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인 50대 후반 부부와 군대를 갓 제대한 20대 중반인 아들이 왕돈가스 전문점을 시작했다. 전형적인 가족 창업이었다. 하지만 가족 모두 접객 경험이 없고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해 불친절한 식당으로 소문이 나자 손님들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았다. 장사가 안 될수록 가족끼리 똘똘 뭉쳐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탓하며 자주 다투는 모습을 보여 매출은 더 떨어졌다. 애초 저가 주점이 즐비한 유흥가 2층 식당이라는 불리한 위치 선정부터가 초보 창업자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운 벽이었다. 이 식당은 6개월도 못 가 문을 닫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실패한 창업이 너무 많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폐업한 자영업자 수가 68만604명이고, 2015년에는 9만 명 가까이 늘었다. 2002년 619만 명이던 자영업자 수는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지난해 556만3000명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렇게 매해 15% 안팎의 폐업률에도 나타나듯 창업 생태계에서는 성공하는 것보다 살아남는 게 최우선 과제다. 특히 폐업하는 자영업 중 소매업과 외식업이 43%에 달한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창업실태를 조사한 결과 1년 안에 40.2%가량이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째 54%,
3년째 62%, 창업 5년째엔 69%나 문을 닫는다. 어설프게 소자본 창업에 나섰다 절반 이상이 2년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
실패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기침체 장기화에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잇따라 대형 악재가 발생하면서 창업 생태계가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기업 실적이 둔화해 새로운 퇴직자들과 기존 베이비붐 세대, 청년실업자들까지 창업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이 과열되고 과당경쟁이 벌어졌고 이에 실패하는 자영업자가 더욱 늘고 있다.
창업자는 창업하려는 당사자를 가리키는데, 의외로 창업자가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고 자신의 적성과 취향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창업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창업자는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내성적인 성격인지 외향적인 성격인지, 서비스 마인드가 있는지, 운영 능력이 있는지, 직원 관리 능력과 마케팅 능력은 있는지 등등 스스로 세밀하게 분석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소극적이고 의심 많고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늘 웃으며 단골손님을 알아보는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 중 어디로 갈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다음은 창업 자금이다. 자금을 어떻게 융통하고 조달할지를 알아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창업 자금 설계를 잘해야 창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업 비용의 70%는 자기 자금으로, 은행이나 다른 사람에게 빌리는 타인 자금은 30% 범위 안에서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생활비를 포함해 최소 3개월을 견딜 수 있는 운영 자금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창업 아이템 선정이다. 물론 창업 아이템을 먼저 정하고 창업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 순서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따지지 않기로 한다. 창업 아이템 선정에서 중요한 것은 ‘유망 아이템’인지 ‘유행 아이템’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유망 아이템’이란 수명주기상 성숙기가 길고, 원가비율이 낮으며, 순이익비율이 높은 것이다. 이 연재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제품 수명주기에는 개발기,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등 5단계 과정이 있다. 그중 성숙기는 수요와 공급이 포화상태가 되고 판매량은 최대 수준이 돼 경쟁력 없는 업체는 탈락하는 시점을 가리킨다. 음식업에서는 밀가루 음식과 한식 단품 음식이 대표적인 ‘유망 아이템’이다. 사람들이 어쩌다 한 번 먹는 게 아니라 식사 때마다 꾸준히 찾는 메뉴이고 그러면서 원가비율이 낮아 순이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수타짜장면, 수제칼국수, 만두, 빵, 국수, 설렁탕, 곰탕, 시래기국밥, 뼈다귀감자탕 등을 들 수 있다.
반대로 업종과 아이템의 성숙기가 짧고, 원가비율이 높으며, 순이익비율이 낮은 가격 파괴 아이템이나 저가 아이템으로 반짝하다 사라지는 것이 ‘유행 아이템’이다. 이렇게 반짝 인기를 끌다 금세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990스시, 2500원 돼지고기 전문점, 4900원 치킨 전문점, 불닭, 최근엔 질소아이스크림, 해물찜닭, 저가 베이커리 전문점 등이 그 예다.
창업의 4대 요소만이라도 제대로 파악하고 준비한다면 어이없이 실패하는 경우는 없으며 실패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손익분석과 업종 수명주기, 트렌드 흐름,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창업에 나선다면 ‘생존’을 넘어 ‘성공’에 다가갈 수 있다.
이번 연재의 제목인 ‘생존 창업’에는 소자본 창업을 하는 여러분이 최소한
2년 이내 문을 닫는 54%의 자영업자에 포함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곡한 마음이 담겨 있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창업 4대 요소를 중심으로 수명주기와 손익분석을 통한 업종 선정 방법, 상권 입지 분석 방법, 좋은 프랜차이즈 본부 구별 방법, 점포 개발 및 계약 방법, 임대료와 권리금 산출 방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해설 등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생존을 넘어 성공을 향해! 소자본 창업의 구호가 되기를 바란다.
