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저자 김상균 경희대 교수. 조영철 기자
인지과학자인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7월 29일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로봇 머리를 담당했다면, 이제는 그 머리를 담을 몸통, 즉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로봇청소기를 넘어 비서, 간병인처럼 생활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핵심은 멀티 퍼포먼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언급한 ‘로봇산업의 챗GPT 모멘트’가 무엇인가.“AI 역사는 70년이 넘었지만, 일반 사용자도 실용적으로 쓸 만한 AI인 챗GPT는 3년 전쯤에야 등장했다. 그동안 로봇 몸통과 머리 등 다양한 기술은 있어도 브레인 역할을 할 기술이 부족했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은 실현되지 못했다. 챗GPT의 등장으로 수백 년 동안 상상해온 로봇이 어느 날 갑자기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그 시점을 ‘챗GPT 모멘트’라고 부른다.”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들려면 많은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 그중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기술은 무엇인가.
“로봇 지능이다. 로봇은 센싱(sensing), 제어, 액추에이터 이렇게 3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센싱은 인간의 오감처럼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능이고, 제어는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며, 액추에이터는 몸을 움직이는 부분이다. 이 중 가장 빠르게 발전한 게 제어다. 몸통과 관련 있는 배터리, 센서, 동력 장치 등은 예전부터 연구돼 최근 2~3년 새 획기적인 변화는 없었다. 요즘 춤을 추거나 격투기를 하는 등 다양한 동작을 구사하는 로봇이 많아진 이유는 로봇 지능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개인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까.
“쓸 만한 제품이 나오는 시점은 5년쯤 뒤라고 본다. 사실 개인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장 어렵다. 집에 있는 로봇청소기는 기능이 하나뿐이고 팔다리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개인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부를 가르치고 빨래를 하고 밥도 차려주길 기대한다. 인간조차 멀티태스킹은 힘들다. 다만 요즘은 로봇을 학습시킬 수 있는 기술이 빠르게 등장해 예전처럼 10~20년씩 걸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로봇 데이터’에 강점
한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어떤 위치인가.“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상위 5위권 국가였다. 그런데 단기 성과 위주 연구에 집중하다 보니 투자 격차가 커졌다. 올해 초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젠슨 황이 휴머노이드 로봇 14대와 함께 등장했다. 이 중 한국 로봇은 없었다. 글로벌 시장에 내세울 수 있는 완성형 로봇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 로봇산업의 강점과 약점은.
“한국은 제조업 근로자 인당 산업용 로봇 수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은 절대 수치로는 많지만, 인구 밀도상으로는 우리가 앞선다. 로봇이 많다는 건 그만큼 로봇 관련 데이터가 꽤 쌓였다는 뜻이다. 이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약점은 완성형 로봇을 만드는 기업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본사가 미국이고 주요 인력도 미국 출신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지난해 말 발표한 비전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가 있다면.
“한국은 로봇 지능, 몸통 둘 다 약하다. 그런데 꼭 로봇 제조가 아니더라도 서비스 영역을 노려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선업 특화 로봇을 만든다고 할 때 중국이나 미국 로봇이 조선업 데이터를 어디서 배우겠나. 한국은 조선업 강국이고 산업용 로봇이 많은 만큼 인력을 수출하듯이 해당 데이터를 팔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되면 가장 먼저 투입될 산업 현장은 어디인가.
“현대식 대규모 공장이다. 자동차 생산 과정엔 아직도 사람 손이 필요한 작업이 많지만. 염료를 뿌리거나 무거운 걸 나르는 동작은 사람이 하기에 위험하다. 그다음 상용화가 예상되는 곳은 물류센터다. 아무리 자동화돼 있어도 택배상자나 물건 모양이 제각각이라 결국 사람 손이 필요하다.”
글로벌 로봇 기업들이 내놓은 기술 중 주목할 만한 게 있나.
“카메라로 인간 동작을 학습하는 기술, 그리고 인간의 학습 방식을 복제하는 전달학습이 인상적이다. 전달학습을 완전히 구현한다면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 지금도 진화 속도가 인간보다 엄청나게 빠른 수준이라 어느 순간 추월하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이런 지점을 챗GPT 모멘트라고 한다.”
5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기업은.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이미 자동차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 데이터를 축적했고, 이를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도 갖췄다. 로봇 지능에 필요한 AI인 ‘그록(Grok)’도 자체적으로 보유 중인데, 최근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술을 자기 회사들 안에 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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