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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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추미애표 통합은 도로민주당!

김민석-이해찬과 소통합 응집력 얻고 확장력 잃은 제로섬 게임

  • 유창선 시사평론가·사회학 박사 yucs1@daum.net

    입력2016-09-26 18: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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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이 그렇게도 원하던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와 원외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9월 18일 전격적으로 통합을 선언함으로써 가능해진 일이다. 이날 추 대표는 “우리의 통합은 삶의 벼랑 끝에서 희망을 잃어가는 국민을 위한 희망 선언이며, 분열과 좌절을 딛고 일어나 정권교체를 위한 희망의 대장정”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사실 통합 내용을 뜯어보면 이 장면은 대단히 묘하다. 민주당에는 김 대표 외에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정치인이 없다시피 하다. 의석도 없는 원외정당이라 정치적 영향력을 말하기도 어렵다. 김 대표도 한때 잘나가는 정치인이었지만, 2002년 대통령선거(대선) 정국에서 노무현 후보를 떠나 정몽준 후보에게로 갔다 역풍을 맞은 이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그동안 정치적으로 잊힌 인물이 돼버렸다. 더민주 지지층 사이에서는 과거 노무현 후보를 배신한 행적 때문에 그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여전하다. 그런데도 추 대표는 거듭 희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양당 통합에 의미를 부여했다.



    과거형 통합의 한계

    먼저 더민주가 그토록 애착을 가진 민주당이라는 약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기쁨이 담겼을 것이다. 특히 대선정국에서 호남 민심을 놓고 국민의당과 두 번째 대결을 벌여야 하는지라, 민주당이라는 이름에 향수를 가진 층의 지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원외 민주당의 몸값은 간단히 ‘이름값’이라 생각하면 된다. 원외 민주당 혹은 김 대표에 대해 더민주 안에서 나올 법도 한 통합 반대 의견이 없었던 이유도 바로 민주당이라는 당명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대선정국에서 김 대표의 역할론은 더 지켜봐야 할 테지만, 일단 원외 민주당과 통합 효과는 그런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추 대표는 이를 기점으로 통합 드라이브를 걸려는 태세다. 통합 조치 2호는 이해찬 의원이다. 추미애 지도부는 김종인 지도부 때 총선 공천 탈락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마해 20대 국회에 들어온 이 의원의 복당을 결정했다. 김 대표의 경우와 달리 이 의원의 복당은 더민주의 향후 진로에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주지하다시피 이 의원은 ‘친노(친노무현) 좌장’으로 불리던 정치인이다. 그가 지난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민주에서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해 폭넓은 지지를 받는 수권정당으로 개조하겠다던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그 상징적 조치로 이 의원의 컷오프를 밀어붙였다. 더민주에서 친노 색채를 지움으로써 확장성을 만들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추미애 지도부는 이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종인 노선은 폐기됐고, 이제 추미애 노선이 더민주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추 대표는 소통합으로 시작해 대통합으로 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결국 내년 대선에서 야권 대통합을 이뤄 더민주 중심의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대통합이라는 목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민석-이해찬 두 사람이야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결국 더민주와 함께하는 길을 택했지만, 문재인 중심의 질서를 거부하는 다른 정치인이나 세력을 통합하는 것은 이와는 다른 문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이번 대선에서는 통합도 후보단일화도 없을 것임을 이미 못 박은 상태다. 더민주 외 야권 세력들이 이제 와서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한층 선명해진 더민주에 몸을 싣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추미애표 통합의 결과가 내년 대선정국에서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추 대표는 그동안 통합에 대해 당을 나간 사람들을 다시 당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과거형 통합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지지를 넓힐 수 있는 새로운 확장의 의미보다 이산가족상봉 같은 가족적 의미를 넘어서기 못한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추진하는 통합의 가장 앞 순서에, 오래된 정치인들이 포진하는 모양새가 됐다. 현재로서는 이들을 보고 더민주 지지로 이동할 층이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응집력은 얻고, 확장력은 잃은 통합이다.



    반기문 저격수 이해찬?

    특히 이해찬 의원의 복당이 대선 본선에서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물론 더민주의 당심(黨心)은 그의 복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7선인 이 의원이 대선정국에서 뭔가 할 거라고 기대하는 당원이 많다. 추 대표는 “(이 의원이) 울타리를 넓게 치는 구실을 해줄 것”이라고 든든한 신뢰감을 내비쳤다. 게다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같은 충청권 출신인 이 의원에게 ‘반기문 저격수’ 노릇을 기대하는 시선도 당내에는 많다.

    문제는 대선에서 표를 찍는 민심이다. 그렇지 않아도 친문 일색의 지도부가 구축돼 확장성의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나오는 시점에서 이 의원의 등장은 더민주에 ‘도로민주당’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도 할 말이 없는 광경이 됐다. 어찌 보면 친문 체제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더민주의 대선후보가 문재인 전 대표가 될 것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이 의원까지 끌어들인 추미애 지도부의 구상은 문 전 대표를 지키기 위한 최상의 질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문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이끌지는 불확실하다. 2012년 대선 때도 “문재인 뒤에 이해찬이 있어서 찍기 싫다”는 층이 있었고, 그 층은 지금도 존재한다. 이해찬 하면 ‘친노’를 떠올리는 시선은 여전히 많다. 논리가 정서를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 선거다. 그렇다면 이해찬의 재등장은 문 전 대표가 그렇게 빠져나오려 했던 ‘친노 프레임’ 안에 그를 다시 가둘 위험이 크다. 물론 확장성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문 전 대표도 그 점을 의식할 것이기에 2012년 때처럼 이 의원이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피하겠지만, 그래도 이해찬-문재인-추미애 3자 조합은 더민주의 정체성을 너무나 선명하게 규정지을 테고, 그만큼 외연 확대라는 과제는 다시 원점으로 가버릴 개연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추 대표의 희색에도 김민석-이해찬과 소통합한 결과가 대선정국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어떻게 해야 고정적 지지층을 넘어 기존 ‘비(非)문재인’ 층의 지지까지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더민주의 고민은 2012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 고민에 답을 줄 수 없는, 헤어졌던 옛 가족끼리 통합이 갖는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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