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아, 맛있다. 좋아요.”
“음, 향이 참 좋네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재스민, 라벤더, 블루베리 향에 땅콩의 너티(nutty)함이 느껴지고, 살짝 스모키(smoky)하네요.”
이렇게 숨김없이 말하기보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면서 커피를 음미하는 것이 대인관계에 더 좋을 테다.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커핑(cupping)으로 불리는 커피향의 특성을 찾아 평가하는 작업이다. 커피향을 잘 맡기 힘들다면 미지근한 물로 코를 적신 뒤 마셔보자. 향이 확 살아나는 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향기가 중요 역할을 하는 음료로는 커피, 차, 와인이 있다.
냄새와 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생각해보자. 원시인과 현대 슈퍼리치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예민한 후각이다. 원시인들은 사냥과 채집을 해야 했기에 생존을 위해서라도 후각을 발달시켜야 했다. 그들에게 후각은 음식과 위험을 구별하고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는 중요한 도구였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변했고 후각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특히 많은 사람이 악취가 가득한 환경에서 살게 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불쾌한 냄새에 노출되다 보니 저소득층은 차라리 후각이 퇴화되는 것이 나을 수 있었다. 반면 초부유층은 도시의 불쾌한 냄새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자신의 뛰어난 후각을 와인, 차, 고급 음식 등을 즐기는 데 사용했다. 특히 고가 와인을 평가할 때 향기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고, 이는 큰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작가나 예술가처럼 창의적인 사람들은 좋은 미각과 후각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육체적 감각은 곧 예술적 감수성과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썩은 사과 냄새에서 글쓰기에 대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냄새 이슈를 한 차원 끌어올려보자. 도시마다 특징적인 냄새가 있고, 서울 역시 그런 도시 중 하나다. 많은 이가 외국에 장기 체류한 후 서울에 도착했을 때 마늘 냄새가 느껴진다고 한다. 이는 한국 음식에 마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일 수 있고, 서울의 일상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당연히 서울도 지역마다 냄새가 다를 수 있다.
소득 수준이 높은 해외 도시들도 후각적으로 차이가 나곤 한다. 부유한 지역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카페, 명품 매장의 향기가 난다.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만큼 악취가 적을 수 있다. 이것이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냄새가 일상생활에서 중요하다는 의미다. 도시 냄새는 그 지역의 문화, 생활 습관, 경제적 수준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냄새는 각 지역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내며,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냄새가 중요한 모티프로 사용돼 부자와 서민의 격차를 드러낸다. 영화에서 부자는 냄새로 서민들을 차별한다. 이는 현실에서도 냄새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격차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냄새 자체보다 냄새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편견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부자와 서민의 체취가 현저히 다르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더 나아가 유명인의 프랜차이즈나 편의점 신상품에서 느껴지는 인공적인 맛이 마치 개인 취향인 것처럼 포장되기도 한다. 최근 트러플 향이 첨가된 제품과 샤인머스켓 향이 들어간 음료가 인기를 끈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원재료를 먹어보지 못하고 인공향으로만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예민한 후각은 재료의 본맛과 향을 오랫동안 경험하면서 길러지는 일종의 후천적 기능이다. 저소득층은 어린 시절부터 라면 국물이나 저렴한 햄 등 가공식품에 노출돼 미각과 후각이 여기에 길들고 만다. 이로 인해 그들의 후각은 지나치게 과장된 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미묘한 향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 한편 중간계층이 상위계층의 취향을 추종하며 유행을 이끄는 것도 왠지 모르게 슬프게 다가온다.
감각과 취향은 개인차가 있으며, 서서히 발전하고 변화하는 특성을 지닌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예민한 감각과 세련된 취향을 갖기 어렵다. 이는 무수한 반복 경험을 통해 조금씩 발전해나가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취향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대중적이고 친숙한 맛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개인 취향은 변하고, 대부분 좀 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취향을 가지게 된다. 디자인 연구자 장영중에 의하면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도 이러한 취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과 취향의 상승이 잘 매치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점차적으로 더 높은 단계의 욕구와 취향을 추구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재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상대학장, 국민대 도서관장과 박물관장, 한국예술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 맛있다. 좋아요.”
