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는 어떤 상품을 만들어야 소비자들의 욕망을 충족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돈의 흐름’이다. 예를 들어 바이오 관련 산업이나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처럼 돈이 쏠리는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 또는 부동산, 금, 달러처럼 실물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둘째는 소비자들의 투자심리 변화다.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때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이때는 주식형 펀드 상품이 대거 나온다. 반면 경제가 불안정하고 변동성이 높을 때는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원금을 까먹지 않는 것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시중금리에 0.5%를 추가해주는 예·적금 ‘특판’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펀드라면 채권형 펀드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은행금리가 바닥 수준에 이르렀을 땐 그마저도 매력이 떨어진다. 이때는 은행금리보다 조금 높으면서 위험이 낮은 상품을 찾는 사람이 늘어 소위 ‘중수익-중위험’을 표방하는 금융상품이 두각을 나타낸다. 최근 대안으로 떠오른 P2P(peer to peer) 대출상품이나 부실채권(NPL)에 투자하는 관련 상품도 이와 같은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소비재 속성을 가진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해야 하는 금융회사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연구분석 능력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더욱 긴장해야 할 쪽은 오히려 소비자다. 왜냐하면 금융회사는 전문가로 구성돼 있지만 소비자는 비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개발해 판매하는 금융상품은 많이 팔면 팔수록 소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므로 상당히 오랫동안 마케팅을 진행한다. 그런데 그사이 트렌드가 변하면 결과적으로 나중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경기 변동성이 클수록 이 같은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소비자 역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기준을 가지고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장기투자하되 언제든 갈아탈 수 있어야
첫째, 장기투자가 유리하다는 것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지만 장기투자 방법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과거 성장기의 장기투자처럼 특정 금융상품에 오랫동안 묻어두는 것은 위험하다. 일정 금액을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투자하면서도 구체적인 상품은 언제든지 트렌드에 따라 교체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유리하다. 연금저축펀드계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형퇴직연금(IRP), 비과세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비과세해외펀드) 및 보험회사의 장기저축투자성 금융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것들은 해당 계좌나 상품(보험상품의 경우) 내에서 언제든 펀드 변경이 가능하다. 참고로 ‘계좌(account)’는 금융상품 바구니를 의미하는데, 같은 바구니(계좌) 안에 있는 여러 금융상품은 전화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혹은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둘째, 언제든 투자를 중단해도 불이익이 없는 상품 구매나 상품 설계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적립된 금액을 찾아 쓰라는 뜻은 아니다. 그럼 장기투자가 될 수 없다. 반면, 중도에 찾아 쓸 때 일정한 페널티가 있는 것은 어느 정도 감수하는 것이 좋다. 장기투자가 가능하려면 약간의 강제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제든 투자를 중단해도 불이익은 없지만 그때까지 적립된 금액을 인출할 때 기간에 따라 일정한 페널티가 주어지는 금융상품으로는 연금저축펀드계좌, ISA, IRP가 있다. 비과세해외펀드는 언제든 중도 인출을 해도 불이익이 없다. 그러나 ISA와 함께 가입할 수 있는 기간이 각각 2017년(비과세해외펀드), 2018년(ISA)까지로 정해져 있다.
반면 보험회사의 장기저축투자성 상품들은 납부 중단에 대한 조건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특히 납부를 중단하는 동안 사업비는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단, 그때까지 적립한 금액을 다른 불이익 없이 인출할 수는 있으나 인출 가능 금액은 제한돼 있다.
셋째, 판매가 오래된 금융상품은 일단 주의해야 한다. 물론 시대 변화와 상관없는 ‘스테디셀러’ 금융상품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변동성이 높아진 투자환경에서 그런 상품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적립식펀드 가운데 오래된 상품이 많은데, 가능하면 최근 3년까지 수익률을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앞서 열거한 몇 가지 금융상품(계좌)은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개발된 펀드가 출시될 때마다 해당 금융상품(계좌)에 추가되는 경우가 많으니 일정 기간마다 확인해보는 것이 유리하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
넷째, 해당 금융상품이 내세우는 트렌드가 이미 일반화된 것이라면 자칫 뒷북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투자 격언 가운데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말이 있다. 가장 좋은 금융상품은 트렌드를 미리 예측해 한발 앞서 판매되는 상품이다. 그런 상품이 히트하면 유사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재테크 관련 기사도 쏟아지는데 그땐 이미 한발 늦은 경우가 많다. 물론 해당 트렌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면 구체적인 상품 선택이 중요하다.예를 들어 최근 트렌드 가운데 배당 관련주에 투자하는 펀드상품이 있다. 배당 이슈는 이미 세계적 추세이며, 국내에서도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기업 내 유보금의 투자자 분배라는 관점에서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배당 트렌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품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기간별 수익률과 펀드운용 인력, 투자 대상 기업, 투자 비율 등을 비교해 판단한다. 앞서 열거한 금융상품(계좌)들에도 대체로 배당 관련 펀드상품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각 금융상품(계좌)이 가지고 있는 배당 관련 펀드상품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비교해본다.
다섯째,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비록 금융회사가 트렌드에 맞는 금융상품을 개발해 판매해도 최종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다. 물론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소비자가 져야 한다. 먼저 투자 포인트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금융상품의 3가지 고유 특성인 수익성, 안전성, 환금성을 기준으로 본인이 원하는 투자 포인트를 적절히 결정한 후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투자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런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 역시 완벽하지 않을뿐더러 소비자 이익에 앞서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최소한 돈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관련 기사를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돈 불리기가 어려울수록 게임하듯 즐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뭐든 즐길 수 있어야 결과도 좋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