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형 멤버십 선두 주자 쿠팡
국내 유통업계에서 쿠팡, 신세계, 마켓컬리 등의 구독형 멤버십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업계 1위 쿠팡이 로켓와우로 앞서나간 가운데 신세계그룹도 6월 8일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출범하며 추격에 나섰다. 마켓컬리 역시 8월 1일 구독형 멤버십 컬리멤버스를 출시했다. 각 서비스는 월 혹은 연 단위로 회비를 내고 부가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할인 혜택을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표 참조).충성고객이 늘면서 e커머스 시장 판도도 바뀌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2분기 매출은 7조67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이자 국내 유통기업 중 최대 수준이다. 이로써 쿠팡은 이마트를 2분기 연속 따돌렸다.
쿠팡 활성고객(분기 내 쿠팡 제품을 한 번 이상 구매한 고객)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90만 명, 70만 명 증가해 어느덧 200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쿠팡 활성고객은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좀 더 증가할 전망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대다수 로켓와우 회원이 쿠팡이츠를 사용하고 있지 않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해 충성고객 중요”
신세계그룹이 6월 경쟁적으로 구독형 서비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내놓은 것도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과거 운영했던 SSG닷컴, G마켓 통합 멤버십 ‘스마일클럽’에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신세계면세점 등 오프라인 계열사를 더한 방식이다.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연회비 3만 원을 내야 하지만 이에 상당한 현금성 혜택을 받는다. 이마트를 통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에 가입할 경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e머니 3만 점을 받는 식이다. 신세계 측에 따르면 서비스 론칭 후 50일 동안 회원들이 평균 3개 계열사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들의 객단가도 비회원 객단가보다 67% 많았다.구독형 멤버십은 해외에서 입증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글로벌 유통업체 아마존의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이 대표적 예다. 아마존은 2005년 세계 최초로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도입했다. 연회비 139달러(약 18만6000원)를 지불하면 무료 배송, OTT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아마존 프라임 데이’를 열어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수는 2억 명에 달한다. 아마존이 미국 유통업계 부동의 1위 기업 월마트를 따돌린 데도 구독형 멤버십의 도움이 컸다.
한국은 인구 문제에 직면한 만큼 구독형 멤버십의 중요성이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 고객 수를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인당 구매 금액’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향후 한국 인구가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유통산업도 충성고객을 늘리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충성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이용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는 다양한 자체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쿠팡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신세계그룹 역시 지상파 방송 3사, SK스퀘어와 협업해 쿠팡에 대응하고 있다. 멤버십 가입자가 웨이브 이용권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것이다. SSG닷컴을 통해 가입하면 웨이브 스탠더드 이용권 5개월권(5만4500원)을 최대 50%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멤버십 가입 과정에서 SSG 머니 3만 점을 제공하는 만큼 사실상 별도 비용 없이 웨이브를 이용할 수 있다.
출혈 경쟁 심화되나
e커머스 기업 사이에서 구독형 멤버십발(發)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후발 주자일수록 구독료가 저렴해지는 것이 대표적 현상이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연 회비는 3만 원으로 쿠팡(5만9880원)의 절반 수준이다. 컬리멤버스는 월 이용료가 1900원으로 주요 구독형 멤버십 중 가장 저렴하다. 특히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과 컬리멤버스는 적립금 등으로 구독료를 보전해주기 때문에 사실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무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다.여러 e커머스 업체가 경쟁적으로 구독자를 모집하면서 혜택을 저울질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컬리멤버스 구독료가 월 1900원이라 부담은 없는데, 향후 추가 이벤트를 할 것 같아서 가입을 연기할까 고민 중”이라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충성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인센티브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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