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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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먹구름 밀려드는데 기업 활력은 바닥

시가총액·PER 정체 ‘젊은 기업’ 크지 못하는 한국 경제

  •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dlee@lgeri.com

    입력2016-07-12 12: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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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기업들의 성장성이 둔화하고 수익성이 하락하는 등 기업활동의 활력이 떨어지는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하면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기업의 체력이 약화되면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경영성과가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진다. 경영환경 악화는 우리 기업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업 활력은 경영활동의 종합적인 수준을 뜻한다. 경영활동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 가운데 기업 활력을 가장 잘 포착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결정되는 기업가치인 시가총액이다.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전반적인 경영환경뿐 아니라 과거 경영성과와 미래 실적 기대 등 기업 특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즉시, 종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2011년 이후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2000년대 초반 30%에 육박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0년대 후반에도 연평균 10% 이상 기록하던 시가총액 증가율이 2011~2015년 3.2%로 낮아졌다. 물가를 감안하면 제자리에 머문 것이나 다름없다. 주가 수준이 하락했지만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로 주식 공급이 늘면서 그나마 시가총액 증가세가 유지됐다. 시가총액 정체는 기업 활력의 약화를 상징한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약화

    주가에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다.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으면 지금 실적이 낮더라도 주가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실적과 비교한 상대적인 주가 수준을 살펴보는 대표 지표가 주가수익비율(Price-Earnings Ratio·PER)이다. 상장기업의 배당 성향이 높아지고 시중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우리나라 PER는 2015년부터 하락하고 있다.



    애초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PER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시가총액 상위 30개국의 PER는 20.3(6월 14일 중앙값)으로 우리나라의 16.6에 비해 22.2% 높다. 우리나라의 PER는 30개국 중 여덟 번째로 낮다. 더구나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국 미디어그룹 블룸버그에서 제공하는 PER 전망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올해 말 10.9, 2017년 말 10.0으로 하락한다. 전망치 순위로는 30개국 중 2016년 밑에서 두 번째, 2017년 밑에서 세 번째로 최하위권이다.

    주가는 다양한 원인에 영향을 받아 결정되지만 기본적으로 금리 수준과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다. 낮은 시중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들의 실적 대비 주가가 낮은 것은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PER를 이용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이익 기대성장률을 추정하면 2005~2011년 9%대에서 2012~2014년 7%대로 하락한 데 이어 2015년 6%대, 2016년 5%대로 계속 낮아진다(그래프1 참조). 기업들의 낮은 실적과 더불어 전반적인 활력 약화로 미래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도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기업들의 활력 약화는 젊은 기업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시가총액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업(대표기업) 가운데 설립된 지 5년 이하인 젊은 기업의 비중을 살펴보면 2015년 기준으로 미국이 11.5%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3.3%, 일본은 1.8%에 불과하다(그래프2 참조). 일본은 2008년부터 젊은 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013년 이후 감소했다.

    2010년과 2015년 대표 기업 리스트를 비교해보면 신규 진입한 설립 5년 이내 신생기업의 비중 역시 차이가 크다. 미국이 37.6%에 달한 데 비해 한국은 9.5%, 일본은 9.9% 수준에 그친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설립과 성장이 빠르고 활발하게 이뤄지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기업이 경쟁력이 약화된 기업을 대체하는 일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기업 연령이 낮은 젊은 기업은 수익성은 낮지만 성장성이 매우 높고, 설립된 지 오래된 기업은 성장성은 낮지만 수익성이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설립된 지 오래된 기업이나 젊은 기업 모두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다. 미국 신생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조달된 자금을 초기 투자 확대에 투입해 높은 성장성을 실현하고, 장수 기업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사업 역량을 통해 확보한 경쟁 우위에 더해 혁신과 효율화 등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성장성 둔화를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설립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성과 저하 현상이 추세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새 기업이 옛 기업 대체하지 못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젊은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업 이후 일정한 성장성을 확보한 기업으로 커가는 일 자체가 어렵고, 사업 기반을 확보한 후에도 높은 수익성을 장기간 유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의 쇠퇴와 소멸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면 시장 전체의 역동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서는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성 높은 신생기업이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나타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성을 기반으로 왕성한 활력을 보여야 할 설립 초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낮은 수익성을 극복하지 못한다. 이러한 흐름이 전반적인 기업 활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기업활동이 부진한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신생기업들도 많이 출현하지 못하다 보니, 당분간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성이 크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성장성과 수익성 낮은 기업이 여전히 퇴출되지 않고 신생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경제 전체의 자원 배분 효율성이 떨어져 경기회복이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활동 부진으로 초래된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업가치 저하는 투자심리를 위축게 해 경제 전반의 활력 부진을 심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지속될 경우 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역동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를 피해갈 수 없다. 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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