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밈 카타르 국왕(가운데)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이 리오넬 메시에게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건네고 있다. [뉴시스]
메시와 음바페 대결로 화제·흥행
결승전을 명승부로 만든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는 모두 타밈 국왕이 구단주인 파리 생제르맹 소속이다. [뉴시스]
2022 카타르월드컵은 ‘영원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대결, 메시와 음바페의 격돌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종 승자가 메시도, 음바페도 아닌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라는 말이 나온다. 월드컵 결승전 두 팀의 에이스이자 간판스타인 메시와 음바페가 모두 프랑스 명문 축구클럽 파리 생제르맹 FC(PSG) 소속이기 때문이다. PSG는 카타르 국부펀드 카타르투자청 자회사인 카타르스포츠인베스트먼트가 지분 100%를 보유해 타밈 국왕이 실질적인 구단주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골든부트(득점왕)를 수상한 음바페. [GettyImages]
2010년 여름 최고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카타르는 월드컵 유치에 나서면서 “전 경기장에 최신식 에어컨을 설치해 더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무리 에어컨을 가동해도 한여름 더위는 선수들에게 가혹하다는 논란이 일자, 결국 2015년 평균 온도 섭씨 25도 이하인 겨울에 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사상 최초 겨울 월드컵이 탄생한 배경이다. 겨울에 프로축구 시즌을 치르는 유럽의 항의가 거셌지만 예정대로 11월 21일~12월 19일에 개최됐다.
메시에게 ‘비슈트’ 입히며 존재감 과시
타밈 국왕의 것과 똑같은 아랍 전통 의상 ‘비슈트’를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호하는 메시(가운데)와 아르헨티나 선수들. [뉴시스]
하지만 월드컵 개막 전 카타르를 바라보는 세계 시선은 곱지 않았다.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주 노동자 인권 문제, 이슬람 문화에서 비롯된 성 소수자 탄압, 경기장 주류 판매 금지 등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카타르는 사상 처음으로 개최국이 1승도 올리지 못하는 굴욕을 안으며 체면까지 구겼다. 그럼에도 타밈 국왕은 우승컵 시상식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옆에 자리해 메시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것과 똑같은, 금색 테두리가 있는 검은색 망사 가운을 입히며 전 세계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가운은 아랍 문화권 왕족이나 관리, 성직자 등이 특별한 날에 입는 전통 의상 ‘비슈트’로, 권력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겼다. 스페인 매체 ‘AS’는 비슈트에 대해 “카타르 국왕이 그동안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메시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입혀줬다”고 해석했다.
이전 국왕부터 석유 고갈 이후 미래 고민
타밈 국왕은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카타르의 4대 국왕이다. 타밈 국왕의 부친인 하마드 전 국왕은 1995년 쿠데타로 부친을 밀어내고 왕위에 올랐는데 “일부 고위층이 부를 독식하고 석유 고갈 이후 카타르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석유에만 의존하던 카타르의 경제발전을 위해 천연가스 유전을 본격 개발하고 의료, 교육, 예술, 스포츠 등 산업 다각화에도 힘을 기울였다. 카타르 국부펀드를 설립해 영국 해롯백화점, 프랑스 축구단 파리 생제르맹 등 각국 자산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을 개최하고 2022년 월드컵도 유치했다.타밈 국왕은 2013년 부친으로부터 왕위를 넘겨받았다. 당시 33세 젊은 국왕은 취임 일성으로 “카타르만의 비전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집권하자마자 세계 각국을 순방하며 주요 지도자를 잇달아 만났다. 타밈 국왕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일상을 공개하는 젊은 지도자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타밈 국왕이 불안정한 중동 지역 정세 한가운데에 놓인 카타르가 ‘소프트파워’를 발휘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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