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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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꿩보다 닭이 좋다는대요?

[김상하의 이게 뭐Z?] 비주류 감성 파고든 비건 레시피·반성문 광고·게임 마케팅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3-07-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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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 는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딱잘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다. 적당한 것이 없을 때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신한다는 뜻인데, Z세대에게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게 적용된다. Z세대에게는 꿩보다 닭이 더 큰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Z세대는 대세나 유행을 따르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세대다. 그래서 Z세대를 사로잡으려면 여러 갈래로 나뉜 이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주류의 반대급부에 있는 비주류 감성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 트위터에서 화제! 비건 간장게장

    채식주의는 그 단계나 정도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가 다르다. 육류뿐 아니라 생선, 유제품까지 섭취하지 않는 단계가 비건(Vegan)이다. 전 사회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Z세대 중 비건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비건 메뉴를 구비해놓은 식당 혹은 아예 비건을 주 고객으로 하는 식당도 늘고 있다. 이들 식당이 놀라운 것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비건 메뉴로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얼마 전 찾아간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한 식당에서는 돼지고기 대신 채소로 탕수육을 만들었다. 짜장면, 짬뽕 기름도 비건 메뉴로 선택할 수 있었다.

    두부를 이용해 간장게장과 유사한 맛을 내는 비건 두부장 레시피가 최근 트위터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vegun_mukjjang 트위터 캡처]

    두부를 이용해 간장게장과 유사한 맛을 내는 비건 두부장 레시피가 최근 트위터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vegun_mukjjang 트위터 캡처]

    다만 이런 식당이 아직 절대 다수는 아니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비건 레시피가 유행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메뉴 중 하나는 간장게장이 생각날 때 먹으면 좋을 두부장이다. 레시피를 간략히 소개하면 한입 크기로 자른 두부 1모에 진간장 4분의 3컵, 설탕 3분의 1컵, 다진 마늘 2분의 1큰술, 다진 양파 4분의 1개, 후추 조금을 섞어 하루 동안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간장게장 맛이 나는 두부장이 완성된다고 한다. 이어 양념게장 맛 두부장 레시피도 탄생했는데, 순두부 한 봉지에 소금 1티스푼을 뿌려 수분을 빼고 고춧가루 5, 고추장 3, 간장 2, 설탕 1, 물 1 비율로 양념한 뒤 양파, 쪽파를 넣는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누군가는 “왜 저렇게 귀찮은 짓을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비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전광판에 유한킴벌리의 반성문이?

    유한킴벌리가 대형 옥외 전광판에 내건 반성문 형식의 광고. [유한킴벌리 홈페이지 캡처]

    유한킴벌리가 대형 옥외 전광판에 내건 반성문 형식의 광고. [유한킴벌리 홈페이지 캡처]

    며칠 전 대형 옥외 전광판에 유한킴벌리의 반성문이 내걸렸다. 제품에서 유해물질 같은 것이 나와 사과하나 싶었지만, 그 정체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39주년 반성문 캠페인’이었다. 나무를 베어 휴지를 만드는 유한킴벌리가 지난 39년간 환경보호를 위해 국내외에 5500만 그루 나무를 심어왔으나 아직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겉으로는 반성문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광고인 셈이다. 이 광고를 보고 응원, 아이디어 등 후기를 남기면 상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소비자들이 이 광고에 호응하고 있다. 광고와는 거리가 먼 반성문 형식을 택해 소비자에게 유한킴벌리가 어떤 기업이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한 번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근 광고 시장 트렌드는 진지하기보다 유쾌하고 재기발랄하게 기업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것인데, 유한킴벌리 광고도 그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번 기회에 유한킴벌리라는 기업이 Z세대에게도 확실히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유한킴벌리는 휴지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라 Z세대가 큰 관심을 가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경영 기조와 사회적책임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미래 고객인 Z세대에게 강렬하게 인식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 게임은 모르지만 방탈출은 재밌다

    ‘디아블로4’ 출시 마케팅 일환으로 서울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에 문화체험관 ‘헬스테이션’이 문을 열었다. [디아블로4 홈페이지 캡처]

    ‘디아블로4’ 출시 마케팅 일환으로 서울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에 문화체험관 ‘헬스테이션’이 문을 열었다. [디아블로4 홈페이지 캡처]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디아블로4’는 알 만큼 디아블로4는 등장과 동시에 일상에 스며드는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다. 가장 먼저 디아블로4는 ‘빽다방’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에너지드링크를 만들었는데, 음료 색감이 디아블로4 포스터와 어울려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또 빽다방을 운영하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오래전부터 디아블로 팬이어서 더 눈길을 끌었다. 백 대표는 음료 개발 과정 등을 담은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에 올려 음료 출시 전부터 사람들의 기대를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이외에도 디아블로4는 버거킹과 함께 신메뉴를 출시하는 등 식음료 시장에 엄청난 침투력을 보이며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디아블로4를 각인하고 있다.

    디아블로4 마케팅 중 가장 신기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서울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에 문을 연 문화체험관 형태의 ‘헬스테이션’이다. 도시철도 계획이 취소돼 사용하지 않는 영등포시장역 지하 4층을 활용해 만들었는데, 마치 방탈출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속 디테일한 요소들을 공간에 그대로 재현해 디아블로의 오랜 팬들이 호평하고 있다고 한다. 또 디아블로4는 모르지만 방탈출 게임은 좋아하는 사람도 끌어들일 수 있는 마케팅이니 일석이조이기도 하다. 식음료에서 문화체험관으로 이어지는 블리자드의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디아블로4를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정도가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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