스터미널,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대학병원, 국제공항, 멀티플렉스영화관, 종합스포츠센터, 대형교차로 횡단보도 등이다. 단, 주의할 점은 같은 시설이라도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TG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다양한 유형의 TG를 살펴보자.
터미널+백화점+교차로
인천의 대표 상권 가운데 하나인 구월동 상권은 신세계백화점, 인천종합터미널, 인천터미널역 등 TG가 여러 개 존재한다. 상권 안에 롯데백화점이 있지만 인천종합터미널과 인천도시철도 1호선 인천터미널역, 그리고 대형교차로와 횡단보도 등 각각의 TG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이곳 상권에서 롯데백화점은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기 때문에 TG로 보지 않는다.지하철역+복합쇼핑몰+호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와 쌍벽을 이루는 TG가 바로 신천동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이다. 이곳은 서울메트로 2호선과 서울도시철도 8호선의 환승역이고 주변 오피스와 배후 아파트단지뿐 아니라 인근 경기 하남시, 구리시, 남양주시, 성남시 등의 고객까지 불러모으는 흡인력을 보여준다.대학병원+아파트단지+오피스
인천시청 입구에 위치한 가천대길병원은 구월힐스테이트 아파트단지와 일반 주택, 그리고 오피스로 이뤄진 복합상권의 중심에 있는 TG다. 인천 시민뿐 아니라 주변 경기 시흥시, 안산시, 광명시, 부천시 사람까지 불러모으는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가천대길병원 덕에 상권이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하철역은 대표적인 TG다. 그중에서도 서울메트로 2호선 강남역 11번 출입구는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주말과 공휴일이면 지방이나 해외에서 관광객이 모여들어 강남역 상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주택가 대형슈퍼마켓
몇 년 전 주택가와 골목상권을 보호하고자 대기업 계열의 SSM(Super SuperMarket·기업형 슈퍼마켓)의 신규 진출을 막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이 법으로도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슈퍼마켓은 막지 못했다. 따라서 주택가나 골목상권에서는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슈퍼마켓이 TG로 자리 잡은 곳이 많다.전통시장
최근 전통시장 컨설팅을 진행하거나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를 위한 강의를 하면서 실제로 전통시장이 TG가 된 곳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 5대 전통시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쉽게도 시·군·구 단위의 작은 전통시장은 아직까지 TG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TG는 상권 활성도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TG상에 있는 점포들은 장사가 잘된다고 보면 된다. 같은 시설물이라도 사람이 모여드는 정도에 따라 TG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방법은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밖에 없다.
상권분석에 유용한 ‘레일리의 소매인력법칙’
상권분석 이론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레일리의 소매인력법칙’이다. TG를 설명하다 갑자기 레일리의 소매인력법칙을 언급하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이 법칙이야말로 TG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용어사전’에서는 레일리의 소매인력법칙을 이렇게 설명한다. ‘두 도시가 있는 경우, 그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에서 유인하는 구매력의 비율은 두 도시의 인구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을 말한다. 레일리의 이 법칙은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을 원용한 것이다.’
‘매일경제 용어사전’은 레일리의 소매인력법칙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두 도시 간의 고객흡인력은 두 도시의 인구 규모에 비례하고 두 도시의 분기점으로부터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으로, 레일리(W. J. Reily)가 주장했다. 레일리의 소매인력법칙에 의하면 A도시와 B도시의 인구가 같을 경우 두 도시의 상권 경계는 중간 지점이 되며, A도시가 B도시보다 2배 크다면 A : B = √2 : 1 이 된다.’
예를 들어 인구 12만 명인 A도시(상권)와 인구 2만 명인 B도시(상권) 사이에 3만 명이 사는 C아파트단지가 있다. C는 A로부터 10km, B로부터 5km 떨어졌다. C에 거주하는 소비자는 A와 B로 얼마나 유입될 것인가. 이들이 근거리인 B상권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원거리인 A상권으로 갈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한번 계산해보자(그림 참조).
C에 거주하는 주민 3만 명이 A상권에 갈 확률은 60%, 즉 1만8000명이고 B상권으로 갈 확률은 40%, 즉 1만2000명이다. 따라서 거리가 가깝다고 규모가 작은 상권으로 소비자가 흡인된다고는 볼 수 없다.
레일리의 소매인력법칙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전략에 대해 강의하면서 해당 전통시장의 상권분석 자료를 수집·조사했는데, 상권 범위 밖 인접 상권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가 자리해 주택가 전통시장이 TG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바로 이 레일리의 소매인력법칙이 답을 제시해줬다. 전통시장 고객이 줄어들고 장사가 안 되는 이유가 인근 대형마트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리와 인구의 비례 관계에서 대형마트 때문에 잠재 고객층이 대폭 줄어들었고, 이를 극복하려면 해당 전통시장만의 특화된 상품을 취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