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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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월드컵 최종 승자는 카타르 젊은 국왕?

메시·음바페 소속 파리 생제르맹 구단주인 42세 타밈 국왕, ‘중동의 소프트파워’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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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2-12-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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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밈 카타르 국왕(가운데)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이 리오넬 메시에게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건네고 있다. [뉴시스]

    타밈 카타르 국왕(가운데)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이 리오넬 메시에게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건네고 있다. [뉴시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5)가 마침내 2022 카타르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평생의 소원을 이뤘다. 축구선수로서 최정상 자리에 올랐지만 월드컵 우승 트로피만 없던 메시는 2006 독일월드컵부터 5차례 도전한 끝에 결국 꿈을 이뤘다.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많은 대기록도 함께 썼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조별 리그를 포함해 16강, 8강, 4강, 결승까지 모두 골을 넣은 최초 선수가 됐다. 월드컵 본선 26번째 경기를 소화해 본선 최다 출전 신기록도 달성했다. 또 2014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받아 처음으로 2번이나 수상한 선수가 됐다. 메시의 눈부신 활약으로 아르헨티나는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3번째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메시와 음바페 대결로 화제·흥행

    결승전을 명승부로 만든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는 모두 타밈 국왕이 구단주인 파리 생제르맹 소속이다. [뉴시스]

    결승전을 명승부로 만든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는 모두 타밈 국왕이 구단주인 파리 생제르맹 소속이다. [뉴시스]

    메시와 함께 결승전을 드라마보다 더 극적으로 만든 또 한 명의 주인공은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다음 ‘축구 황제’에 오를 선수는 자신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그는 결승전 해트트릭을 포함해 이번 대회 총 8골을 기록해 7골을 넣은 메시를 제치고 골든부트(득점왕)를 차지했다. 또 음바페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개인 통산 월드컵 골을 12골로 늘려 축구 황제 펠레(7골)를 넘어 만 24세가 되기 전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2022 카타르월드컵은 ‘영원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대결, 메시와 음바페의 격돌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종 승자가 메시도, 음바페도 아닌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라는 말이 나온다. 월드컵 결승전 두 팀의 에이스이자 간판스타인 메시와 음바페가 모두 프랑스 명문 축구클럽 파리 생제르맹 FC(PSG) 소속이기 때문이다. PSG는 카타르 국부펀드 카타르투자청 자회사인 카타르스포츠인베스트먼트가 지분 100%를 보유해 타밈 국왕이 실질적인 구단주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골든부트(득점왕)를 수상한 음바페. [GettyImages]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골든부트(득점왕)를 수상한 음바페. [GettyImages]

    카타르스포츠인베스트먼트는 2011년 5000만 유로(약 680억 원)에 PSG를 인수한 후 오일머니를 이용해 공격적인 스카우트를 해왔다. 2017년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 소속이던 네이마르(30·브라질)를 영입했다. 이적료로만 2억2200만 유로(약 3014억 원)를 지불했다. 또 2018년에는 음바페를, 2021년에는 메시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PSG는 지난 11년 동안 이들을 비롯해 선수 영입에만 12억6600만 유로(약 1조7192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여름 최고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카타르는 월드컵 유치에 나서면서 “전 경기장에 최신식 에어컨을 설치해 더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무리 에어컨을 가동해도 한여름 더위는 선수들에게 가혹하다는 논란이 일자, 결국 2015년 평균 온도 섭씨 25도 이하인 겨울에 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사상 최초 겨울 월드컵이 탄생한 배경이다. 겨울에 프로축구 시즌을 치르는 유럽의 항의가 거셌지만 예정대로 11월 21일~12월 19일에 개최됐다.





    메시에게 ‘비슈트’ 입히며 존재감 과시

    타밈 국왕의 것과 똑같은 아랍 전통 의상 ‘비슈트’를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호하는 메시(가운데)와 아르헨티나 선수들. [뉴시스]

    타밈 국왕의 것과 똑같은 아랍 전통 의상 ‘비슈트’를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호하는 메시(가운데)와 아르헨티나 선수들. [뉴시스]

    카타르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월드컵을 개최한 이유는 타밈 국왕이 축구광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80년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전 국왕의 4남으로 태어난 타밈 국왕은 10대 초반 영국으로 건너가 명문 사립학교 셔번스쿨과 해로스쿨, 샌드허스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는데 이때 축구에 푹 빠졌다고 한다. 프랑스 방송 ‘프랑스24’는 타밈 국왕이 인구 260만 명에 불과한 중동의 작은 나라 카타르의 명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축구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타밈 국왕은 2000년대 초반 카타르 명문 축구클럽 알 사드 구단주를 맡아 은퇴를 앞둔 유명 선수를 대거 영입해 세계 축구계의 주목을 받았고, 2010년 월드컵 유치에 성공하자 2011년 프랑스 명문 축구클럽 파리 생제르맹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은 2014 브라질월드컵을 제치고 ‘가장 비싼 월드컵’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는데 경기장 7곳과 100개 넘는 호텔, 지하철, 신공항, 도로 등을 건설하느라 최소 2200억 달러(약 280조4000억 원)를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 전 카타르를 바라보는 세계 시선은 곱지 않았다.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주 노동자 인권 문제, 이슬람 문화에서 비롯된 성 소수자 탄압, 경기장 주류 판매 금지 등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카타르는 사상 처음으로 개최국이 1승도 올리지 못하는 굴욕을 안으며 체면까지 구겼다. 그럼에도 타밈 국왕은 우승컵 시상식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옆에 자리해 메시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것과 똑같은, 금색 테두리가 있는 검은색 망사 가운을 입히며 전 세계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가운은 아랍 문화권 왕족이나 관리, 성직자 등이 특별한 날에 입는 전통 의상 ‘비슈트’로, 권력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겼다. 스페인 매체 ‘AS’는 비슈트에 대해 “카타르 국왕이 그동안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메시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입혀줬다”고 해석했다.

    이전 국왕부터 석유 고갈 이후 미래 고민

    타밈 국왕은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카타르의 4대 국왕이다. 타밈 국왕의 부친인 하마드 전 국왕은 1995년 쿠데타로 부친을 밀어내고 왕위에 올랐는데 “일부 고위층이 부를 독식하고 석유 고갈 이후 카타르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석유에만 의존하던 카타르의 경제발전을 위해 천연가스 유전을 본격 개발하고 의료, 교육, 예술, 스포츠 등 산업 다각화에도 힘을 기울였다. 카타르 국부펀드를 설립해 영국 해롯백화점, 프랑스 축구단 파리 생제르맹 등 각국 자산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을 개최하고 2022년 월드컵도 유치했다.

    타밈 국왕은 2013년 부친으로부터 왕위를 넘겨받았다. 당시 33세 젊은 국왕은 취임 일성으로 “카타르만의 비전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집권하자마자 세계 각국을 순방하며 주요 지도자를 잇달아 만났다. 타밈 국왕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일상을 공개하는 젊은 지도자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타밈 국왕이 불안정한 중동 지역 정세 한가운데에 놓인 카타르가 ‘소프트파워’를 발휘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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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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