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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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아저씨’ 박상현, 불혹에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김도헌의 골프 이야기] 14번째 트로피 쥔 박상현, 통상 상금 50억 넘어서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23-10-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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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해 올해로 19년 차를 맞은 박상현은 꾸준하면서도 강하다. 1983년 4월생으로 올해 마흔 살이지만 여전히 코리안투어를 대표하는 스타다.

    박상현이 10월 15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KPGA 코리안투어 제공]

    박상현이 10월 15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KPGA 코리안투어 제공]

    연장 접전 끝에 역전승

    10월 15일 인천 연수구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은 불혹 나이에도 세월을 거스르는 박상현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박상현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두 임성재에 2타 뒤진 3위로 4라운드를 시작했다. 이후 버디 7개와 보기 3개로 4타를 줄여 임성재는 물론, 2021년 코리안투어 신인왕 배용준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접전을 펼쳤고, 끝내 정상에 올랐다.

    18번 홀(파5)에서 치른 1차 연장에서 파를 적어 낸 임성재가 먼저 탈락한 가운데 박상현은 2차 연장에서 짜릿한 이글에 성공, 파에 그친 배용준을 제치고 상금 3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코리안투어 통산 12승째로, 일본투어 2승까지 보태면 프로 무대에서만 챔피언 트로피 14개를 들었다.

    박상현은 투어 2년 차인 2006년 6월 금호아시아나오픈에 출전한 후 입대했고, 2008년 시즌 중 복귀해 이듬해 SK텔레콤 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수확했다. 2014년 일본투어와 병행하던 그는 국내에서 바이네르-파인리즈 오픈 등 2승을 챙겼으며, 그해 코리안투어에서 덕춘상(최저타수상)과 최고 감동을 선사한 선수에게 주는 스테이 투르(Stay True)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시즌 최종전 JT컵에서 정상에 올라 일본투어 데뷔 3년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최고 전성기는 2018년이었다.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 6월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9월 신한동해오픈 등 3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상금 7억9006만 원을 획득해 코리안투어 사상 첫 ‘상금 7억 원 시대’를 열었고, 두 번째 평균타수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안투어 상금 순위 2위로 아시안투어 신인상까지 거머쥔 그는 2019년에는 코리안투어, 일본투어, 아시안투어, DP월드투어까지 총 4개 투어에서 활약했다. 후지산케이 클래식에서 일본투어 2승을 수확한 것은 물론,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디 오픈에선 공동 16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상현은 2021년 코리안투어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 오픈, DGB금융그룹 어바인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도 일본투어와 병행하면서 코리안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12개 대회에서 ‘톱10’에 4차례 진입했다.

    그리고 맞이한 2023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박상현은 아시안투어와 코리안투어를 병행하면서도 ‘월드 클래스’ 임성재를 따돌리고 생애 첫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2018년 코리안투어 상금 7억 원 시대를 처음 연 코리안투어 통산 상금 1위 박상현은 1년 5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추가해 3억 원을 보태며 누적 상금 50억4086만 원을 기록했다. 한국 남자골프 사상 처음으로 총상금 50억 원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2021년 아쉬움 만회할까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후 박상현은 “2018년에는 코리안투어 상금왕을 차지했지만, 다른 투어를 병행하느라 8개 대회밖에 나서지 못해 대상을 받지 못했다”며 “상금왕, 평균타수 1위 등 해볼 건 다 해봤다. 대상을 꼭 한 번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아시안투어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올해는 마지막까지 코리안투어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박상현은 코리안투어를 대표하는 선수지만 시즌 MVP에 해당하는 대상과 한 번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2021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즌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앞두고 295점 차로 대상 1위를 달렸지만 딱 1타가 부족해 마지막 순간 김주형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18번 홀(파4)에서 버디 기회를 잡았으나 4m짜리 퍼트가 살짝 빗나가 자력으로 1위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뒤 조의 박은신이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 김주형이 공동 2위가 되면서 대상 1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김주형의 최종 대상 포인트는 5540.56점으로 박상현과 5.54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2023시즌 코리안투어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남은 대회는 10월 26일 개막하는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 오픈 등 3개뿐이다. 박상현은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1300점을 보태 대상 포인트 4위(4138점)에 올랐다. 1위 함정우(4861점), 2위 이정환(4756점), 3위 고군택(4560점) 등 상위 랭커 3명을 따라잡아야 그토록 갈망하던 대상을 품에 안을 수 있다. 박정우와 함정우의 점수 차는 723점이다.

    코리안투어 대상은 대회 등급에 따라 1위부터 컷 탈락한 선수까지 모두에게 순위별로 포인트를 주고 이를 합산한다. 나머지 3개 대회는 모두 3티어 등급에 해당돼 우승 시 1000점, 2위는 600점, 3위는 520점을 얻을 수 있다. 10위를 하면 280점, 60위는 10점, 컷 탈락하면 5점을 받는다. 혼전이 거듭된다면 올해도 마지막 대회에서 대상 주인공이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잔여 대회에서 이루고 싶은 욕심이 대상 수상이라면 ‘마흔 살 박상현’의 가슴속에는 더 큰 꿈이 자리하고 있다. “몸 관리만 잘하면 40대 중반 나이까지도 변별력 있게 젊은 선수와 우승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그는 “은퇴 후 10년 동안은 깨지지 않을 통산 상금 기록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동아제약 후원을 받아 모자에 ‘박카스’ 로고를 달고 뛰는 박상현은 ‘박카스 아저씨’ ‘카스 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나이를 거스르는 활약으로 다시 한 번 정상에 서겠다는 그의 모습과 잘 맞아떨어진다. 종착역을 향해 치닫는 2023년 코리안투어. 대상을 품겠다는 박상현의 바람이 이뤄질지, 아니면 이번에도 아쉽게 무산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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