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도, 합동 공군 훈련
미군 전략폭격기 B-1B(가운데)가 4월 10일 인도군 테야스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다. [IAF 제공]
미국은 이 훈련에 B-1B 2대와 F-15 전투기 6대, C-130 수송기 등을 투입했다. 인도에선 자체 생산한 테야스(Tejas) 전투기를 비롯해 프랑스제 라팔과 러시아제 수호이(Su)-30MKI 전투기 등을 동원했다. 미국이 B-1B를 이 훈련에 투입한 이유는 인도와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 때문이다. 송중핑 중국 군사 전문가는 “미국이 B-1B 폭격기를 파견한 목적은 인도와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전략적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인도 테야스 전투기가 B-1B 전략폭격기를 호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테야스는 인도가 처음 독자적으로 개발한 경전투기(Light Combat Aircraft·LCA)다. 다만 엔진 성능이 떨어져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제작사인 인도 국영방산업체 힌두스탄에어로노틱스가 2010년부터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부터 엔진을 도입해 테야스 전투기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개선해왔다. 인도는 GE의 우수한 제트기 엔진 제조 기술을 전수받기를 희망했지만, 미국은 자국 군사 기술을 타국에 공유·판매할 수 없다며 거부해왔다. 그랬던 미국이 최근 인도와 GE 제트기 엔진의 현지 생산에 합의하기로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GE와 힌두스탄에어로노틱스가 협력해 엔진을 만들어 테야스 전투기에 탑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인도의 GE 제트기 엔진 공동 생산에 동의한 것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포석이다.
미국 속셈은 인도의 러시아 무기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인도는 지난 5년간 130억 달러(약 16조6000억 원) 규모의 러시아제 무기를 사들였다. 계약을 체결했지만 도입되지 않고 있는 무기 주문액도 100억 달러(약 12조7700억 원)에 달한다. 인도가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러시아제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인도는 전체 무기의 4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프랑스가 29%로 2위, 미국은 11%로 3위다. K9 자주포 등을 수출한 한국은 3%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탄, 비료 수입을 늘려 러시아의 전비 마련에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의 최근 행보에는 러시아와 인도의 긴밀한 관계를 끊어내려는 목적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또 다른 의도는 인도에 최신예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중국 견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지만 국경선을 획정하지 못한 채 실질통제선(LAC)을 경계로 맞서고 있다. 양국군은 2017년 인도 동북부 도카라에서 73일간 무력 대치했다. 2020년에는 5월 판공호 난투극, 같은 해 6월 갈완계곡 몽둥이 충돌 등으로 대립하기도 했다. 이후 양국군은 10여 차례 군사회담을 진행하며 최전선 병력 철수 등을 추진했지만 아직도 대규모 병력과 무기를 국경 인근에 배치하고 있다.
‘미국 드론’ 구입하는 인도
인도군 전력은 중국군에 비해 상당히 열세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의 자오샤오줘 대교(大校: 한국의 대령과 준장 사이)는 “인도군의 무기 시스템 중 인도가 직접 제작하고 개발한 탱크, 항공기, 군함에 어떤 게 있느냐”면서 “인도 방위산업이 향후 수십 년 내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측 의도는 인도군의 현대화 계획을 적극 지원해 중국군에 대항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리람 차울리아 인도 진달국제대 교수는 “이번 제트기 엔진 공동 생산은 미국·인도 간 방위산업에서 더 큰 협력과 통합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이 6월 5일 인도 뉴델리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TI 제공]
인도에 대한 미국의 구애 작전 하이라이트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국빈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6월 21일부터 나흘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빈 방문 초청 대상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모디 총리가 세 번째다. 백악관은 모디 총리의 방미에 대해 “미국과 인도의 깊고 긴밀한 파트너십, 미국인과 인도인을 하나로 묶는 따뜻한 가족애와 우정의 유대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백악관은 “두 정상은 자유롭고 개방된, 번영하고 안전한 인도·태평양을 향한 양국 공동의 노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미국은 4월 말 기준으로 세계 1위 인구대국이 된 인도와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인도는 국토 면적(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세계 5위) 등 어떤 면에서 봐도 강대국이다. 핵무기도 보유한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미국·영국·중국·러시아·프랑스) 가운데 영국, 프랑스의 국력을 이미 능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가 희망해온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GE와 힌두스탄에어로노틱스의 제트기 엔진 공동 생산 등 방위산업 협력에도 합의할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9월 9일부터 이틀간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인도와 더욱 강력한 신뢰 관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애플, 아이폰 25% 인도서 생산 계획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앞줄 오른쪽)가 4월 18일(현지 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애플 스토어를 오픈하며 인사하고 있다. [애플 제공]
빅테크를 비롯해 미국 기업은 대부분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제조업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등 서방 기업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이라는 전략에 따라 중국 대체지를 찾고 있으며 인도가 ‘플러스 원’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회원국인 인도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양국은 최근 상대국 특파원들의 비자 갱신 신청을 거부하는 등 티격태격하고 있으며, 국경 문제도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인도를 향한 미국의 ‘러브콜’은 상당한 효과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