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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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피서는 개인이 알아서? 헌법상 광범위 국가 책무!

더위 극복, 국가의 책임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khr@lawcm.com

    입력2016-08-29 17: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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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은 1994년 이후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더위는 추위와 더불어 문명의 발달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너무 더운 곳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조상 잘 만난 덕에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위로 인한 피해에서 비켜 살아왔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올여름 살인적 더위에 국민은 지금 하늘과 정부만 원망하고 있다.

    더위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데 반해, 우리 법률이 더위와 관련해 정해놓은 직접적인 규정은 거의 없다. 오히려 더위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 현대적 법 관념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선 모든 일이 마을 단위로 진행됐는데 표준시간도 마찬가지로 운용됐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전체 국가가 하나의 표준시간을 사용하며, 모든 일이 그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직장에서 근무시간도 그렇다. 덥다고 근무시간대를 변경하지는 않는다. 이것도 알고 보면 일종의 근거 없는 고정관념일 뿐이다.  

    올해는 전례 없는 불볕더위로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서 그동안 당연시해온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국민의 불만이 폭주했다. 아무리 더워도 일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 개인은 건강을 유지하려고 많은 휴식 시간을 갖고 싶어 하지만 그것도 이래저래 제약이 많다.

    국가가 폭서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법상 의무는 과연 어디에도 규정되지 않은 것일까. 법률에는 더위와 관련한 구체적 규정이 없지만 헌법상 국가는 국민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도움을 줘야 할 광범위한 의무를 지닌다. 국가가 자신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국민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애꿎게 한국전력공사를 탓할 일만도 아니다.

    실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제2항은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실직, 질병 등으로 국민이 불가항력적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에 대비해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줄 책무가 있다. 국가의 도움으로 사회로 돌아온 국민은 세금을 납부하고 국가에 자신을 위탁한다.



    이런 가운데 8월 18일과 19일 부산교도소에서 재소자가 연이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도소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매우 엄격한 장소다. 더위에 전혀 유연하지 않은 곳이다. 그들이 사망한 것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만약 그들이 더위에 취약한 상태에서 방치됐다면, 또한 그것이 그들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다면 국가는 그 피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훌륭한 복지국가 헌법을 갖고 있지만 아직 권위주의에 머물러 있다. 더위를 극복하는 일을 개개인의 일로만 치부하는 풍토가 그 방증이다. 만약 국가가 마음먹고 더위 극복에 나선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음은 불문가지다. 혹서기에는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을 낮추고, 신체적 약자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가는 국민이 긴 더위에 체력을 유지하도록 도와줄 책무가 있다.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도와줘야 국민은 성실하게 일해 세금을 내고 충성할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덥고 힘든데 더위를 피하는 일을 온전히 개개인에게만 맡겨둔다면 그것은 국가가 자신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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