권영산은 점포 개발과 상권 분석 업무 28년, 프랜차이즈 점포 개발 및 가맹사업 업무 17년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실패하지 않는 소자본 창업’을 돕는 컨설팅과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인터넷 블로그 ‘자전거 타는 점포개발이야기’에서 예리한 상권 분석으로 실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청운대 산업대학 미래창업학과 외래교수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활성화 컨설팅 사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실패한 창업이 너무 많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폐업한 자영업자 수가 68만604명이고, 2015년에는 9만 명 가까이 늘었다. 2002년 619만 명이던 자영업자 수는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지난해 556만3000명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렇게 매해 15% 안팎의 폐업률에도 나타나듯 창업 생태계에서는 성공하는 것보다 살아남는 게 최우선 과제다. 특히 폐업하는 자영업 중 소매업과 외식업이 43%에 달한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창업실태를 조사한 결과 1년 안에 40.2%가량이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째 54%,
3년째 62%, 창업 5년째엔 69%나 문을 닫는다. 어설프게 소자본 창업에 나섰다 절반 이상이 2년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
실패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기침체 장기화에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잇따라 대형 악재가 발생하면서 창업 생태계가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기업 실적이 둔화해 새로운 퇴직자들과 기존 베이비붐 세대, 청년실업자들까지 창업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이 과열되고 과당경쟁이 벌어졌고 이에 실패하는 자영업자가 더욱 늘고 있다.
성공보다 어려운 생존
창업은 총칼 없는 전쟁과 같다. 총도 안 들고 전쟁터에 나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하다. 위 통계자료에서 보듯이 준비 없는 창업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창업 준비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실패를 막을 수 있을까. 먼저 창업 4대 요소부터 알아보자. 창업의 4대 요소란 창업자, 창업 자금, 창업 아이템, 사업장이다. 이 가운데 한 가지라도 빠지면 창업을 할 수 없다.
창업자는 창업하려는 당사자를 가리키는데, 의외로 창업자가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고 자신의 적성과 취향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창업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창업자는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내성적인 성격인지 외향적인 성격인지, 서비스 마인드가 있는지, 운영 능력이 있는지, 직원 관리 능력과 마케팅 능력은 있는지 등등 스스로 세밀하게 분석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소극적이고 의심 많고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늘 웃으며 단골손님을 알아보는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 중 어디로 갈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다음은 창업 자금이다. 자금을 어떻게 융통하고 조달할지를 알아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창업 자금 설계를 잘해야 창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업 비용의 70%는 자기 자금으로, 은행이나 다른 사람에게 빌리는 타인 자금은 30% 범위 안에서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생활비를 포함해 최소 3개월을 견딜 수 있는 운영 자금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창업 아이템 선정이다. 물론 창업 아이템을 먼저 정하고 창업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 순서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따지지 않기로 한다. 창업 아이템 선정에서 중요한 것은 ‘유망 아이템’인지 ‘유행 아이템’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유망 아이템’이란 수명주기상 성숙기가 길고, 원가비율이 낮으며, 순이익비율이 높은 것이다. 이 연재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제품 수명주기에는 개발기,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등 5단계 과정이 있다. 그중 성숙기는 수요와 공급이 포화상태가 되고 판매량은 최대 수준이 돼 경쟁력 없는 업체는 탈락하는 시점을 가리킨다. 음식업에서는 밀가루 음식과 한식 단품 음식이 대표적인 ‘유망 아이템’이다. 사람들이 어쩌다 한 번 먹는 게 아니라 식사 때마다 꾸준히 찾는 메뉴이고 그러면서 원가비율이 낮아 순이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수타짜장면, 수제칼국수, 만두, 빵, 국수, 설렁탕, 곰탕, 시래기국밥, 뼈다귀감자탕 등을 들 수 있다.
반대로 업종과 아이템의 성숙기가 짧고, 원가비율이 높으며, 순이익비율이 낮은 가격 파괴 아이템이나 저가 아이템으로 반짝하다 사라지는 것이 ‘유행 아이템’이다. 이렇게 반짝 인기를 끌다 금세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990스시, 2500원 돼지고기 전문점, 4900원 치킨 전문점, 불닭, 최근엔 질소아이스크림, 해물찜닭, 저가 베이커리 전문점 등이 그 예다.
제품 수명주기와 손익분석까지
마지막으로 사업장이다. 창업자, 창업 아이템, 창업 자금에 맞는 사업장은 어떻게 찾고 시작할지, 상권 입지는 어떻게 분석할지, 임대료와 권리금은 적정 수준인지, 건물주는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투자 대비 수익성은 좋은 점포인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점포인지, 점포 계약은 어떻게 하며,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곳인지 등등 창업하기 전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위의 왕돈가스 전문점의 실패 사례에서도 보듯이 야간 상권이면서 20대가 주류를 이루는 유흥가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2층 상가에서 시작한 것부터 위험 부담이 컸다. 전형적으로 입지 선정에 실패한 경우다.창업의 4대 요소만이라도 제대로 파악하고 준비한다면 어이없이 실패하는 경우는 없으며 실패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손익분석과 업종 수명주기, 트렌드 흐름,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창업에 나선다면 ‘생존’을 넘어 ‘성공’에 다가갈 수 있다.
이번 연재의 제목인 ‘생존 창업’에는 소자본 창업을 하는 여러분이 최소한
2년 이내 문을 닫는 54%의 자영업자에 포함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곡한 마음이 담겨 있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창업 4대 요소를 중심으로 수명주기와 손익분석을 통한 업종 선정 방법, 상권 입지 분석 방법, 좋은 프랜차이즈 본부 구별 방법, 점포 개발 및 계약 방법, 임대료와 권리금 산출 방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해설 등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생존을 넘어 성공을 향해! 소자본 창업의 구호가 되기를 바란다.
권영산은 점포 개발과 상권 분석 업무 28년, 프랜차이즈 점포 개발 및 가맹사업 업무 17년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실패하지 않는 소자본 창업’을 돕는 컨설팅과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인터넷 블로그 ‘자전거 타는 점포개발이야기’에서 예리한 상권 분석으로 실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청운대 산업대학 미래창업학과 외래교수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활성화 컨설팅 사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