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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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렬한 퍼포먼스로 컴백한 ‘있지’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1-1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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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ZY(있지)의 새 미니앨범 ‘BORN TO BE’는 꽤나 묵직하다. 미니앨범이지만 단체곡 5곡과 멤버별 솔로곡 5곡 등 10곡이 담겨 있고, 솔로곡 포함 8편의 길고 짧은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타이틀곡 ‘UNTOUCHABLE’은 뜨겁고 공격적인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다. 2022년 ‘SNEAKERS’와 지난해 ‘CAKE’에서 선보인 캐주얼하고 부담 없는 무드와는 다소 다른 질감이다. 데뷔 초기 ‘달라달라’ 등에서 보여준 화려한 댄스팝과 2021년 ‘마.피.아. In the morning’을 절충한 듯한 모양새다.

    ‘UNTOUCHABLE’은 금속성의 베이스가 무정하고도 위협적으로 리듬을 짚어가는 가운데 멤버들의 보컬이 중저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든든하고 거만한 무드를 연출한다. 자신감의 표현으로 가득한 가사는 그다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고 생생하다. 곡의 모든 영역에서 위기감과 활기가 뒷받침되고 표현된다.

    ITZY(있지)가 미니앨범 ‘BORN TO BE’를 내놓았다.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ITZY(있지)가 미니앨범 ‘BORN TO BE’를 내놓았다.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기대감 높이는 있지표 퍼포먼스

    곡은 상당 부분을 일관된 코드 진행(Cm-Eb-Ab-Gm)으로 끌고 나간다. 후렴의 ‘I’m untouchable’로 시작하는 멜로디는 다른 구간에서도 같은 리듬으로 반복되는데, 첫 박을 쉰 뒤 밟고 들어와서는 탄력적인 운동감을 보여준다. 멜로디는 많은 경우 긴 흐름을 구성하기보다는 두 마디 정도의 길이 안에 담긴 채 등장과 퇴장을 거듭한다. 이 같은 형태가 귓가에 잘 감기는 쉬운 노래를 만들면서도 빠른 전환감과 속도감을 구사한다. 이를 중저음의 매력을 한껏 살리며 이뤄낸다는 점이 참신하면서도 곡이 표현하는 캐릭터를 더 든든하게 보이게 한다. 시원시원한 팔 동작과 함께 멤버들의 몸짓이 서로 조합되고 특유의 역동적인 대형 변화를 잘 살리는 안무도 단단함과 날렵함을 잘 드러낸다. 후반 브리지는 속도감을 유지하다 한껏 가라앉아 마지막 후렴에 큰 힘을 실어준다. K팝에서 간만에 만나는 시원한 폭발력이다.

    다른 수록곡의 면면도 흥미롭다. 장엄하고 매서운 ‘BORN TO BE’가 ‘UNTOUCHABLE’로 이어져 드라마틱한 기세를 이룬다. 무겁고도 재찬 ‘Dynamite’의 에너지로 넘어가기 전에는 ‘Mr. Vampire’가 몽상적인 유려함 속에 친근한 유쾌함을 더한다. ‘Escalator’는 ‘UNTOUCHABLE’의 에너지에 초기작들의 화려한 난폭함을 더한다. 솔로곡들도 다채롭지만, 거창하고도 도전적인 예지의 ‘Crown On My Head’가 가요적 친근함을 매끈하게 풀어내는 채령의 ‘Mine’과 함께 실리는 대조가 재미있다. 건강상 이유로 이번 활동에서 빠진 리아의 ‘Blossom’도 고전적 향취의 R&B에 현대적 터치를 더하면서 매끄럽고도 풍성한 표현력을 잘 보여준다. 앨범에 다수 포함되는 솔로곡은 필연적으로 ‘백화점식’ 구간이 되기 십상이다. 이 미니앨범은 멤버들의 개성을 다채롭게 담아냄과 동시에 있지의 캐릭터로 납득할 만하게 묶어내고 있다.

    있지는 2019년 폭발적인 관심과 함께 데뷔해 초반부터 인기몰이를 했다. 늘 자신감 있는 콘셉트를 들고 나오고,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이를 소화해왔다. 다만 그 방향성이 늘 명확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K팝 산업이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격동해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워낙 퍼포먼스가 좋은 그룹이라 시도의 여지가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BORN TO BE’가 반가운 것은 공격적인 사운드만이 아니다. 날카로운 기세와 능청스러운 유쾌함의 공존이라는 그룹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단단하고 풍성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기대감을 높여도 되는 있지의 퍼포먼스에 옷은 잘 맞을수록 더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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