“음, 향이 참 좋네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재스민, 라벤더, 블루베리 향에 땅콩의 너티(nutty)함이 느껴지고, 살짝 스모키(smoky)하네요.”
이렇게 숨김없이 말하기보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면서 커피를 음미하는 것이 대인관계에 더 좋을 테다.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커핑(cupping)으로 불리는 커피향의 특성을 찾아 평가하는 작업이다. 커피향을 잘 맡기 힘들다면 미지근한 물로 코를 적신 뒤 마셔보자. 향이 확 살아나는 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향기가 중요 역할을 하는 음료로는 커피, 차, 와인이 있다.
도시화가 바꾼 후각에 대한 인식
영화 ‘기생충’은 냄새를 모티프로 부자와 서민의 격차를 드러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변했고 후각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특히 많은 사람이 악취가 가득한 환경에서 살게 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불쾌한 냄새에 노출되다 보니 저소득층은 차라리 후각이 퇴화되는 것이 나을 수 있었다. 반면 초부유층은 도시의 불쾌한 냄새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자신의 뛰어난 후각을 와인, 차, 고급 음식 등을 즐기는 데 사용했다. 특히 고가 와인을 평가할 때 향기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고, 이는 큰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작가나 예술가처럼 창의적인 사람들은 좋은 미각과 후각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육체적 감각은 곧 예술적 감수성과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썩은 사과 냄새에서 글쓰기에 대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냄새 이슈를 한 차원 끌어올려보자. 도시마다 특징적인 냄새가 있고, 서울 역시 그런 도시 중 하나다. 많은 이가 외국에 장기 체류한 후 서울에 도착했을 때 마늘 냄새가 느껴진다고 한다. 이는 한국 음식에 마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일 수 있고, 서울의 일상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당연히 서울도 지역마다 냄새가 다를 수 있다.
소득 수준이 높은 해외 도시들도 후각적으로 차이가 나곤 한다. 부유한 지역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카페, 명품 매장의 향기가 난다.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만큼 악취가 적을 수 있다. 이것이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냄새가 일상생활에서 중요하다는 의미다. 도시 냄새는 그 지역의 문화, 생활 습관, 경제적 수준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냄새는 각 지역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내며,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냄새가 중요한 모티프로 사용돼 부자와 서민의 격차를 드러낸다. 영화에서 부자는 냄새로 서민들을 차별한다. 이는 현실에서도 냄새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격차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냄새 자체보다 냄새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편견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부자와 서민의 체취가 현저히 다르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마라탕·탕후루 먹는 아이들
요즘 한국인의 식생활이 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최근 초등학생들의 외식 생활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씹으며, 지극히 달콤한 딸기 음료로 입가심을 하는 것이다.더 나아가 유명인의 프랜차이즈나 편의점 신상품에서 느껴지는 인공적인 맛이 마치 개인 취향인 것처럼 포장되기도 한다. 최근 트러플 향이 첨가된 제품과 샤인머스켓 향이 들어간 음료가 인기를 끈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원재료를 먹어보지 못하고 인공향으로만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예민한 후각은 재료의 본맛과 향을 오랫동안 경험하면서 길러지는 일종의 후천적 기능이다. 저소득층은 어린 시절부터 라면 국물이나 저렴한 햄 등 가공식품에 노출돼 미각과 후각이 여기에 길들고 만다. 이로 인해 그들의 후각은 지나치게 과장된 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미묘한 향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 한편 중간계층이 상위계층의 취향을 추종하며 유행을 이끄는 것도 왠지 모르게 슬프게 다가온다.
감각과 취향은 개인차가 있으며, 서서히 발전하고 변화하는 특성을 지닌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예민한 감각과 세련된 취향을 갖기 어렵다. 이는 무수한 반복 경험을 통해 조금씩 발전해나가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취향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대중적이고 친숙한 맛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개인 취향은 변하고, 대부분 좀 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취향을 가지게 된다. 디자인 연구자 장영중에 의하면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도 이러한 취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과 취향의 상승이 잘 매치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점차적으로 더 높은 단계의 욕구와 취향을 추구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재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상대학장, 국민대 도서관장과 박물관장, 한국예술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