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2년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찰독재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뉴스1]
민주당 지지율, 11월 이후 하락세
팬클럽이나 유튜버 등이 할 법한 일을 정당이 나서서 했다는 점에서 당내에서조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12월 26일 “매우 몰상식적이고 지극히 위험스럽고 이성을 잃은 행태”라고까지 지적했다. ‘당대표 방어’에 주력하면서 민주당이 선을 넘는 일이 잦아졌다는 시각이 많다. 당연히 정당 지지율도 하락세다.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월 19일부터 닷새간 전국 성인 남녀 2518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은 42.9%, 국민의힘은 41.0%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지만 11월 셋째 주 조사(48.1%)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 격차도 5주 연속 줄어들었다. 정당 지지율이 역전되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당내에서도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친이낙연계’로 알려진 설훈 의원은 이미 이 대표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주류인 친문재인(친문)계 중 비이재명계 사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대선,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전략적 공조 기조를 펼친 친문계마저 최근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리라는 확신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민주당 의원들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상황은 검찰에 손쓸 새도 없이 당하는 경우다. 만약 검찰이 이들의 우려대로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과 교감 하에 수사를 진행 중이라면, 혹은 수사 속도를 조율해 2024년 총선 직전 이 대표에 대한 구속과 기소가 이뤄지도록 한다면 민주당은 비대위를 구성해 대응할 시간적 여유조차 갖지 못한 상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사법 처리가 조속히 이뤄지는 편이 유리하다. 악재를 빨리 털어내고 재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민주당 편이 아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아닌,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먼저 이 대표를 소환하기로 결정한 것부터가 수사 속도를 조율한 결과라는 의혹이 나온다. 건건이 소환 조사를 해 시간을 끈 후 대장동 사건으로 결정타를 날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이 같은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민주당은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테다. 이런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이 대표의 리더십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다. 본인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여념이 없다 보니 민생을 비롯한 정책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 공개,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을 둘러싼 혼선이 대표적 사례다.
총선 직전 기소 시 손절 가능성
비단 앞선 논란들이 아니더라도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릴 이유는 많다. 설령 법적으로 무죄라고 판명 나도 마찬가지다. 측근이라고 공인했고 당대표 취임 후 요직에 임명했던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기소됐다. 측근들이 비리 의혹에 휩싸였고 검찰이 기소까지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된다. 정치인이 측근 비리에 책임을 지는 것은 오랜 관례다.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2021년 7월 사촌동생이자 특별보좌관이던 박 모 씨가 동료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가 불거져 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자 자진 탈당했다. 전례를 따른다면 민주당은 윤리심판원을 열어 이 대표와 측근들에 대한 자체 조사 및 징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방법도 있다.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이른바 ‘선당후사’ 정신에 따라 자진 사퇴를 한 뒤 사법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복귀하는 것이다. 당 최고책임자에게 요구되는 자세이기도 하다.
검찰이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는 기소 시점이 중요하다. 이 대표를 손절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기소 시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소가 총선 전 3개월에서 6개월 사이 이뤄진다면 사퇴 요구가 거셀 것이고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비대위 구성으로 상황 반전을 노릴 마지막 기회라서 그렇다. 기소 시점이 총선 전 6개월에서 9개월 사이라면 손절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좀 더 두고 보자”는 기류가 우세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당헌을 개정해 기소되더라도 당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탓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